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정말 얼결에 소논문 심사를 맡게 되었다.

심사 당하는 위치에 있다가 이젠 심사를 하게 되는 위치에 서게 되다니,
잠시 흥분되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은 잠시 잠깐이었고, 논문을 받아든 순간 정말 골이 뽀개질 것 같다.
이런 것도 논문인가.


-익명으로 왔지만 결국 누가 썼는지 알아버렸는데,
-허걱, 이렇게도 논문을 쓰는군, 그것도 굉장히 잘난 척을 하면서......
-이 사람은 논문을 왜 쓰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되게 머리가 나쁘다.
-무식하면 용감한가?
-근데 엉덩이 무겁게 이것저것 많이 들춰 보고 읽어보면서 옮겨 놓기는 많이 했군.
-나이도 있던데 논문의 기본 형식도 모른다. 논문이 무슨 수필인가? 헛..참.


......
마음은 이렇지만, 감정은 다 배제하고 완곡하게 심사평을 써야겠지.




여하튼 이런 걸 세상에 퍼블리시하려고 내 놓는 용기가 참 대단하고 뻔뻔하다.
게다가 보수적인 학회에서 발표도 이미 했던 걸.......@@
(좀 겁내고 있는 학회였는데, 그 학회에서 이런 내용으로도 발표를 하다니, 그 학회도 별 거 아니구만!)





언젠가 브라운박사가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일종의 '뻔뻔함'과 '자만'에 있다와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
정말 그런가보다.
우리 선배들 같았으면 도저히 이런 논문으론 어디에 명함도 못 내밀었을 텐데,
자신만만한 어조로 이것저것 늘여 놓은 이 사람의 글을 보면서
거 참, 이 남자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게 도대체 뭘지 궁금했다.
성별인가? 나이인가? 도대체 뭘까?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
2010. 8.30. 책 발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 표지 유감...-_-;



-워크북 형식으로 되어서 수업 교재로 쓰기에 적당함.
-혼자서도 공부하고 취업면접을 연습할 수 있음.



이 책은 2008. 9~2010. 7.까지 수업한 자료를 묶은 것이다.

수업을 하다보면, 왜 아이들은 면접을 보는 순간에는 그렇게 쫄아 있는지,
또 왜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남이 바라는 모습으로 맞춰 가려 하는 것인지 답답할 때가 많았다.
아직 한창 파릇파릇 어리고 젊은 애들이 말이야.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면접에서 남과 구별되는 나를 보이는 방법에 대해서 제시해 보려고 했다.
그리고 면접 준비라는 것이 단순히 취업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준비해 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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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로'가 10% 할인으로 인터넷 서점 중 할인을 제일 많이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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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2. 내 생일, 새벽에 태풍


모교에서의 수업은 우리집에 온 것마냥 편안했다.

내가 공부했던 비슷한 과목을,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비슷한 장소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고,
난 이제 가르치는 자리에 서 있고.

그때, E선생님은사회에 대해 다 유치하다고 생각하던 1학년이던 내게
온기를 불어넣어 주셨었는데......
 
이런 감동과 회상 같은 것이 뒤엉키면서,

학생들을 대하는 마음 자체도 조금 차이가 생겼던 것 같다.

좀 과장하자면 내 혈육을 대하는 것 같은?

이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갔을 때,
좀더 튼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 그런 마음.


내가 학교 밖에서 겪은 것들을 토대로, '우리만'의 무기, '우리만'의 아이덴티티는 OO이므로,
그런 경쟁력을 키우자는, 계도적인 말도 자꾸 하고 싶고.ㅎ


이미 다른 학교에서 150분 수업을 하고, 15분 텀을 두고 바로 레이서처럼 튀어간 학교에서,
40명의 학생들을 보자마자 그런 절절한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똘똘한 아이에겐 온기를, 자신감이 없는 아이에겐 당찬 기운을, 완고한 아이에겐 유연함을
공부가 부족한 아이에겐 지식을.......
하여튼 내가 아는 것들을 몽땅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였다.
(그러기엔 16주가 너무 짧다.)


샘솟는 자매애? 아니면 동지애? 아니면 까마득한 후배를 위하는 마음?

재밌는 감정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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