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에서 서울로 오는 길,

깊은 하늘색과 가을처럼 기분 좋은 공기에 마음이 마구 흔들린다.



순간 친구 B, M이 떠오르기도 하고,

전화를 해서 "우리 동해 가자!"라고 말하면 금방이라도 이들이 "좋아!"라고 외치며 나올 것 같다는 상상도 했다.




온갖 생각이 흘러간다.




고마운 사람, 보고 싶은 사람, 미안했던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은 사람, 오랜만에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사람들을 떠올렸을 때 슬픈 얼굴보다는 웃는 모습으로 떠오르는 이가 더 많으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까 라디오에서 흘러 나왔던 노래들.
93.1이 요새 인력이 딸리는지 영 지지부진한 곡만 선정해 놓는 바람에 '친한 친구'를 듣게 됐는데, 연속해서 흘러 나오는 두 노래가 모두 좋았다. 지잉~~~


이 노랜 처음 듣는 노래였는데, 흠...좋더라.(mp3 음질이 영 안 좋네...아까 라디오에선 참 좋았는데...아쉽다.)


두 번째 노래는, '그대라면'/알렉스.--> 알렉스는 약간 쇳소리가 나는 음색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사람의 가공된 듯한 이미지를 충분히 보완해 주는 것 같다. 나름 담백하고 진실되게 들려.
마음 한 구석 '지잉~'하면서 듣고, 노래가 끝난 후에도 여운이 남아서 고개를 기웃기웃하고 있는데, 그놈의 강인이라는 사회 보는 애 녀석이 '이 노래를 들으니 라면이 먹고 싶다.'고 멘트를 날렸다. 확 라디오를 꺼 버렸다. 난 역시 나이 먹은 건가......-.-









시간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요즘 시간의 힘에 대해 놀라고 있다.

어릴 때의 난 이런 가요의 가사들을 얼마나 유치하다고 비웃었던가.




하지만 10년이란 시간이 흐르니,

이런 노랫말처럼 절절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가질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말할 수 있다는 것도

모두 아름다운 일이라고만 여겨진다.





오늘은 정말,

선곡된 좋은 음악을 엠프 옆에서 듣던 그 소리와

끊임없이 연주되던 기타와 피아노 소리가 그리웠다.

노래 불렀던 날들이 그리웠다.



어쩌면 나에게 딴따라의 피가 아주 조금은 흐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저녁 9시경이었다.후후-

이걸 어찌 해소하고 살아야 하나.

감정을 주고 받는 일이 뜸해질수록 가슴 한 복판이 답답하고, 머리가 맑아지질 않는다.

우리는 어릴 때 얼마나 많은 감정들을 (소모하다시피) 누렸으며, 들끓는 생각들을 쏟아 부었던가.

때론 다른 생각들을 소리 높여 주장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때론 공연을 본 후 '전율'이라는 게 무엇인지 똑같이 느끼기도 하면서......


이런 게 다는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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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나저나, 다음주 월요일. 당장 강의가 시작이다. 16주.

목요일. 또 하나의 강의가 시작이다. 16주.

9월 초 개강인 줄 알고 전혀 마음의 준비를 안 하고 있다가 이게 어인 날벼락이란 말이냐......

스트레스 만빵이구나.

논...문....은 또 어떻고.TT 지도 선생님을 찾아가 뵈어야 할 때가 됐는데. 9월 둘째주에 가야지.


약간 곱슬머리에 역삼각형의 얼굴, 쌍꺼풀이 없는 좁다란 눈과 언제든지 표정을 바꿀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얄팍한 입술. 전형적인 중간 간부의 야비한 자신감과 이유 없는 대담성과 구질구질한 변명의 표정이 정확히 삼분의 일씩 나뉘어 있는 얼굴이다.

 



어차피 인생에 더 나은 것 따위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단지 더 모르는 것에 끌릴 뿐이다. 그리고 모르는 것이 없어질수록 삶의 열정도 사라져간다.

-전경린(2004), '바다엔 젖은 가방들이 떠다닌다', <<물의 정거장>>, 문학동네.



중계도서관에 갔다가 소설책을 열심히 읽는 아줌마들을 보고 자극을 받았는지 아니면 도서관 대출증을 만든 기념에서인지 책 한 권을 빌려 오고 싶었다.
한 자라도 논문과 관련된 참고문헌을 더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지만......


전경린 씨는 뭉뜽그려 있어서 명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었으나 느끼며 살고 있던 여러가지 감정들과 마음, 그리고 생각의 과정들을 정확한 단어 선택과 자연스러운 표현들로 내게 보여주었다. 하도 적나라해서 지하철에서 읽는 내내 내 마음과 생각을 다 들켜버린 것 같아 괜히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을 슬쩍 보기도 했고, 비밀 일기를 쓰는 양 책을 내 쪽으로 당겨 읽기도 했다.




아- 소설은 정말 이런 맛에 읽는다!
소설가들은 정말 대단해!
이런 걸 통찰력이라고 하는 거겠지?



*사족: 훌륭한 input이 들어가면 output은 따라 나오는 것 같다. '훌륭한 input'은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만들어 내며 닫혀 있던 사고의 범위를 탁 트이게 해 주기 때문이다. 쓰기의 스킬을 가르치는 건 그 다음의 일...
그렇다면, 내가 소논문들을 읽어도 별 output이 안 나오는 이유는? 그 논문들이 '훌룽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순 남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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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6:03 P.M. 제천에서 서울로 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봤던 "여름 하늘"이다. 떠 가는 구름의 모양이 꼬마 자동차 붕붕 같기도, 아기 공룡 같기도 했지. 산과 들판, 구름, 하늘이 서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던지!(고속버스의 창이 선팅이 되어 있어서 사진은 어둡게 나왔다.)쨍쨍한 햇빛과 그 속에서 부는 바람, 파란 하늘. 여름의 쓰리콤보 대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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