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4. 목요일 어제에 이어 봄 날
오늘 처음 가 본 연구실.
기분 묘했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방 문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좀 얼떨떨하기도, 좀 흥분되기도, 한편 덤덤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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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 철학하는 사람은 탱크쏭 교수 한 명뿐이었는데,
오늘 여자 3명과 남자 1명을 보게(구경하게) 되었다. 그들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파리한 철학자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여자 셋은 밍크를 두르고 얼굴은 번쩍이는 싸모님들 같았고, 남자 한 명은 대머리 복덕방 아저씨 같았다. 하긴 블루베어 탱크쏭도 철학자 같진 않다. 그냥 중국인 같지.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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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교수들에 비해 나는 지나치게 대학원생이나 조교 같은 분위기다. 그들의 나이가 나보다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몸집과 생김새, 분위기 자체가 그들은 완전 중년의 어른이다. 나도 먹을 만큼 먹었다고 생각하는데, 오늘도 '어리고 젊으시니까'라는 말을 수 십번 들었다.
저녁에 TV를 보니까 민주노동당 대표 이정희 씨가 나오던데, 이 사람도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겠다 싶더라. 드센 할아버지, 아저씨, 아줌마들이 판치는 정치판에서 대학원생 얼굴로 살아나가려면...... 그래서 그런가? 이 사람은 거의 무표정이고, 좀 강박적으로 보일 때가 많다. 젊은데도 세련되고 여유있는 홍정욱 씨와 비교된다. 기존 세력의 무식함과 지루함을 단번에 압도하는 젊은 기운. 내게도 이런 기운이 좀 풍기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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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권을 끊는 곳에서, 신분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교수라고 답했다. 거짓말 한 것이 아닌데도 좀, 부끄러웠다. 아마도 주차 관리를 하시는 우리 이모나 삼촌뻘인 아줌마, 아저씨의 눈이 좀 동그래지면서 갑자기 자신을 낮추며 나를 대하는 말투에, 민망함에 더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