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덥다.
8월 +5일.
금요일 밤 양수리로 달려가 토요일 온전하게 잘 먹고 잘 쉬고 보양한 후 집에 돌아왔다.
공부할 책을 바리바리 싸 가지고 갔지만 한 자도 안 하고 있는 나와 대조적으로,
아빠는 거의 석사 논문 분량의 글을 아침부터 밤까지 다락방에 올라가 쓰신다.
그것도 아주 신나게!!!
부럽다. 쩝.
학자가 되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우리 아부진데, 어쩌다 보니 부모를 잘 만나 내가 그 길을 걷게 되었다.
한 달 가량 매일 7~8시간씩 노트북에 글을 쓰고, 눈만 뜨면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아빠를 보면서, 내가 저러고 있어야 하는데 난 똥 같은 생각만 잔뜩 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더 한심해진다.
전공 서적 대신 말랑말랑한 <<도쿄타워>>를 봤다. 예전에 일본 여행 한번 가볼까 해서 들여다 본 책자에 나와 있던 장소들이 다 등장한다. 얘기는 꽤나 말랑거려서 초반엔 확 끌린다. 하지만 중반 이후론 얘기를 끌어가는 힘이 없다. 요즘 젊은 애들이 쓰는 소설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처음에만 말랑거리며 감각을 자극하나 도통 폐부를 힘껏 찌르고 꿰뚫는 깊은 맛이 없다. 잔재주만 부린다.
내 논문도 이런 걸 겨냥하려는 걸 아닐까? 깊이가 있기보단 빤짝하고 세상을 놀랄만한 '아이디어'를 찾아 해메고 있는 건 아닐까. 나도 어쩔 수 없이 요즘 '애'다.
우리집에 둥지를 튼 제비들. 아기새 네 마리가 고개를 빼 들고 먹이를 물어올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얘네들은 정말 똑같이 생겼다. 얘들이 인간을 봐도 인간들은 정말 똑같이 생겼다고 하겠지.
중국어.
나를 한껏 즐겁게 해 주었던 중국어 공부는 엄마의 말 한 마디에 '쓸 데 없는, 목표 지향성 없는 일'로 날아갈 지경에 쳐했다.
그저 재밌어서 했던 중국어 공부.
지하철에서도 한국어를 한 번 하면, 중국어 번역을 생각해 본다.
예전에 영어를 이렇게 공부했음 정말 잘 했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직장과 논문의 짐, 중국어. 이 세 가지가 버겁기는 했다.(결국 논문은 진행된 게 없지 않던가.)
10월 시험을 생각한다면, 이런 공부가 아니라 독해에 포커스를 맞추고 공부를 해야하는데,
돌아가는 짓이긴 하다.
내가 엄마 말을 잘 듣는 이유는, '마마걸'이라서가 아니라 엄마 말이 대부분 사태를 바로 보는, 현실적인 조언이기 때문이다.(라고 위로해 본다.)
어떻게 하나.
01
2007년 8월 10일이면 여름 학기가 끝난다.
거참 지루했다. 두 학생이 교환 학기가 끝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결국 몽골 대표 한 명, 중국 대표 한 명이 남게 되었다. 한국어를 배우는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 참 고역이다. 나의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겠거니 생각해 본다.
1년을 근무한 곳. 나쁘지는 않지만 좋지는 않다. 천직은 아닌가보다.
두 학생 모두 스물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있지만 내가 그들을 인간적으로 다 이해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여자'에게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는 남학생은 처음엔 나한테 시덥지 않은 농담을 건네곤 하더니 지금은 날 '형'이라고 부를 때도 있다. 차라리 이게 낫다.
단동이 고향인, 스물 한 살이지만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여학생은 나이는 나보다 어려도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 대해 더 현실적이란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이들에게 어떤 선생으로 기억될런지.....
남은 일주일 잘 마무리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