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냉정한 분위기였다.

바늘같은 냉랭함을 오랜만에 느껴보니 온 몸이 쭈뼛,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

한편 상대방의 호의와 환대에만 익숙하다는 건 그만큼 내가 공적 관계를 갖지 않고 살아왔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나이가 50이 가까워 오는데도 말이다.

 

현재는 없는데 미래만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 느낌이라, 솔직히 처참한 기분이었다.

이게 내 현실일 수도 있겠구나 싶으니 씁쓸하고....

 

하나님이 여기까지 나를 이끌고 와주셨으니, 지금도, 이후도 가 주시겠지. 사실 지금 여기까지 온 것도 내 힘으로만 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

그리고..냉정한 현실은 현실대로, 앞으로 이런 세상이 더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받아들여야겠지. 그 냉정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도. 지금 내 위치에서는 가능성 말고 지금 있는 것을 증명하여 보여줘야 한다는 것.

1. 쉽게, 즐기면서, 재미있게 아이 키우기

2. 무리하지 않고 차곡차곡, 즐겁게 지식의 탑을 쌓아 나가기. 공부하는 행위가 내 삶에서 자연스러워지기

3.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상대방이 어느 누가 되었든 자연스럽게 대화하기.

 

이 세 가지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떠한 삶의 자세로, 매일매일을 어떻게 운용해 나가며 지내야 하는 것일까. 구체적인 방안을 세워 보자. 내년에는, 후년에는..점차 위의 세 가지 바라는 바에 가까워지고 있을 수 있도록.

토요일. 벚꽃이 흐드러진 날이다. 거실 창으로 아이 방의 창으로 꽃동산이다.

다음 주에는 남편 생일이 있고, 그의 생일은 여전히 나에겐 즐거운 날이다.

코로나가 어떻든, 주위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든, 

나와 남편과 아이. 우리 세 식구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 작은 세계 안에서는 평안하고 따뜻하다.

문제는 이 세계에서 약간 벗어나 모두가 잠든 새벽이면 찾아온다.

오늘의 모든 일과를 다 끝내고, 오늘 처음으로 이렇게 책상에 앉아 있는 이 시간. 혹은 그냥 자자 하고 침대에 눕는 시간이 되면, 내 일들..쌓여 있는, 해야 하는, 그러나 뭘 정확히 어느 지점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들과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조급해지고 불안해진다. 나를 위한 루틴은 없다는 사실과 시간이 가고 있다는 것과 이렇게 다음 주 평일이 되면 수업하기에 급급해서 떠내려가지는 않을까. 

모든 것이 중요한데,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 나가야 하는지 2022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건 여전하다. 그리고 헤메고 있는 나 역시 여전하다. 아이는 이제 일곱 살이 되었고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될텐데. 그리고 난 이제 한국에 와 있고, 이런 생활을 한 지 2년차인데. 어떡하나 어떡하나. 멀티에 능하지 못한 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을 버려야 하나를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되는 시간.

자잘한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결론... 사람은 안 바뀐다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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