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주 4일.

오늘 진료가 출산 전 마지막이 되면 좋겠는데......

 

체중은 13kg 증가했고, 13~15kg 증가가 정상 범주이니 여태까지 잘 해온 셈이다.

임신 기간 내내 크게 힘든 것도 없었고,

우리 가정에 사건사고도 없었고,

무리되지 않도록 한 학기 수업 조정도 잘 되었고,

남편과도 서로 사랑하며 잘 지내왔다.

여기까지 온 것은 정말 에벤에셀 하나님의 이끄심이었다.

 

 

돌이켜보면, 5~7개월쯤 되었을 때 여행도 하고 공부도 해 놓았다면 좋았겠다 싶은데,

그때 몸을 사리면서 조심한 결과, 막달까지 해님이와 안전하게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위안으로 삼고 있다.

38주가 되면서 집중해서 공부를 하거나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39주가 되면서는 몸이 최고조로 무거워졌고, 해님이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차분히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조정하는 삶이 불가능해졌다.

쉽게 배가 뭉치고, 지치고, 쥐가 나고, 수면 부족이고...기타등등.

 

 

한편으론 이것도 핑계 아닌가 싶은데,

좀 더 씩씩하게,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고, 주어진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사실, 

못할 일도 아니었다.

나는 지금 상황이 예전에 비하면(정상일 때에 비하면) 뭐가뭐가 안 좋으니, 못 해.

라고 못 박는 순간,

정말 아무 것도 못하는 일이 벌어지더라.

 

 

 

 

해님이를 출산하고선도 마찬가지일 거다.

출산 후 두 달은 해님이와 사귀고, 서로 익숙해지고, 내 몸을 추스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세 달 후부터는 다시 내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천천히 조율해 나가려 한다.

 

어제 읽었던 <<프랑스 아이처럼>>이 생각의 방향을 정리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균형'과 '조화'

몰두해서 일을 하든지 아니면 아예 하지 않든지 하는 습성상, 쉬운 일은 아닌데

이젠 생활을 운용해 나갈 때 '유연성'과 '조율'이 필요할 때다.

해님이에게 몰빵해서도, 그렇다고 해님이가 없었을 때처럼 살아서도 안 된다.

아무래도 손길이 필요한 해님이에게 몰빵하기가 쉬울 것 같은데, 지나쳐서는 안 된다.

우석 씨가 이런 조율을 잘 하고 분배를 잘 하는 사람이니까.... 힘들 땐 도움을 구하면 될 거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할 때 '의미 있는가'나 '해야만 하는가'보다 '즐거운 일인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보기로 했다.

육아와 관련해서 이 땅의 엄마들에게는 '의미 있는가'에 대한 압박이 지나치게 심하다.

육아가 처음인 내 입장에서는, 그 잣대들에서 그리 쉽게 자유로워질 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예컨대

모유수유- 해님이도 즐겁고, 나도 즐거운가.

해님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먹이는 것- 해님이도 즐겁고, 나도 즐거운가

해님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 해님이도 즐겁고, 나도 즐거운가

기타등등......

 

 

 

 

 

해님이도 태중에서 커가고 있고 세상에 나올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듯이,

내 인생도 2기가 시작되려는 순간이 한발 한발 다가오고 있다.

 

 

다음 주 화요일. 예정일에 해님이는 나오려나?

열 달 동안 내 뱃속에 있던 아기를 드디어 만나게 되겠구나.

온라인에서만 얘기하며 친해진 사람과 드디어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로 한 날처럼

얼떨떨하고 설렌다. =)

 

 

* 출산은...... 아프긴 아프겠지?

  2월부터 4개월 동안 요가도 해 왔고, 호흡법도 연습했다.

  또 나와 해님이의 체중 증가도 정상 범위에 있다.

  진통이라는 게 해님이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고,

  해님이와 나, 그리고 우석이 최초로 하는 공동작업이라고 한다.

  가족이 될 사람들이 협력해서 선을 이루는 최초의 공동작업이랄까.

  서로를 믿고, 한번 해 보는 거지!

   

 

 

 

 

 

<38주 3일째> 2016. 6. 3. 금요일. 초여름 날씨

 

39주를 향해 달리고 있다.

우석과 해님이 이름을 뭐로 할까 간간이 얘기하고 있고,

부어오르는 손발을 사진으로 찍어 놓기도 했다.

해님이는 내가 뭘 먹거나 누워 있을 때, 잘 때, 발을 쭈욱 밀면서 꽤 강하게 움직이곤 한다.

 

 

오늘은 병원 진료일.

36주부터 매주, 그 이전엔 격주로 가던 병원도 이젠 한 번 남았다.

다음 주는 6월 11일 토요일에 진료를 예약해 두었는데, 출산 전 마지막 진료가 아닐지.

해님이는 잘 자라고 있고, 대략 3kg이 되었단다.

작은 아마씨만하던 해님이가 차근차근 성장해서 3kg까지 커주었다는 게 대견해다.

이 아이는 얼마나 열심히, 성실히, 매일매일을 살아왔을까.

토, 일, 다음 주 월, 화, 수, 목.... 태어나기까지의 며칠 동안이 해님이에겐 얼마나 긴 시간일까.

 

 

잘 할 수 있겠지. 우리 둘 다!

 

 

<37주 5일>

 

밤에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난 지 꽤 되었다.

어제도 소포롤로지 CD를 틀어놓고,

진통, 분만에 대해 나만큼은 진지하지 않은 우석을 불러다 호흡 연습을 조금 했다.

그리고 새벽 2시경 잠들었다.

뒤척이다 다시 깬 시간은 4시.

또 뒤척이다 일어나 버린 시간은 4시40분.

 

진통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강도로 오게 될지,

그리고 5분에서 10분 간격으로 사인이 올 때 병원에 오라는데, 그 상황은 어떨지,

그리고 나서 집을 떠나면 분만을 하게 될텐데, 그건 또 어떨지.

생각이 많아진다.

 

분만은 나와 아기의 협업이고, 나-아기-남편의 협업이라기도 한다던데,

사실 남편은 관찰자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자기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니, 그 누가 절절히 체감할 수 있겠나.

경험상, 조부모가 있거나 부모가 아팠거나 해서 간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환자에게 감정이입도 잘 되고 간호도 잘 하던데,

우석은 조부모와의 인연도 없고, 부모님도 건강하시고, 병원/병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으니 마음을 비우고 있어야한다.

기대치를 낮춰놔야지.ㅎㅎ

(대신 그는 아이가 태어나면 아마 살뜰히 잘 보살피고 놀아줄 거라 기대한다...근데 어느 정도 커야 잘할 것 같지, 신생아일 때는 모르겠다.ㅠㅠ)

 

 

 

막달이 되면서 손가락 마디마디가 꺾이지 않고 쑤셔 오는데,

외할머니, 엄마가 약한 부분이 내게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기 때문인 것 같다.

유전의 힘이란.

 

나도 엄마처럼 임신하고 허리가 아팠고, 입덧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외할머니, 엄마처럼 제일 먼저 왼손, 오른손의 엄지 손가락 마디가 아파왔고,

지금은 모든 손가락 관절을 구부릴 수 없을 정도로 뻗뻗하다.

엄마가 나를 낳으면서 '죽을 만큼' 고생을 했다고 하며,

생각없이 말하는 사람들(꼭 주위에 있기 마련인데, 이런 사람들 말은 그리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 정말 '별 생각없이 그냥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은 '그러니 너도 고생할지도 모른다'면서 얘기를 하는데...

이 말이 마음에 남아 있는 건 사실이다.

 

물론 난 엄마처럼 20kg 살이 찐 것도 아니고(현재 11~12kg 증가),

해님이가 나처럼 3.9kg의 우량아도 아니니까 나은 조건이지만,

다음 주 금요일에 병원에 가서 확인은 한번 해 볼까보다.

골반 크기라든지, 해님이 크기라든지, 순조롭게 자연분만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해님이를 만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힘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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