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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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젖지 않고 가는 삶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욕심일 것이다.
살면서 '역경'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올 때, 하나님은 우리가 이 계기를 통해 더 성숙해지를 바라시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세계관은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의 역경/고난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기독교는 알아서 도를 닦으라는 소리는 하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내가 마음에 들고 안 들고 할 일은 아니지만.
완고한 어른, 고집불통인 어른으로 늙어가는 까닭은,
자신의 생각이나 생활이 더이상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은 아닐까.
유연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어른으로 나이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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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요영성클래스에서 성경을 묵상하며, 예수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매력을 느꼈다. 정말 그는 시대의 개혁가였고, 용감하고 진지한 사람이었다.
그 옛날, 새로운 가족 개념을 제시하다니.....
예수는 자신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찾자,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고 하시고는
그리고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시고 말씀하셨다.
"보아라, 내 어머니와 내 형제자매들이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마가복음 3: 34-35)
예수의 가족 개념에 대한 선포.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이 아니라, 뜻을 같이 하고 행하는 사람이 형제자매요, 어머니라는 선포는 가깝게는 나를 포함하여, 자신의 가정을 꾸리지 못하여 뭔가 불완전함을 호소하는 싱글들에게, 나중에 늙어서 피붙이가 없으면 어쩌나 하며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에게, 또 고아에게, 미혼모들에게, 독거노인들에게...또는 가족은 있으나 외로운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물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행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서로 사랑하고, 하나님을 믿고, 가난한 마음으로 살며, 오래 참고, 불쌍한 이를 불쌍히 여길 줄 알고.....예수님이 살아계신 동안 전해주고 실천한 행동들이 하나님의 뜻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