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냉정한 분위기였다.

바늘같은 냉랭함을 오랜만에 느껴보니 온 몸이 쭈뼛,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

한편 상대방의 호의와 환대에만 익숙하다는 건 그만큼 내가 공적 관계를 갖지 않고 살아왔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나이가 50이 가까워 오는데도 말이다.

 

현재는 없는데 미래만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 느낌이라, 솔직히 처참한 기분이었다.

이게 내 현실일 수도 있겠구나 싶으니 씁쓸하고....

 

하나님이 여기까지 나를 이끌고 와주셨으니, 지금도, 이후도 가 주시겠지. 사실 지금 여기까지 온 것도 내 힘으로만 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

그리고..냉정한 현실은 현실대로, 앞으로 이런 세상이 더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받아들여야겠지. 그 냉정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도. 지금 내 위치에서는 가능성 말고 지금 있는 것을 증명하여 보여줘야 한다는 것.

2013. 10. 2. 수요일

 

 

글쓰기를 가르치며 도리어 나는 글을 쓰지 않는다. 글을 써서 무엇을 생산해내고, 생각을 발표해야 내 존재 가치가 있는 직업군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있지 않다니. 조짐이 안 좋다. 불안하다.

 

학생들에게 글은 생각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 쓰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글을 써 보면 생각도 정리되고, 없던 생각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 것이라고. 그것이 글의 힘이라고 번지르르하게 말해왔다.

 

정작 나는 무언가가 완성되었을 때 노트북 앞에 앉아 있던 게 아니었는지.

 

글을 쓰지 않다보니 문장은 조악해지고 어휘량도 늘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생각이 논리적으로 풀리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또 다른 원인을 찾아보자면, 만연체이며 비문 투성이인 문장들로 쓰인 논문 같지 않은 논문들을 봐서일지도 모르겠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가 내 머리가 가장 잘 회전할 때다. 생각도 긍정적이고 논리적이다.

이때 글을 써야한다.

 

때마침, JK 선생님이 졸업할 때 해 주신 말씀이 생각나며 부끄러워졌다. 졸업 후 4~5년 동안은 글만 보라는 말씀, 나만 생각하고 나아가라는 말씀, 이 기간이 매우 즐거운 때일 것이며 다시는 오지 못할 때라는 말씀. -지키지 못했다.  난 강의만 죽어라 했고, 연애를 했고, 결혼을 했다. 선생님과 약속했던 시간이 2년 남았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퍼뜩 차렸으니 다행이고 감사하다.

 

"매일매일 글쓰기"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글쓰기"

2013. 10.2.~2015. 10.2.까지. 2년 동안 지켜야 할 규범이다.

 

JK 선생님께 안부 편지라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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