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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사람/2025-지루하지 않게 늙어가기

지루하지 않게 늙어가기

by postever 2025. 8. 2.

언제까지 이 광야생활 같은 삶을 계속해야 하는 걸까.

수많은 정보, 수많은 관점들이 머릿속에 흘러다닌다.

특히 종교적인 말들은 이런 순간에 자동 반사처럼 떠오르곤 한다.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아라, 모든 것이 하늘이 주신 은혜다, 하나님은 너를 버리지 아니하신다. 들풀 하나까지 다 돌보지 않느냐, 네가 받은 복을 세어 보아라."

그런 말들.

도교적 사유는 또 이렇게 말하겠지.

'네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 마음을 비워라, 원래 모든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법이다, 모든 것은 공이다." 

자기계발서류들은 이런 말들을 할거다.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 운동해라, 발을 땅에 딛고 살아라"

모두 그럴 듯하지만, 어떤 것도 각성되지 않고, 위안이 닿지 않는다.

어느 것 하나도 내게 체화된 것이 없어서 그렇다.

나는 지금, 50을 향해 가는 '아줌마'가 되었는데도,

내 몸으로 살아낸 것, 체화된 것이 하나도 없으니 지혜롭지 못한 체, 물리적 숫자만 높아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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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사는 사람은 살면 살수록 신비한(?) 인물이 되어간다.

그를 나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마음이 답답해지기도 한다.

요즘의 그는 정치 이야기, 역사 이야기 같은 그 무엇보다 '멀리 있는 이야기'를 즐긴다.

나 자신, 친구, 가족에 관한 가깝고 사적인 이야기들,

우리 사이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엔 이제 관심이 옅어진 것 같다.

그가 노년으로 들어가는 징조일까?

평면적인 사람이 아닌 덕에 지루하진 않아서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지도 모르지만,

이대로 그가 미간에 주름이 깊게 박힌 채 모든 이야기의 귀결은 정치와 역사로 끌고 가는 노인이 되다면, 기

나는 좀 서글플 것 같다.

나는 그가 청년처럼 귀엽게 늙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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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면, 늙어가는 여자들이 보인다.

그들은 남의 이야기, 남의 가족 이야기, 심지어 친구의 친구의 친구 이야기까지 하루 종일 나눈다.

아이 엄마들의 모임에선  '아이를 키우는 나'가 아니라 '아이와 아이의 학교생활'만이 화제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말을 줄이고, 딴생각을 하거나, 차라리 아이들 쪽으로 가서 논다.

왜 이렇게 다들 남의 이야기, 멀리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아마도 '나'를 이야기하는 게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타인의 이야기는 쉽다. 재단하기도 쉽고,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까. 

나의 이야기는 어렵다. 깊게 파고들어야 하고, 책임도 져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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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단히 애 쓴다. 만약 내가 말을 하게 된다면 '내 이야기'를 하겠다고. 이 세상에 무의미한 소란을 한 숟가락 더 얹지는 않겠다고 다짐해 왔다. 

하지만 또 다시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미성숙한 건 아닐까?

젊은이들, 특히 10대와 20대는  오로지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끝없이 말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퇴행하고 있는 걸까, 철이 덜 든 걸까, 아니면 나이를 거부하는 걸까?

잘 모르겠다. 

내 마음이 왜 이렇게 답답한지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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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더없이 잘 크고 있다. 고마운 일이지만, 그 사실이 나의 무게를 덜어주지는 않는다.

내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아이의 일상에 개입하고 나면 밤 시간엔 도저히 공부가 되지 않는다.

이젠 정신보다 몸이 먼저 소진되는 걸 느낀다. 다리가 저리고 허리는 아프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진짜. 운동해야 될 때인가. 하루키처럼 달리기를 시작할까. 우리 엄마처럼 산책을 해야 할까.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하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는 사람이다. 운동이 싫다. 정말로. 이를 어쩐다.

종교에 기대기엔, 내 안에 의심이 너무 많다. 그래도 이럴 때마다, 이상하게도 위기의 순간마다, 나는 기독교의 언어를 떠올린다. 이미 오래 전에 나도 모르게 세뇌된 것일까.

그 말들은 늘 조건부다. "예수의 길을 따르고 믿으면, 예수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임을 믿으면..."

하지만 나는 그 대전제를 100%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여전히 그 말들은 나의 '몸'으로, '삶속'으로 내려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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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지혜로운 사람으로 늙어갈 수 있을까.

지루하지 않게 늙어가고 싶다.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처럼 살고 싶은데, 지금 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지, 어떤 생각의 틀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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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건대 영재원와서 작성 중. 쿠팡에서 도회푸드 월남쌈을 시켰는데, 젓가락을 안 갖다 줬다. 다 싸여 있는 월남쌈은 그렇다치겠는데, 묵은지도 손으로 먹어야 하나..난감하다. 밥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