postever 2007. 4. 5. 18:47
나는 어찌되었든 선생을 하고 먹고 살게 되어 있나보다. 과외부터 시작해서 국어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누구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며 살고 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일종의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선생이라는 책임감은 사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쉽게 가질 수 있는 '자기 일에 충실' 정도의 것이고, 서비스 정신이 얼마나 있느냐가 좋은 선생 여부의 관건인 듯하다.

특히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란, 그닥 이론적 배경이 탄탄하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그들을 이해하고, 얼마나 애정을 갖느냐에 학습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한 내게, 마냥 퍼 주는 것을 요구하는 직종인 한국어 선생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직업일 수 있다.

오늘은 두 학기 속을 썩이던 학생이 오늘 도리어 내게 "선생님, 고급반이라 피곤하죠?"라면서 말을 건네고(크헉...알긴 아셔.), 우리반 무대뽀2는 음료수를 사 들고 와서 슬쩍 놔 준다. 뜬금없이 전화를 하더니 금요일 저녁 때 뭐하냐고 묻기도 한다. 내 뒷골을 사정없이 땡기게 하는  말썽꾸러기 학생 둘의 자잘한 행동들에 피식 웃음이 나면서 심장 한 복판이 나른해진다.(물론 다시 이들 때문에 극도의 피곤함과 속이 뒤집힐 수도 있겠지만...)

스물 둘, 많아봤자 스물 다섯. 낯선 나라에 와서 사람이 그리운 학생들에게 내가 먼저 이런 작은 웃음을 줄 수 있어야 했는데....

미안허이..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