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ver 2011. 9. 12. 01:34

엄마에게 고백했지만, 이번 가을과 추석은 제대로, 특별하게 보내고 있다.

풍성한 질감을 주는 가을 공기와 내 마음의 풍족함이 딱 일치하여 묘한 흥분 상태가 며칠째 지속되고 있다.

8월 말 증도와 화도에서 보았던, 쏟아지던 별들과 화도의 감동적인 바다.-아름다운 자연을 만드신 하나님의 신공에 대한 감격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도 같다.

한 해의 하반기로 가고 있다는 약간의 긴장감과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좀더 바짝 피치를 올려야 한다는 기분 좋은 설레임도 있다.

맛있는 과일을 먹으면서도 가을에 대해 감탄하게 되고,
작은 꽃을 볼 때에도,
하늘색의 오묘한 빛을 볼 때에도,
학교에서 풋풋한 학생들의 모습들을 볼 때에도 기분이 좋다.


집에 오면 엄마와 하늘이가 나를 반겨준다는 사실도 이 안정감에 도움을 줬을테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적당한 일이 있고, 사는 데 불편함이 없는 수입이 있다는 것도 이 계절을 느끼게 해 준 요인 중 하나일 거다.

다음주쯤이면 양수리집도 완공이 될 것이고, 더 가을 속으로 들어가서 우리 네 식구(하늘이까지!)가 커팅식을 즐겁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아빠의 건강도 이 집이 열림과 함께 좋아질 것만 같다.


2011년 9월. 무엇보다 고질병처럼 따라 다녔던 외로움병도 없어졌고,
지금 내 상태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만족하게 되었다.(하늘이와 엄마가 떠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기혼 여성들처럼 명절에 남의 집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만족스러운 것 중의 하나다. 내가 저런 위치에 놓여있다면,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일단은 '그집'의 일을 하긴 했겠지만서도, 아마도 내부에서는 엄청 갈등을 겪었을 게 뻔하다.

이런 불편함을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싱글라이프를 누릴 수 있어서 다행스럽고,
한가위의 풍성함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
 

며칠 전, 생일. 35년 생을 꽉 채우면서 이런 안정감이 찾아온 것 같기도 하다.
지나간 날들에 대한 완전한 해방.
더이상 후회나 자책하는 일도 없어지고, 이랬으면 어땠을까 라는 가정도 없어졌다.
지금이 괜찮다고 애써 자위하지도 않게 되었다.

지금, 이 모습 이대로가 참 마음에 든다. 다가올 마흔까지의 시간이 기대가 된다.-
자존감의 회복. 기대감의 회복.

이게 엄마의 평대로 산전수전 다 겪어서 생긴 것일 수도 있겠지만(ㅋㅋㅋㅋ)
내가 이렇게 회복할 수 있었던 건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부모님과 또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기도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이렇게 온전하게 마음이 치유되고 회복됐다는 건, 나 혼자 힘으로 될 수 있는 일의 종류도 아니고, 시간이 흘러서 저절로 된 것도 아니다.

감사한 주일 밤이다.

이런 태평성대일수록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나의 의지와 판단이 아니라 하나님과 대화하면서 뜻을 구하고 기도하면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제 마음이 솜털 같을수록 무거운 짐을 지고, 힘들게 가는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알게 해 주십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