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연지기.

 

"천지간에 가득 차 있는 넓고 큰 기운"

 좀스럽지 않고, 넓~고 큰~기운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키 순으로 하면 10번을 넘어본 적이 없는 작은 애로 살아왔는데,

내 마음 속엔 늘 '용 띠'가 가진 크고 웅장하고 멋진 기운을 품은,

별로 체험한 적은 없으나 넓고 광활한 벌판이나 끝없이 펼쳐진 하늘처럼 큰 기운을 동경하는 습관이 어릴 때부터 있었다.

살다보니 체격도 작고, 여자고, '귀엽거나 야무진 쪽'으로 승부하는 것이 더 편하고 잘 어울리는가 싶어서 마음 속의 큰뜻을 숨겨왔으나, 이제는 본래 생겨먹은 대로 살아보려고 한다. 마흔이니까!!!!

 

마흔부터 쉰까지.

키워드는 '호연지기'다.

좀스럽고 발발 떨어대는 발발이처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넓은 마음으로 바라보며, 큰 에너지들을 흡수하고 키워나가며 앞으로 10년간 살아보려고 한다. 호연지기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하고 수련해 나가고 싶다. 

 

 

출전

「공손추(公孫丑)가 물었다. “선생님이 제(齊)나라의 경상(卿相)에 오르셔서 선생님의 도를 펼치실 수 있게 된다면, 비록 이로 말미암아 제나라 임금을 패왕(覇王)이 되게 하시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마음이 동요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맹자(孟子)가 말했다. “아니다. 내 나이 사십 세가 되어서부터 마음이 동요하지 않게 되었다.” 공손추가 말했다. “그러시면 선생님께서는 맹분(孟賁)보다 훨씬 더 뛰어나십니다.” 맹자가 말했다. “이것은 어렵지 않다. 고자(告子)도 나보다 앞서 마음이 동요하지 않았다.” 이어 맹자는 진정한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용기가 있었던 사람들을 예로 들며 진정한 용기란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不動心)이라고 말했다. ······ 그러자 공손추가 물었다. “감히 여쭙겠습니다. 선생님의 부동심(不動心)과 고자의 부동심에 대하여 들려주시겠습니까?” 맹자가 말했다. “고자는 ‘남이 하는 말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을 마음에서 구하지 말며, 마음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을 기(氣)에서 구하지 말라.’고 했다. 마음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을 기에서 구하지 말라 함은 옳지만, 남이 하는 말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을 마음에서 구하지 말라 함은 옳지 않다. 대저 뜻은 기의 통수(統帥)요, 기는 몸에 가득 찬 것이다. 뜻이 확립되면 기가 다음에 따라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의 뜻을 올바로 지켜서, 자기의 기를 해치지 말라고 한 것이다.” 공손추가 말했다. “뜻이 확립되면 기가 다음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하시고 나서, 또 자기의 뜻을 올바로 지켜서 자기의 기를 해치지 말라 하심은 어째서입니까?” 맹자가 말했다. “뜻을 오로지 하나에만 쓰면 기가 움직이고, 기를 오로지 하나에만 쓰면 곧 뜻이 움직인다. 이제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달음질하는 것이 기이기는 하나, 그것이 도리어 마음을 동하게 한다.” 공손추가 말했다. “감히 묻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느 것을 잘하십니까?” 맹자가 말했다. “나는 말을 알며, 나의 호연지기를 잘 기르노라.” 공손추가 말했다. “감히 묻습니다. 무엇을 호연지기라고 합니까?” 맹자가 말했다. “말로 하기가 어렵다. 그 기(氣) 됨이 다시없이 크고 다시없이 강하여 곧게 기르는 데 해(害)하는 것이 없으면 곧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게 된다. 그 기는 언제나 의(義)와 도(道)에 짝하여 함께하니 이것이 없으면 허탈이 오게 된다.”(公孫丑問曰, 夫子加齊之卿相, 得行道焉, 雖由此覇王不異矣. 如此, 則動心否乎. 孟子曰, 否. 我四十不動心. 曰, 若是, 則夫子過孟賁遠矣. 曰, 是不難, 告子先我不動心. ······ 曰, 敢問夫子之不動心, 與告子之不動心, 可得聞與. 告子曰, 不得於言, 勿求於心, 不得於心, 勿求於氣. 不得於心, 勿求於氣, 可. 不得於言, 勿求於心, 不可. 夫志, 氣之帥也. 氣, 體之充也. 夫志至焉, 氣次焉. 故曰, 持其志, 無暴其氣. 敢問夫子惡乎長. 曰, 我知言, 我善養吾浩然之氣. 敢問何謂浩然之氣. 曰, 難言也. 其爲氣也, 至大至剛, 以直養而無害, 則塞於天地之間. 其爲氣也, 配義與道, 無是, 餒也.)」(《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

 

고자는 맹자와 같은 시기의 사람으로 성은 고(告)이고, 이름은 전해지지 않는데, 일설에 의하면 불해(不害)라고도 한다. 고자는 유가와 묵가의 도를 겸비했다고 한다. 맹분은 춘추시대 제나라의 용사이다.

 

2. 살아갈 땐 더욱더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어느 자리건, 어떤 사람을 만나건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상대방에 따라, 자리에 따라 바뀌거나 긴장하거나 오버하거나 하지 않고.

내 중심을 정확히 갖고, 땅을 단단히 딛고 서서 나아가는 사람.

 

 

3. 연구는 촘촘하고 날카롭게

 

큰 기운, 삶의 에너지, 자연스러움, 여유로움 운운하다보면 연구자로서도 물렁해질까 해서 3번을 별도로 두었다.

 

내 연구는 앞으로 더 촘촘하게, 한 줄 한 줄 버릴 것이 없는 글들로 채워져야 한다.

그리고 그 분석과 해석은 더욱더 날카로워져야 한다.

논문을 읽다보면, 칼에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사람이 떠올릴 수 있도록.

 

삶의 양식과 일의 결과물이  맞지 않는 면이 있는데, 이 두 가지를 다 갖출 수 있을지 궁금하다.

 

2015. 1. 15. 목요일 @308 연구실

2014- 새해에 해야할 것들

 

1. 몸과 손을 직접 사용하기,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고 행동력 있게 일을 처리해 나가기.

   (생각만 하지 말기. 계획만 잡지 말기. 책으로 먼저 배우지 말기.)

 

  - 30분씩 매일 걷기

  - 사람들과 직접 연락하고, 일을 구성하기, 실행으로 옮기기

 

 

2. 연구하기

 

  - 2년 동안 연구자로서 입지를 세우기

  - 최소 3개의 단독 논문 투고, 발표/1년

 

  의사소통과 감정의 문제, 의료커뮤니케이션, 감정이입, 공감, 관계중심적 대화에 집중해 보기

 

 다양한 연구 과제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 나를 가둬두지 말고 열어두기

 

3. 외국어

 

  - 매일 영어 공부 30분씩: 읽거나 쓰거나 말하거나 듣거나 매일 30분씩 하기

  - 독어 공부 매일 30분씩: 읽기, 문법 중심으로 공부해서, 1년 후 원서 강독할 수 있게 하기

 

 

4. 이 모든 것보다 가장 우선해 둘 것은, 믿음의 사람으로 살아가기

 

  -모든 일에 우선하여 매일 기도하고 계획하고 행동하기. 매일 성경을 조금씩 보기.

  - 남편과 부모님을 사랑하고, 내 주변의 사람들을 배려하기, 그들의 생각과 말에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도록

  - 뱀처럼 지혜롭게!

KNK 선생을 만났다. 처음부터 내게 친근감을 표현하던 사람. 아줌마처럼 이야기를 떠걱떠걱 잘 건네고 풀어놓던 사람.

우리는 전혀 학연도 지연도 없는 상황에서, 여행을 하다 만난 사람들처럼 학회에서 처음 만났다. 2007년이었다고 한다.

 

6년이 흘렀다. 그때 석사과정생이었던 K 선생은 올해 여름 박사 논문을 쓰고 졸업을 했다. 학회에서도 발표를 열심히 하고 있다.

 

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게, 그 시간들을, 과정들을 같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던가. 쑥쑥 자라고 있는 K 선생을 보며 대견해 보이기도 하고, 마음이 참 좋았다.

 

학회를 마치고 저녁을 먹고, 둘이 나와 차를 마셨다. K 선생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도 알게되었고, K 선생이 이전에 했던 일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게 되었고, 그의 형제 관계, 고향, 그의 나이, 학번을 알게 되었다. 나는 K 선생에게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같은 길을 가는 동역자를 만나고, 그가 인간적으로도 괜찮은(내 취향의 사람-진중하고, 얍실하지 않고, 속되지 않고, 자기 색깔이 분명해서 재미있는 구석이 있는 사람) 사람일 때, 내가 그래도 헛살지는 않았나보구나, 제대로 길을 가고 있구나 하는 잣대가 되는 듯하다.

 

사실 최근,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P 선생님이 주는 외부의 자극들과 나름 운 좋게 주어진 기회들에 그냥 이끌려 온 것은 아닌지,

시립대에서의 3년 동안 무엇을 한 것인지,

박사학위를 받은 후 3년 6개월 동안 무엇을 한 것인지,

내가 주도적으로 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회의감에 빠져 있었다.

 

내 색깔을 지니고, 잘 닦아 나갈 때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고,

내 모습이 흐릿해질 때, 내 주위에는 온갖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이거나 흩어지거나 하면서 주위가 지저분해진다는 것.

자연스러운 이치인 것도 같다.

 

오늘 KNK 선생을 만나면서, 나도 그에게 앞으로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동역자가 되어야지. 좀 더 내 일에 줏대를 가지고, 깊이 있게 파고 나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고맙다. 그 사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