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사람/기타등등

양수리에서2: 천국

postever 2009. 6. 10. 19:32

01
"여기서 살면 서울에서는 느끼지 못하던 걸 느껴.
이런 게 천국 아닐까 하는..."

어느날 거실에 앉아 있는데 창문으로 향기 나는 봄바람이 불어 오고
아구 좋다라고 말하는 내게 엄마가 했던 이야기.




양수리집에 있으면 하루종일 새들이 우는 소릴 들을 수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쟤네들은 뭔 말이 저렇게 많을꼬... 잠시 처마 밑에 있는 제비들을 보며 생각했다.
올해에도 처마 밑 둥지에서 새끼를 세 마리쯤 낳은 것 같은데,
제비 새끼들은 아무래도 엄마 제비한테 밥 달라고 계속 우는 것 같다.


공기의 밀도도 서울집이랑은 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한 번 잠들면 죽었다 깨어 난 것처럼 숙면을 하게 된다.
몸도 개운하고.

하늘이도 거실 창문으로 연신 집 안을 들여다보며
내가 나와 자기와 놀아주기만을 기다린다.
이렇게 오매불망 애타는 눈으로 나만 쳐다봐 주는 사람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을까.ㅋ



근데 도저히 공부는 안 된다.
휴양지에 온 것 같아서 마냥 하늘이랑 놀고, 쉬고, 맛있는 것만 먹고 싶을 뿐.
매번 바리바리 책을 싸 들고 오지만 거의 그대로 싸 가지고 돌아가게 된다.


엄마 말씀대로 천국이 맞긴 한데,
공부는 안 되는 천국이다.
하긴, 진짜 천국에 가면 논문은 안 써도 될 거야.


내일부터는 다시 내 일상,
신촌과 드림랜드에서의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