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사람/기타등등

부모님과 행복하게 잘 살기+기타등등

postever 2013. 8. 24. 04:21

이상하게 잠이 안 온다. 갑자기 놀러가게 된 계획 때문인지.

아니면 오늘 하루종일 긴장 상태와 각성 상태여서 그랬는지.

어제는 유난히 할 것도 많고, 머리가 팽팽 돌아가서 논문 아이디어도 넘쳐나는 날이었다. 문제는 난 아이디어는 많은데, 지속해서 이끌고 나가는 힘이 부족하다는 거다. 그리고 걱정이 너무 많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중심을 잡고.

(오늘도 중심을 못 잡아서 일을 하나 그르치고 말았다. 괜히 삽질만 한 셈인데...글쎄,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이니 결과는 나오는 대로 받아들여야지.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니 할 말은 없다.)

 

나는 왜 중요한 일이 있을 때 하나님께 기도하지 못하지? 내 믿음이 부족한 탓이다. 아....썩어 문들어져가는 내 믿음과 내 영혼. 하나님, 저를 버리시면 안 됩니다.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해야지. 이대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다. 버틸 수도 없다. 종교와 신앙을 부정하는 남편은 어떠한 면에서는 종교 없이도 종교를 가진 사람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도 종교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의 마음이 더 넓어지고 관대해져서 훨씬 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푸근하고 위트 있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텐데. 나의 기도제목이 되어야 한다. 우리 두 사람, 우리 가정이 하나님의 믿음 안에서 튼튼히 설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더운 여름 내내 휴가도 못 가고, 남편은 계속 일만 하고, 나들이도 못 하고, 데이트도 못 한 지 오래 되어서 입이 주욱 나와 있었다.

게다가 나는 나대로, 그는 그대로 새 삶에 적응이 필요한 기간이 지속되었던 것이다. 아이들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자신도 모르게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는 게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알게 모르게 받는 긴장감 혹은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을 '즐거운 일'로 풀어줘야 한다는 게.

 

 

우리는 여름 내내, 차곡차곡 쌓아만 갔다. 우리의 일상들과 해야 하는 책무들을.

며칠 후면 개강은 다가오고, 항상 그렇듯이 공부할 것들은 쌓여만 있고, 현재 내 위치도 불안정해서 스트레스가 만땅이라고 외치며, 1박 2일이라도 놀러 갔다 오면 안 되겠냐고 남편에게 마지막 절규!, 운을 띄웠다. 그도 내가 안 돼 보였는지, 바쁘기도 하고 정말 좋아하기도 하는 일을 접고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도 쉬고 싶은 마음, 있겠지?

 

처음에는 담사로 하루라도 다녀오자에서, 착한 직원의 마음 씀씀이 덕분에 2박 3일의 시간이 생겨서 이 참에 그와 함께 가고 싶던 제주도까지 발을 넓혀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이럴 수가. 비행기표가 없었고, 딱 두 자리가 남아 있는데, 왕복으로 하면 비행기 값만 40만원 가량이 들었다. 이 돈 주고 갈 수는 없지....... 별러왔던 여행이고, 제주도는 오매불망 가고 싶어 했으니, 확 지를 수도 있었겠지만, 이럴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 딸이다. 알뜰한 당신, 엄마의 피를 이어 받아 주춤하게 되고, 두 사람이 저가항공으로 미리 예약만 하면 20만원 이내로도 다녀 올 수 있는데 굳이....... 싶은 거다.

 

 

그리고 문득, 우리만 놀러 가자니 엄마, 아빠한테 미안했다. 엄마 환갑 때 일본 여행 이후로 우리 가족이 함께 여행 다녀왔던 일이 있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제 사위도 생겼으니 여름 방학 때 1박2일 시원하고 경치 좋은 곳으로 다녀올 만도 했는데...... 이번 여름에는 아빠 상태도 매우 안 좋았고, 엄마까지 아팠으니까 어쩔 수 없었지 싶기도 하고. 어디 가까운 갈 만한 곳 없을까?

 

부모님이 건강하셔서 두 분이 놀러도 다니고 여행도 맘껏 다니고, 우리한테 여기저기가 좋았더라고 자랑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빠면 건강해지면 되는 일인데. 매번 다니는 곳은 병원뿐이니, 그 삶에 무슨 낙이 있을까 싶다. 내가 매번 학교와 집만 다니며 사는 것보다 10배는 더 우울할 것 같다.

 

9월에 내 생일도 있고, 아빠 생일도 있으니, 하루 날 잡아서 어디 바람 좀 쐬고 오면 좋을 것 같다. 한탄강 게르마늄 온천 리조트인가 거기를 가볼까? 꼭 1박2일이 아니더라도 하루 나들이를 가, 사진도 찍고 지내다 오면 좋을 것 같다. 우석과 의논해 봐야지. 엄마는 어디에 가고 싶을까?? 아빠는?? 아, 아빠는 지난번에 가족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었지. 뭐 꼭 그런 사진관에 가야 할까? 우석의 카메라도 좋은데, 삼발이 놓고, 양수리 우리집에서 하늘이도 같이!! 찍으면 좋을 것 같은데.... 이것도 아빠한테 얘기해 봐야지.

 

 

이번 추석 때는 유독 연휴가 길다. 일찌감치 어디 좋은 숙소를 하루라도 예약해 두었으면 좋았을텐데..... 결혼 준비며 뭐며 해서, 9월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었던 것 같다. 올해 아빠 상태도 무지 않 좋았고. 내 생각엔 이젠 바닥까지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겠지 싶은데, 어찌될지 모르겠다. 아빠가 본인이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사람이고,엄마는 밤낮으로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고 마음 아파한다는 사실을 알면 좀 힘을 낼까?

 

누군가를 살해하려는 시도를 한 사람,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나에 대해 포기하는 순간,

상대방에 대해 포기하게 되는 순간, 죽음을 생각한다고 한다.

 

난 순간 아빠에 대해 포기했었다. 저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나아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해서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엄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남편을 위해 기도한다. 아빠는 옆에 있는 엄마의 기도를 느끼지 못할까? 하나님은 엄마의 기도를 들어주실 거다. 분명히.

그리고 사위도 아빠에 대해 포기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실 나 역시 말은 이렇게 하지만, 누구보다도 아빠가 건강해기를 바란다. 아빠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그가 육체적인 고통, 스스로를 옥죄는 정신적인 고통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서 글을 쓰고, 명쾌하게 생각을 전하고, 믿음이 있는 사람으로 멋지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내 자식에게도 멋진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하여 자랑하고 싶다.

아빠 본인은 어떨까? 말만 포기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겠지.......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도 자존심이 강한 사람 아니던가. 내가 알고 있는 아빠는. 그 자존감을 끝까지 지키기를 바란다. 기도해야지. 나도 엄마처럼.

 

올해 추석은 유난히 길다. 거의 일주일.

큰집은 추석 연휴 동안 싱가폴에 간다고 예전부터 그랬던 것 같고, 아마 아빠도 분명 어딘가 가고 싶을지도, 공항에 모여 버글대는 사람들이 부러울 수도 있을 거다.

 

칠순이 넘으신 시부모님은 우리가 피곤할까봐 올라 오신다고 하고,- 경로우대 할인을 받으면 기차표도 훨씬 싸다고 하신다. 한 달 전부터 추석 이야기를 하셔서 의아했었는데, 기차표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내려가는 추석 전날 기차표는 구하기 어려워서 추석 당일에 내려가실 것 같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박 5일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양쪽 집을 다 신경써야 하니, 거 참...어떻게 계획을 짜야 할지 모르겠다. 두 집이 한 군데 모여 있는 것도 그리 편한 일은 아닐 것 같고. 우리집은 그러기엔 너무 비좁고. 양수리에 가는 것도 참 애매한 일이고.@@

난 주위 사람들에게 '서울 투어', 식사 등을 물어보기도 하고, 양수리에는 언제 갈지, 양쪽 부모님을 어떻게 합할지?  전전긍긍인데 남편은 그닥 신경이 안 쓰이나 보다. 그는 확실히 나보다 오래 살 것 같다. 우리 둘 다 분명 예민한데, 그는 어떤 면에서는 전혀 예민을 떨지 않는다.(이건 참 다행이다.)

머무시는 동안 뭘 먹을지가 가장 걱정이다. 냉장고 청소며, 반찬 정리, 집 청소도 깨끗이 해 놔야 할 것 같고, 잠자리도 준비해 놓아야 하고... 편하게 해 드려야되는데.

그 동안 자식 때문에 마음 고생 많으셨을 양쪽 부모님들께 첫 명절이니만큼, 즐거움을 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하아- 의논할 대상이 없다. 남편은 좀 천하태평이라......

 

9월이면 학기 시작이라 한창 바쁘고 정신 없을 때이고, 10월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논문이 적어도 두 편이 있다. 공동 1개, 단독 1개. 단독으로 2개는 써야 좋은데, 어려울 것 같다. 9월 말에 하나, 10월 말에 공동 포함해서 2개를 내는 게 가장 좋겠다. 시간 운용을 잘 해야 된다.

 

더위에, 새 생활 적응에, 진로 등의 고민에, 부모님 문제에 올 여름에 잠도 잘 못 자고, 피곤하고 신경을 많이 썼더니 결국 병이 나고 말았다. 예민함은 줄이고, 생각도 줄이고, 행동력 있게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내 살 길인데, 쉽지는 않다.

 

오늘처럼 10시쯤 규칙적으로 연구실에 나가 공부를 시작하고, 점심을 먹고, 이메일 체크, 페이스북 놀이 등으로 잠시 쉬었다가 다시 공부를 하고, 저녁을 먹고, 학교 운동장을 20분쯤 걷고, 다시 공부를 좀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패턴이 내게는 잘 맞는다. 정신적으로도 안정감을 주고.  아니, 학교 운동장 20분 걷고, 7시반쯤 퇴근하는 게 체력 안배상 딱 맞다.

 

새벽에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패턴, 집에서 공부를 하는 일 등은 내게 전혀 맞지 않는다. 집에 있으면 지저분한 것들, 해야할 집안일이 보이고, 그게 거슬리는 나는 공부에 집중을 못 한다. 집안 일을 하고 나면, 익숙지 않아 지치고, 그러다가 밥 차려 먹고 치우고 하면 하루가 그냥 흘러간다. 체력도 안 되고, 예민해서 그냥 지나치지도 못하니, 역시 나는 똑바로 옷 입고 연구실로 가서 일을 해야 한다.

 

 아, 방학은 이제 일주일 남았고, 

0) 24(토): 2시 세미나, 저녁 먹지 말고 일찍 귀가. 논문 쓰기

0.5) 25(일): 예배, 학교로 가서 논문 쓰기

1) 26(월)~28(수) 여름 휴가.// 27(화) 6시, 기차표 예매 도전. 

2)  휴가 중: 독어공부 복습, 성경을 읽고 싶다, 그리고 일기장도 가져가야지.

4) 29(목); 11시 회의, 2시 회의, 6시-8시 독어

5) 30(금) 논문 발표 준비

6) 31(토) 2:30

7) 9/1(일) 개강 전, 집에 다녀와야겠다. 하늘이 목욕. 아-하늘이 보고 싶네.TT

8) 9/2(월)생일 날 개강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