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서른 네번째 결혼기념일 기념 여행을 떠나시고
난 하늘이 밥을 줄 겸, 하늘이를 지킬 겸 집에 와 있다.
어제는 양수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대까지 가야했는데, 자그만치 3시간이 걸렸다.@@
집에서 양수역까지 차를 몰고 30분, 양수역부터 왕십리까지, 왕십리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서울대역까지. 서울대역에서 학교 안까지.
낮에 나갈 때는, 시골에서도 출퇴근 할 만하구나 싶었다.
한적한 기차를 타고 창문으로 녹색 풍경이 지나가는 걸 보는 건 기분이 좋구나.
마음을 가만히 흐르게 하는구나.
"우리의 사랑~ 우리의 노래~' 하는 '자화상' 노래도 생각이 나 흥얼거리고,
마침 휴대폰이 없는 것도 사람을 한가지게 만드는구나. 행여 전화를 못 받을까, 진동 소리에 부르르 떨지 않아도 되고 사람이 한결 덜 바빠지는구나, 괜한 분주함의 원인이 휴대폰이었구나,
북한과 통일이 되면 화용론적으로 문제가 많을 거야 기타등등의 생각을 하며 기차 여행을 했다.
흐..그러나 밤에 집으로 오는 길, 한마디로 시골에서는 살기 어렵겠다를 마구 외쳤다.
이촌역에서 기차 시간을 놓쳐 30분 기다리고,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옥외에 있는 플랫폼에서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쪼그리고 앉아있고,
휴대폰이 없으니 누구에게 토로할 수도 없고,
사람은 북적이고,
중앙선 기차로 한 시간을 꼬박 달리니 양수역에 도착. 비는 더욱 거세져서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올라타는데 비를 온통 다 맞고.
30분 가량 달려 드디어 집에 도착.
서울에 살아야 돼. 이거 원!을 연발하며 집에 들어오니 10시 45분.
우리 하늘이는 주고 간 밥을 한 알캥이도 안 먹고 슬픈 눈으로 집 속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집을 나갈 때에도 하늘이의 슬픈 눈이 내 발을 붙잡았었는데....돌아와서도 영 마음이 안 좋다. 바람이 불까해서 파라솔을 안 펴 주고 나간 게 잘못이었는지 애는 비에 맞아 털이 축축하다.
진짜 나는 드라마에 나오는 애 엄마처럼 집에 뛰쳐 들어가서 마른 수건을 가지고 나와 하늘이의 젖은 털을 말리고, 밥을 먹으라면서 한 알씩 하늘이 입에 넣어 줬다. 그제서야 밥을 먹는 걸 보니 흐.....마음이 진짜 찢어진다. 비바람이 심하게 쳐서 파라솔을 켜는데 내 옷은 다 젖고 난리도 아니었다. 코가 좀 말라 있는 듯해서 감기약도 먹이고...
정말 애 있는 엄마가 직장을 가지고 있는 건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애를 키우며 일을 하고 있는 사촌동생과 친구들이 생각난다.
결국 천둥번개와 폭우가 계속돼서, 하늘이를 집 현관에서 재웠다. 히히...
하늘이도 안심하는 눈치였다.
2009.5.30.sat.푹 자고 일어나 하늘이와 딩가딩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