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부터 16:50분까지 학회.
학회란 내게 새로운 걸 배우는 것 40%,
다른 사람들의 공부하는 법이나 발표하는 법, 타인과 관계를 맺는 법 등을 간접 경험하는 게 60% 정도인 듯하다.
B언니라도 왔음 좋았을 텐데....우리 학교에서는 나밖에 없고, 학회에서 알게 된 사람들 몇몇과 인사를 하고 밥을 같이 먹었다.
재작년에 같이 수업을 들었던 꽤 진국으로 보였던 사람이 있었는데,
나도 그냥 인사를 안 하고 그 사람도 머뭇거리다가 인사를 안 한다.
내일 보면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지.
반면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몇몇의 무리들은
괜히 아는 척을 하든가 아니면 굳이 자기는 누구라 소개를 하면서 들썩거린다.
그냥 장단을 맞추고 있었지만, 이런 사람들은 좀 쭉정이 같다는 생각도 들고 같이 한 시간 이상 있으면 피곤해지는 스타일들이다.
점심 식사를 하고 학회장으로 들어오는 길에, 누군가가 내 이름을 크게 부른다.
G 선생님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전화도 안 했냐면서 발로 날 차는 시늉을 하신다. 담백하고 솔직한 선생님의 말과 행동에 감사했고, 기분이 좋았다. 진짜 스승과 제자 관계-내내 기분이 좋다.
B 선생님 역시 되레 내 건강을 염려해 주시고, 논문을 들고 부담없이 찾아오라고 말씀해 주신다.
난 부모님, 스승, 가족 복은 확실히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건 모두 내게 뭔가를 주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익숙하다는 걸 의미한다. 내가 잘 살아나가려면 받은 것들을 누군가에게 나눠주어야 한다. 이건 평생에 걸쳐 습관처럼 들여야 할 과제다.
생각하는 사람/기타등등
- 7월 첫주 금요일 2009.07.03
- 하루키, 소설가, 논문 쓰는 사람 2009.06.30
- 구린 커피 2009.06.27
7월 첫주 금요일
하루키, 소설가, 논문 쓰는 사람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반쯤 읽다 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예전에 배달된 책을 펴 들었을 때, 이 책은 기대에 차지 않았었다.
하루키의 멋진 무엇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그저 나 같은 애들이 블로그에 끼적거리는 듯한 산만한 글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7개월 정도가 흘러 다시 이 책을 보다 보니
동병상련이랄까. 아님 뭣 때문인지.....
소설가와 논문 쓰는 사람, 혹은 자기 길을 가는 사람에게 하루키는 여러 가지로 위안을 준다.
닭가슴살처럼 기름기를 쪽 빼고는 담담히 자기 얘기를 하고 있는 하루키.
자신의 성향과 에너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
글과 생각에 어떠한 거드름도, 어떠한 무게도 잡지 않는 사람.
일찌감치 그는 요즘 유행하는 Slow food 같은 삶을 살고 있었두만.
게다가 그는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그야말로 '세계인'처럼 살고 있으니......
내가 20대 때, 내 또래의 애들이 왜 하루키를 좋아했었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 시절 난 좀 있어 보이고 싶었던 것인지 정말 그 쪽에 심취했던 것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까뮈와 도스토예프스키를 들고 다녔다.)
이런 '어른'은 만나기 어렵지 않던가.
자신의 이론과 생활이 일치하고,
스스로의 한계를 알면서도 가능성과 꿈을 간직하고 있는 어른.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며 어떠한 인간 유형들이 살고 있는지 손바닥 보듯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마구 평가하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오며 가며 3시간 동안 이런 저런 많은 생각들을 담고 있었는데,
으- 너무 피곤해서 이만 줄여야겠음.
피곤해.
구린 커피
"구우~린 커피를 마신다아앙~"
크크크....
엘리베이터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엄마를 보며,
우히히히히히. 난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노래가 이렇게 바뀌니 더 잘 어울렸다.
장기하 씨한테 힌트를 줘야겠어.
웃겨서 쓰러짐.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