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하하. 오랜만에 금요일 오후를 낭창낭창하게 즐기고 있다.
연구실에서!! 조쿠나~
들어오자마자 공부는 안 하고, 간단히 이메일 체크를 한 후, 계속 놀고 있다.
노래도 듣고, 신나게 인터넷 서핑중.

기분이 좋다. 오늘.
햇빛도 쨍쨍하고 바람도 살살 부니 스커트 자락이 샬라라하게 날린다. 걷는 기분이 삼삼.
괜시리 gege에게 전화를 해서 징얼징얼 쓸데없이 농을 쳤다. 아하하 웃기다.
 어제, 오늘 위가 아프지도 않고, 위궤양이 생기니 주먹밥을 1개 반만 먹어도 포만감이 가득하다. 왠지 올 여름 날씬해질 것 같으니, 뭐 좋다고 생각하자. 기름 진 음식을 못 먹어 항상 배 고픈 느낌이지만.....
게다가 종강을 한 주 남기고 학생 몇몇한테 수업이 좋았다는 칭찬(!)까지 들으니 그야말로 기분 최고다. 난 칭찬과 인정에 굶주렸던 것일까? 애들이 해 주는 칭찬에 이토록 기분이 좋다니.
게다가 애들 몇몇은 지난주부터던가? 수업이 끝나도 집에 안 가고 교단 쪽으로 와서 얼쩡거리고 이 얘기 저 얘길 한다. 크크크...웃기다. 사실 난 애들 얘길 그닥 귀 담아 듣는 편은 아닌데....흠. 그래도 강의실에서 나와 학교 교문까지 걸어가는 길에 애들 얘길 듣다보면 심심치 는 않다. 골목대장의 느낌이 이런 걸까?ㅋㅋㅋ

어쨌든, 이번 학기는 수강인원 70명에다 매번 평가를 하니 내가 고생이 참 많았지...칭찬 받을 만하다. 정말 열심히 가르쳤거든.캬캬캬.(근데 학생들한테 난 어떤 선생으로 평가 받고 있을까? 참으로 궁금해.)



갑자기 이 여자 생각이 나서 검색해 봤다. 마른 몸과 총명해 보이는 눈.
똑바른 생각을 가졌을 것 같으나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어서 함께 있어도 지루할 것 같지 않은 사람. 괜한 거드름은 조금도 없을 것 같은 사람. 몸에 힘을 뺀 사람. 솔직해 보이는 사람..기타등등. 보면 볼수록 멋져 보이는 그이다. 저녁을 같이 하며 가볍게 술이나 한 잔 같이 해 봤음 좋겠다.
(근데 이런 류의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 별로 안 좋아할 거다.TT 난 내가 봐도 겉모습은 너무 어린이 합창단 단원틱하고 좀 바르게 입어 주시면 완전히 선생님틱 하다.)




이 날씨 좋고, 더군다나 금요일 밤인데!!!
스터디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샤를로뜨 갱스부르 같은 사람과 데이트를 하는 건 고사하고 말이지.
젠장.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매우 정치적인, 그래도 고등교육을 받아서 제도권 안에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다. 으으으으. 거기에 가면 난 '대인 이 선생'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곤 하는데, 사실 이건 완전히 내가 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귀찮아서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하며 그들을 항상 중재하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생긴 거다. 난 전혀 대인이 아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거야.ㅎㅎㅎ 이렇게 보면, 나 역시 매우 정치적이다. 우엑.

위궤양. 고춧가루류의 벌껀 음식은 원래부터 좋아하지 않으니 안 먹어도 상관없는데
시원한 초여름밤,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못 마시게 된 건,
크허 매우 아쉽다.

09. 6. 5. 금요일 @연구실 406호



지난주엔 친구네 집과 동네로 두 번이나 놀러 갔었다.

친구를 만나러, "친구네 동네"에 놀러가는 길.
이런 일이 무지 오랜만이었던 거다.

으례히 어디서 만날까 하면 광화문, 신촌, 홍대, 압구정 같은 지명이 나오지
"우리 집으로 놀러와." 하는 말은 어릴 때를 제외하면 별로 없던 일 아니던가.


친구네로 놀러 가는 건 우리가 친밀한 사이다라는 느낌,
또 아주 편하기도 해서 가는 길이 꽤 멀어도,
몸이 지쳐있어도 기분을 좋게 한다.
데이트를 약속하고 나가는 것처럼 약간 설레기도 신나기도 하더군.


낯선 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만나니 마음이 환해진다.
맛있는 밥을 먹고 만나자마자 두서없이 수다를 늘어놓는다.


나중에 나이 들어 체력이 안 받쳐 줄지라도
마음만은 젊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던 금요일 점심과 토요일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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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는 휴대폰이 없어서 집으로 전화를 하니 아버님, 어머님이 번갈아 받으셨고,
난 중학교 때처럼 "저 J 친구 누군데요, J 있어요?"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아버님과 어머님은 "어, OO이구나. 잠깐 기다려라. J야! OO이 전화다!" 라고 말하신다.
이 정겨운 소리에 마음이 징~~~.
오랜만에 J의 부모님 목소리를 들은 것도,
아저씨, 아줌마가 나의 이름을 반갑게 불러 준 것도 참으로 고마웠다.



우르릉쾅쾅.
2008년은 연말까지 계속 일이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 날이 온 걸 보니, 모든 게 다 끝이 있긴 있네.

끝맺음이 없는 건 인간사뿐이다.
일들은 아무리 끝나지 않을 것 같아도 언젠가는 이렇게 끝이나는데,
인간사는 내가 죽을 때까지는 계속 안고 가는 문제들인 것 같다.






17일 논문 중간발표 후,
18일-20일 국어 학회
24일 집에서 짐을 싸고,
25일 또 짐을 싸고,
26일 이사.
27-30일 짐 정리 중



이사를 하면서 또 모르던 세상을 배웠다.
취득세, 대출, 복비, 이자 뭐 이런 낯선 단어들...
그 밖에도 은행에서 뭐라뭐라 한 기억도 나지 않는 낯선 말들도 들어봤다.



크리스마스 같지도 않은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 나지 않는 연말.
매년 이러면 정말 사는 거 건조하고 재미없겠군 하는 생각.
다들 그냥 이렇게, 밍숭맹숭 의미부여하지 않고 지내나 하는 생각.
이젠 그 누구도 차려주지 않으니, 내가 좋아하는 건 스스로 잘 차려서 즐겨야겠다는 생각.
누가 뭐라뭐라뭐라 해도 예쁘게 살고 싶다는 생각.

아- 되게 외로운 연말이군.
사람이 곁에 있어도 없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니, 혼자서 잘 지내는 법을 알아내야 할텐데 하는 생각.
하늘이가 보고 싶다. -마음껏 사랑을 주면 마음껏 받을 줄 아는 하늘이.^^






어제는 같이 자라온 중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 송년회도 했다.
서로들 성향이 많이 달라, 성인이 되어 만났다면 친구가 안 됐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친구들.
하지만 그만큼 서로의 독자성을 인정해주고,
아무런 거리낌없이, 계산없이, 예의 차리지 않고 마음껏 까불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간만에 낄낄거리며 떠들고 웃고,하고 싶은 얘기 하고 좋았다.
내년이면 서로들 알고 지낸 지 딱 20년이 되네. 흐흐.
다들 나름의 방법으로 행복했음 좋겠다.




내일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친척들이 큰집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하고, 0시에 서로 새해 이사를 할 거다.
오랜만에 만나는 식구들.
이젠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날 때처럼 편하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만날 수 있었음 좋겠다.
그럴 수 있을 것도 같고 아닐 것도 같고.
내일 가봐야 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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