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8.29. 금요일

 

방학이 끝나기 3일 전, 논문 마감일 2일 전이다. 그리고 오늘은 원래 광주과기대 원서 마감일이기도 했다.

2주 전부터 방학이 끝나간다는 걸 한탄했고, 논문 써야 된다는 압박감에 시무룩했었다. 지원하는 것도 계속 전전긍긍하다가 마음을 정한 지 며칠 되진 않았다.

 

참 한심하기 짝이 없다. 논문은 쓰면 되는 것이었고(매일매일 조금씩), 방학이 끝난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그 전에 학기 중에는 하지 못하는 짧은 여행이라도 나 혼자라도 다녀오면 될 일이었고, 양수리에 하루라도 더 가 갔다오면 그만인데. 실행력 없는 자는 이렇게 생각만 하고 괴로워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며 시간을 헛되이 보낸다.

 

학기가 시작되면 해야 할 일들 챙겨야 할 일들이 벌써부터 날 지치게 하는데, 이것 또한 아주 더러운 나쁜 습관이라는 걸 안다. 그 시간들은 어차피 오기 마련이니 그냥 하루하루 하면 되는 거다.

 

일단 31일까지 논문 마감이 우선이다. 하나하나씩.(1/10)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요 몇 년간 나를 괴롭히는 것들이고, 자신감 없게 만들고, 때때론 자기비하까지 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1. 삶


이렇게 살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 길.


지루하고 반복되는 권태로운 일상 속에서, 

자고 일어나고 먹고 싸고 또 자고 일어나서 먹고 싸고 일하는 척하고,....

어떻게 나를 만들어갈 것인가. 매일매일 나는 어떻게 만들어져 가고 있는지.




2. 현재 하고 있는 면접대화에 대하여 뚜렷이 말할 수 있는 것은?


실태만 대략 알 뿐. 아주 일부만.



3. 현재 하고 있는 의사 간 조직 커뮤니케이션 혹은 의료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하여 명료하게 이야기하거나 내 생각을 개진할 수 있는 것은?


실제적인 방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가.

남의 것을 정리, 남이 만들어 놓은 판에 슬쩍 껴 있는 것은 아닌가.



4. 방통위에서 이러한 쪽으로 방송 언어가 가야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외래어, 외국어 허용 범위라든가, 외래어의 발음이라든(샤쓰..뭐 이런 것들)

 - 표준어 구사에 대한 허용 범위라든가

 -공손어법에 대한 가이드라인



5. 학술적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


-요즘 학생들의 글쓰기 실태

-글쓰기의 전범

-좋은 글쓰기란


6. 한국어의 감정 표현, 대화 속의 감정 표현에 대하여

박사학위 논문에서 더 발전시킨 내용은?

무엇을 얘기할 수 있나?


7.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3,4년간의 경험상, 나는 무엇을 느끼고, 체득했는지.

 

이건 제외하다손 치더라도......

이건 내 영역에서 빼 버리자.




자신감을 갖고, 자기비하 없이, 내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2014. 7. 24. 목요일. 선풍기 돌아가는 연구실 308









부부가 일심동체라는 말에는 여전히 동조할 수도, 공감하지 않는다. 부부는 여전히 객체이자 타인일 뿐이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 어느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다. '일심동체'라는 기대치를 한껏 올린 꿈을 꾸는 것보다는 옆에서 지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줄 수 있는 상대방이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할 일이다.


소풍 같은 날들을 보내자며 약속하고 결혼 생활을 시작한 지 1년하고 며칠이 지났다. 결혼한 지 10년이 된다는 친구, 내일이면 결혼 40주년을 맞는 부모님을 보며, 진심으로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존경심이 나온다. '혼인 관계의 지속'이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이해와 배려의 산물 아닐까. 마땅히 서로가 서로를 장하다며 축하해야 하는 날.


우리의 혼인 1주년을 즐겁게 보내지도, 기념하고 축하하며 보내지 못하고 흘려보낸 게 마음에 걸리고 아쉽다. 우리의 1년 속에는 아름다운 지점이 곳곳에 많았고,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눈을 감으며 웃을 수 있는 좋은 날들이었다. 그가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고, 나의 마음도 건강해지는 6월- 초여름 어느 날쯤, 다시 기념을 하며 지나가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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