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출산 직후 온다는 우울증. 전혀 없었다.
아기를 낳고 4개월 보름이 지난 지금. 아무래도 이게 우울증인가 싶을 정도로, 매우 우울하다.
아기는 세상과 엄마 아빠, 자기를 둘러싼 환경에 점점 적응해 나가는 것 같은데,
엄마인 나는 여전히 멘붕이다.
지난 여름보다는 무언가 많이 좋아진 것 같지만, 외형적인 것- 예컨대 베이비시터를 두었기 때문이라든가...-일 뿐,
심리적 상태는 전혀... 점점 압박은 심해져간다.
남편은 어떨까?? 모르겠다.
남편은 나보다 자기 일을 잘 해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도 그대로 피곤하겠지.
아기는 사랑스럽지만,
이것과는 별도로.......... 나는 우울하다.
새벽마다 아기가 뒤척이는 소리에 깨고, 일어나 아이를 지켜보는 일,
아침잠이 많은 내가 아침에 못 자고 아기와 함께 새벽 5시, 6시, 아침 7시경 깨서 우유를 주거나 젖을 물리고,
일어난 아이와 아침 댓바람부터 웃음을 지으며 놀아줘야 하는 일.
낮에 함께 있는 주말에도 재이에게 총력을 다 해야 하는 것.
밤에 잠 들기 전, 칭얼거리거나 우는 아기를 달래 재우는 일.
모든 게 서툴고, 피곤은 쌓여서 지치고. 허리는 임신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아프다. 병원에 가야할 정도인가 싶게 요즘은 통증이 아주 심해져서 침대에 똑바로 눕지를 못하겠다.
남편과의 달라진 관계-우린 대화와 같이 노는 시간이 줄었으며, 다른 건 다 훌륭한데 돌발상황에 대한 의연함이 부족한 남편은 아기가 울거나 뭐가 뜻대로 안 되면 내게 짜증을 잘 낸다.
재이가 나오는 이상한 꿈을 되게 많이 꾼다. 바운서 같은 데 재이를 들고 가다가 로프에 매달려 가는데, 바운서가 뚝 떨어져서 놀란다. 그런데 다행히 재이는 다치지 않고 방긋방긋 웃고 있는다든가 꿈에서 재이에게 젖을 주고 있는데, 깨자마자 또 젖을 줘야 한다든가. 진짜 엄청 다양한 상황이 펼쳐진다.
재이와 내가 둘 다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1. 일단, 난 조용한 곳에서 잠을 좀 자야겠고- 아줌마 계실 때 안방 문을 꼭 닫고 잔다.
2. 허리 통증을 해결해야 한다.- 마사지를 받거나, 추나요법 어쩌구 하는 데 가보거나 진단을 받아야겠다.
3. 점심 먹고 30분 걸으며 운동을 해서 뱃살을 빼거나 아님 요가를 다시 시작한다. 요가가 좋겠다...집 앞에서 시작하자.
4. 논문을 하루에 한 편은 읽어야겠고.
5. 10시-5시30분은 학교에 나오도록 한다.
6. 평일 저녁 6시 이후 시간과 토, 일은 재이에게 올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