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논문집을 훑어 보았다.

내 논문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심이 가는 것을 잡지 넘기듯 훑어 보았는데,

탄탄하게 잘 쓴 논문 몇 편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 내 관련 분야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논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코퍼스 자료들을 어디서 모으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논증해 나가는지 등을 보며,

외곽에서 혹은 다른 사람이 안 하는 것을 한다는 식으로 다른 흐름들을 보지 않았던 내 게으름과 오만함(?) 방만함에 부끄러워졌다.

 

과거의 연구 성과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내 연구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

내 분야를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에서 쌓아놓은 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정말 부끄러웠다.

 

 

 

18주 1일차가 되었다.

내 안에 생명이 자라고 있고, 책에서 본 대로라면 20cm가량의 해님이가 반짝거리며 지내고 있을 거다.

 

해님이라는 태명은 아무래도 자궁 안이 양수로 차 있다고는 하지만 어두울 것 같아서,

반짝반짝 빛나면서 지내고 있으라는 의미로 지었는데, 마음에 든다.

 

그동안 아마씨만한 크기에서부터 매주 2배씩의 크기로 자라나는 생명체를보며

이 생명에게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가,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겠는가 많이 생각했다.

만 39년을 산 내가 하루를 쉽게 날려버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직 태동은 못 느끼지만 아랫배가 지난주부터 조금씩 나오고 있다.

자주 졸립다거나(이건 원래 내가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래 앉아 있으면 꼬리뼈가 아프다거나

누워 있을 때 자궁 부분이 당긴다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이 있는데, 원래 이런가보다 하고 있다.

장자의 말대로 이쪽으로 보면 이렇고 저쪽으로 보면 저런 것 아니겠는가.

원래 이런가보다 하니 다 지낼만하다.

 

그동안 입덧도 없었고, 다행히 방학도 되어서 임신 중기를 편하게 보낼 수 있고, 내년엔 수업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줄었으니 

해님이와 동거할 수 있는 환경적 조건은 완벽한 셈이다.(수입이 줄텐데, 뭐...돈이 있다고 행복한 건 아니고 아가를 잘 키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내 정신과 마음만 적극적으로 즐겁게 챙기면 될 일인데, 심각 유전자를 가진 내게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다행히 내 옆엔 우석이 있고, 그가 나를 끊임없이 웃게 해 주고 있으니 잘 해나갈 순 있을 거다.

 

어제 받은 교육에서는, 태교가 다른 게 없고 즐거웠던 경험을 생각해보고 그걸 다시 이행해보도록 하라고 했다.

하나하나 챙겨봐야겠다.

 

1) 유후인과 나가사키 2) 남해 3) 친구들과의 대만 여행, 4) 겨울 산행(한라산, 덕유산), 5) 하늘이와 집에서 뒹굴기 6) 녹사평 역의 피자

7) 제주도 걷기 ..... 아... 여행 가고 싶다...ㅜㅜ

 

그리고 오늘도 추워서 안 움직였는데 해님이를 위해 30분씩은 걸어서 좋은 공기를 마시게 해 줘야겠고,

다음주부터 요가도 시작해야지.

 

2015. 8. 17. 월요일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서 발표 논문을 붙들고 있었다.

 

연구의 목적과 방향이 불분명했었나 보다.

 

문제의식이 분명했다고 생각했는데, 단순한 호기심이었나 보다.

 

목적지가 분명치 않게 무턱대고 덤벼든 결과, 난 결국 길을 잃었다.

 

파편화되어 여기저기 있는 자료들은 목적을 잃고 둥둥 떠다닌다.

 

22일에 발표인데, 아직까지도 글들을 못 꿰고 있다.

 

일면식도 없는 토론자에게는 수요일까지는 꼭 보내준다고, 죄송하다고 해 놨다.

 

부산에 계신 부모님께는 다음 주 목요일에 간다고 전화를 드렸고, 또 죄송하다고 했다.

 

우석에게도 미안하다고 쓰려고 했는데, 우석이 왜 좀 안 좋을 때만 블로그를 하냐며.....ㅎㅎㅎㅎ

 

 

 

새벽이 되니 날씨가 가을마냥 선선하다.

가을이 올 거라고 예고라고 하는 듯.

2015년 여름은 어떻게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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