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쉬엄쉬엄, 즐기면서"
 예전부터 들어왔던 이 말의 뜻을 P 선생님 덕분에 어제야 이해했다.
 


우리가 해야되는 일이 딱 한 개라면 자기를 그 일에 다 태워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메일을 열어 보면 항상 새로운 일거리들이 쏟아져 내리지 않나. 핸드폰으로도 새로운 일이 터지고 전해지지 않나. 일은 그야말로 끝이 없다.




현재 돌아가고 있는 대략 여섯 가지 범주의 '일'들-논문쓰기, 학생 가르치기, 프로젝트, 새로운 것 공부하기, 책 쓰기, 나이값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신경쓰기, 인간관계 유지하기-


내게 언제나  일은 헤치워야 할 대상이었다. 이 일이 끝나면 놀아야지, 마음에 여유가 생기겠지 했지만 웬걸, 하나가 끝나면 또 하나의 일이 기다리고 있으니 정녕 마음이 가벼웠던 적은 없었다. 게다가 점점 내게 맡겨지는 일들이 호락호락한 것들이 아니라서, 일을 끝내는 데 필요한 기간도 점점 길어지고(특히 논문처럼..), 일의 수는 많아지니 요 몇 년 간은 완전히 최악이었던 것 같다. 논문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위궤양까지 얻은 건, 이 일들을 헤치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장거리 레이스를 했기 때문이다.


마라톤 선수가 한 구간을 전력질주를 하면 전 구간을 다 뛸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일이다.
공부하는 사람도 마찬가지. 한 종목에서 내 에너지를 다 소진시키면, 더 이상 뛸 수가 없지 않겠나!

 
쉬엄쉬엄, 즐겁게.
아침부터 시작되었던 평가와 인터뷰를 끝내고,
해 버리죠 하면서 점수를 공장 기계처럼 합산하고 있었다.
 이런 날 보면서 P 선생님이 '노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며 스치듯 해 주었던 얘기들.
내겐 이 짧은 얘기가 거의 開眼 수준의 중요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고마운 P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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