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의뢰가 온 논문을 '게재불가' 판정을 내리고 나니 영 마음이 쓰였다.

혹시 요새 내가 계속 수시논술 채점이다 뭐다 해서 너무 예민해져 있는 건 아닌가 해서, 오늘 다시 한번 그 논문을 꼼꼼이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역시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준다해도 50점밖에 안 되는 논문이었다.

누가 쓴 걸까? 몇 다리만 건너 가면 알 만한 사람일텐데.......

어떻게 기본적인 개념도 모르고 글을 쓸 수 있지,
어떻게 선행연구를 꼼꼼히 보지도 않고, 이렇게 무식하게 논문을 써 댈 수가 있냔 말이다.

내 박사논문과 관련한 첫 번째 소논문이라 어떤 후속 연구가 진행되었는지, 제목을 보고 무척 궁금했었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었음 해서 정말 웬만하면 싣고 싶었는데....정말 안타깝다. 에이잇.

안타까운 마음에, 이름 모를 저자에게 심사평을 세 페이지나 써서 학회편집부에 넘겼다. 그러다보니 시간은 흘러흘러 아침 6시가 됐군. 몇 시간 후면 또 학생들 논술 채점하러 가야하는데..... 에이이이잇.


그래도 이 사람 덕분에 꺼져가고 있던 불씨를 확 지필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이번 겨울 방학 때, 저엉말 좋은 논문 한 편 써야겠다.




아..근데, 정말 오른쪽 뇌가 찌릿찌릿 아프다. 이번주 갖가지 모양새로 쓴 남의 글들만 눈 바짝 뜨고 읽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인 것 같다.(J 선생님이 자기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른쪽 뇌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무지 아프다고 하셔서, 좀 유난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으으으으.....
내일은 550편의 글을 교차채점해야 한다. 아아아아아...

나와 내 파트너였던 G 선생님. 우리 둘은 정말 잔꾀 하나 안 부리고 1000편의 글을 꼼꼼이 읽어 봤고, 합의된, 엄정한 기준으로 평가했다. 어흐흑... 1000명 중 건진 9명. 우리가 뽑은 애들...정말 얼굴 좀 보고 싶다.TT 어흐흐흑....아흐흑. 내일 교차채점까지 끝나면 G 선생님과 얼싸안고 울 것 같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이번주 금요일까지. 아............ 이건 완전 바위를 끝없이 굴려야 하는, 프로메테우스던가 뭐던가...... 그 신세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