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보시기에 엄마는 예쁜 사람일 거다.
3월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엄마는 꼬박꼬박 성경을 읽어나가고 있다.
엄마는 매일 아침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집에서도 바지런하게 움직이고, 하늘이를 기분 좋게 해 주기도 하고, 나를 기분 좋게 해 주기도 한다. 생색 하나 내지 않고 모든 일을 한다.
오늘 잠시 들린 연구실 창밖의 온실을 보더니 저기 들어가 보면 좋겠다고 하신다. 난 그곳을 한 달간이나 드나들었는데도 그런 생각을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이렇게 작은 것들에서 재미난 것, 예쁜 것, 소중한 것들을 잘 찾아내는 능력을 가졌다.
기적.
엄마는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기적을 체험하면서 살고 있고, 그것에 대해 정말 신기하지 않니? 라며 내게 얘기해 준다. 그런데 들어보면 '기적'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일반인들이 더 많을 법한 얘기들일 때도 있고, 이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엄마가 신기할 때도 있다.
영적 생활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하셨던 목사님 말씀이 떠오른다. 엄마는 전혀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모든 힘을 빼고 영적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난 뭔가 무리스럽게, 힘을 잔뜩 주고 뭔가를 시작해 보려고 하다가 스트레스만 엄청 받고는 결국 한 달 내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영적 생활'에서 1등하려고 했다가 내 뜻대로 잘 안 되니까 짜증만 나고 스트레스만 엄청 받고 있는 꼴? 정말 유치하다. 영적 생활에서 1등이라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나는 참으로 어리석은 자식일 것이다. 쟤는 내가 가르쳐 주는데도 왜 저럴까 싶으실 거다. 그래서 엄마를 내 엄마로 정해 주신 것 같다. 다른 보통 엄마를 만났더라면 난 삐뚤고 모질게 자랐을지도 모른다.
4월이 시작됐다. 나도 엄마처럼 힘 빼고 자연스럽게 살아보리라. 기도해 보려고 한다. 매일매일을 성실하게,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감사하면서 즐겁게 사는 연습. 훈련하면 된다고 하니까, 성경에는 진리가 담겨있다고 하니까 믿고 해 봐야겠다.
오늘 저녁에 우연히 물 흐르듯 편안한 김대성 아저씨를 만난 것도, 어찌보면 하나님께서 나를 타이르는 사인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얘야 그렇게 조급해 하지 말아라, 네가 가진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헤아릴 줄 알아라, 착한 마음으로 욕심 부리지 말아라, 성실하게 매일매일을 살아나가라. 그러면 내가 다 알아서 해 줄 것이다.
-오늘 일기 끝.
우리 엄마
2011. 4. 2. 0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