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좋은 봄날, 자꾸 자꾸 지하로 나를 가두러 간다. 짐 가방과 노트북을 들고서 들어간다. 도스도예프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의 주인공처럼 스스로를 지하 감방에 가두려 한다. 내가 선택한 일이긴 하고, 예전처럼 드라마틱한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공 치는 날도 아주 많지만....어쨌든 최소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이렇게라도 하고 있다.

자꾸 스트레스를 스스로에게 주니 더 일이 안 된다. 목표를 정해 두고, 규칙적으로 하루에 1000자씩..이런 스타일이 아니라는 걸 (아직까지도) 몰랐다는 게 더 신기하다. 인간은 자기 자신부터 알아야 하는데, 눈은 바깥에 달려 있으니 남이나 비판하고 평가하면서 산다. 옛 속담 하나 그른 거 없다.

동기 부여, 이런 행위를 하는 의미가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를 다그치지 말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의미 있는 연구들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나가야 지치지 않는다. 정년까지 18년 남았으니, 아직 시간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음.

지금 쓰고 있는 일의 의미는, '완성'이다. 어질러 놓은 것 정리해서 완성해 낼 수 있느냐를 일단 시험해 보는 거다. 끈기 테스트라고나 할까.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즐겁고 재밌는 것에 대한 생각

<하고 싶은 것> 

1. 나다운 집을 만들고 살아가는 것.

하나하나 개성이 묻어나고, 햇볕이 잘 들고, 음악이 있고, 향이 좋은 집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 10년 후쯤, 재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우석과 나의 공간을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하나하나 고민하면서 모아갈 생각. 

집은, 우리는 앞으로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와 관련이 되므로 중요한 문제다. 재이가 성인이 되면 우리가 평생 가꾸며 살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

2. make up 배우기- 메이크업은 중년부터

스무 살 떄부터 지금까지 화장을 해 본 적이 없다. 선크림이나 선크림 겸 메이크업베이스, 한때 쿠션이라는 것도 좀 써봤는데, 이젠 다시 선크림 겸 톤업크림이라는 것만 바르고 산다. 립글로스도 거의 10년째? 같은 것만 쓰고 있다.--;; 자기한테 잘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좋을 것 같고, 부럽기도 하고, 화장을 조금 하면 기분전환도 꽤 될 것 같다. 그동안 전혀 안 해왔으니, 이제부터 죽을 떄까지 조금씩 해 나가보려고......생각함. 어떤 색이 내게 잘 어울리는지도 하나하나 테스트해 보면서.

3. 현악기 배우기, 피아노 실력 업그레이드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현악기를 하나쯤 배우고 싶으니 도전해 보고 싶고. 피아노는 지금 수준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 라흐마니노프 같은 멋진 곡을 연주하고 싶다...

4. 여행!

재이, 우석과 함께 세계를 누비고 싶다. 경제적인 여유만 된다면, 아니면 조금씩 따로 여행을 위한 돈을 모아서..일단 유럽부터! 가서 마을에서 좀 지내보고 사람들도 만나보고.... 다른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실현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철마다 국내의 좋은 곳들도 하나하나 가보고 싶다. 특히 가장 먼, 붉은 땅의 남도부터.. 난 아직 섬진강 매화꽃 이런 것도 못 봤다.

5. 스페인어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다. 이유는? 음..스페인어 소리가 매력적이고, 특히 노래를 부르고 싶기 때문이다. 스페인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배우고 싶었는데, 필요한 영어도 잘 못 하는데..하면서 미뤄왔다. 영어 좀 잘 하면 그 다음에 배우려고. 근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을 것 같다. 그냥 시작해 보려고 한다. 하루 15분..뭐 이런 걸로..

5. 마라톤

마라토너에 대한 로망이 있다. 전혀 나와는 거리가 먼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몇몇-하루키 포함-은 이상하게 마라톤을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아는 천재끼가 있거나 자기 일 잘하는 사람들은 마라톤을 해서 그런 것 같다. 하루에 3000걸음 걸을까 말까 한 내가 가능할지...정말 미지수인데, 바라는 바이기는 하다.

 

<좋아하는 것>

1. 느긋하게 시집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 데서나 펴서 읽을 수 있어서 좋고, 흐름이 끊겨도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나의 작고 우아한 사치. 시집을 한 권 사고, 읽는 것.

2. 양이 적고 어여쁘고 맛있는 것들

아무리 맛있어도 양이 많으면 금세 그 맛에 익숙해지면서 지루해진다. 양이 좀 적은 게 핵심이다.

3. 음향이 좋은 앰프와 스피커

첼로와 바이올린 현을 긁는 소리까지 들리는 앰프와 스피커. 정말 갖고 싶다.  월급이 오를 때마다 하나씩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 그리고 난 여전히 CD로 음악을 듣는 게 좋다. 어떤 사람들이 LP를 꺼내는 손맛이 있다고 하는 것처럼, 내게는 CD 케이스를 열고, 그 동그란 실체의 끝부분을 만지는 것이 중요한 행위다.

4. 햇살이 드는 창가

아주 오래전부터 햇살이 쫙 드는 창가 자리를 좋아한다. 태양의 따뜻한 에너지를 잔뜩 받는 느낌이 좋아서다. 눈이 약간 부시지만 그 아래서 책을 보면 눈에 양기가 가득 차는 느낌, 개안하는 느낌이 든다. 내 친구들은 주근깨나 기미가 생기거나 얼굴이 탄다면서 햇빛 앞에 앉아 있는 내게 뭐라고 한마디씩 꼭 했던 듯.

 

<즐겁고 재밌는 것>

1. 편하고 좋은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혹은 친구들 집에 가서 이야기하고 음악 듣고 맛있는 것 먹는 것.

즐겁고 재밌는 건 역시 친구들과 함께일 때다. 바깥에서 만나서 밥 한끼 먹는 건 이상하게 재미가 없다. 집에서 노는 게 좋다. 

2. 좋은 음악을 찾아서 듣는 것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장르 구분 없이 좋은 음악을 발견할 때 즐겁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새록새록 좋은 음악이  이 장르에서 더 많이 발견되기 때문인 것 같다. 뻔하지 않은 음악들을 만날 때 즐겁다.

3. 우석과 함께 영화를 보거나 함께 TV를 볼 때

영화나 TV는 역시 우석과 같이 봐야 제 맛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야기하는 것도 즐겁고, 내가 울 때 옆 사람이 이미 울고 있는 걸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재미난 장면에서 같이 웃어대는 경험도 소중하다. 이상하게도 매체나 영상을 혼자 보면 난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다. 혼자 영화를 본 것도 아마 두세 번 정도가 다인 듯. 

최근 함께 본 것: 오펜하이머(기대했던 것보다 별로였다. 왜 놀란 감독 영화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솔로-모태솔로편> 재이를 재우고 난 뒤, 꼭꼭 챙겨 봤따. 으아..왜 저래, 막 이러면서, 우리가 만난 걸 다행이라고 여기며 감사하게 만든 효과도 있었다, 나의 최애 <최강야구>-새로운 시즌이 시작해서 기쁘다. 직관 가고 싶다.

4. 재이와 쇼핑

만 7세, 한국나이 9세. 우리 딸과 나는 쇼핑 파트너다. 쇼핑을 할 때 손발이 척척 맞으며 매우 즐겁다. 게다가 우리 딸은 나름의 심미안(?)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게 어울리는지 이런 걸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낸다. 예를 들어 신발을 살 때, 두 가지 색 중 고민을 하고 있으면, 엄마가 좀 어려보이고 싶고, 나랑 같이 다닐 떄 신으려면 파란 색, 학교 갈 때도 신으려면 검정이 낫지.라고 쿨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해 준다. 똘똘한 놈 같으니라구! 반면 나도 재이가 고민하고 있을 때 극T의 자세로 조언을 해 준다. 엄마, 이 스티커가 좋아, 저 스티커가 좋아? 응. 저거! 흔하지 않잖아! 이건 금방 질릴거야! 그러면 우리 딸은 씩 웃으며, 역시!라고 말해주는 식이다.

정말 즐겁다! 이 친구와의 쇼핑!

5. 피아노 연주

새로운 악보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게 좋다.

<계속 업데이트 해 나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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