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후배의 생각을 엿보다가, 내가 어느덧 육아 6년차가 되어 가고 있고, 예전보다는 이 세팅에 익숙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고, 성장해 나가듯이 엄마들도 같이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과 같은 나를 되찾으려는? 움직임들- 정리정돈이 되어 있어야 하고, 밤을 새서 집중적으로 일을 해내고, 감정이 풍부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고.... -은 처음부터 잘못된 설정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집에 사람이 늘었고, 그 사람은 나의 아이인데, 어떻게 이전의 나와 똑같은, 나를 찾는답시고, 나를 주장하려 했단 말인가.

어리석었다.

나도 아이처럼 성장하고 진화해 나가야 한다.

이 아이가 하루하루, 매월, 매년 모습이 다르게, 사랑스럽고 똑똑함을 장착하며 커나가듯이,

엄마인 나도 매월,매년의 모습이 이 아이와 보조를 맞춰 엄마다운 안정감과 따뜻함을 장착해 나가고, 그러면서 나의 일을 현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지속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진화'를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너와 내가, 우리가 잘 살 수 있다는 것.

왜 이제야 알았을까.

이전 모습 그대로 버티는 것이 다가 아니고, 이전 모습으로 돌아갈래도 잘못된 설정이다.엄마는 진화 중. 네가 자라나는 것처럼 나도..., 진행해 나가볼게.

 

2022년 3월 23일.

4월이 오고 있고, 2022년이라는 숫자는 아직 낯선데 봄꽃은 피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는 2년이 좀 넘었나... 계속 마스크를 쓰고 살고 있으며, 원격강의는 3학기째에 접어들었다. 나의 선생님은 은퇴를 하셨고, 선생님이 하시던 강의를 맡아서 하고 있다. 전공 교재 중 한 챕터를 맡아서 쓰고 있는데, 다른 훌륭한 선생님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3월 말까지 원고를 완성하려고 마음 먹고 있다. 얼른 해야지..

버티고 있는 중이다. 진짜 학자로 살아 남을 것인가 공부를 생계수단으로 삼으며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돌보며 적당히 일하며 살 것인가. 이제는 더 피할 길이 없는 갈림길에 선 것 같다. 올해. 2022년을 그냥저냥 생활인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아마도 학자라는 업계에서 멀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끄적이다 버려둔 논문을 다 살리고, 새로운 논문을 생산해 내서 공부하는 사람으로 다시 제자리에 단단히 설 수 있기를.

 J가 어버이날 선물로 자기는 혼자 놀고 엄마에게 공부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엄마는 공부하는 걸 더 좋아하잖아라고 하면서. 아마도 재이랑 놀면서 엄마도 논문 써야 되는데...라는 말을 많이 해서 그렇게 아이의 머릿속에 각인된 것 같다. 그렇지 않아라고 급히 말했고, 너하고 보내는 시간이 제일 좋지, 공부를 하는 건 엄마의 숙제야라고 말을 했더니 아, 그렇구나 하며 이해하는 듯한 아이. 애 앞에서 일 얘기는 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자기랑 보내는 시간이 엄마 아빠 역시 최고의 시간이라고...느끼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나는 시간 구걸자다. 팽팽 돌아가는 낮에는 일을 잘 못하고, 주말, 밤, 새벽 시간에 일을 하던 버릇을 애가 일곱살인데 아직도 못 고쳤다. 아침형 인간은 정말 안 되는 것 같고.

 

그나마 효과적인 방법은, 매일 to do list를 잘게 쪼개서 작성하고 지원나가기. 이거 하나인 듯하다. 

올해가 끝나는 12월.

과연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버틸 수 있을까. 이 세계에서.

2023년,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될 때, 나 역시 새로운 장을 펼칠 수 있을까. 

 

 

1. 나

2021.6.15. 기말시험, 과제 받기. 그 후로 시험 채점과 과제 채점을 찔끔찔끔하면서 미뤄 오다가 결국 27일 새벽에 끝냈다. 새벽 5시, 동이 터 온다. 둥그런 달도 보이고.

이번 학기는 2년 반 동안의 미국 생활 후 우여곡절 끝에 맡게 된 첫 수업에, 학부와 대학원에서 전공 수업을 맡은 터라 여러 가지로 신경을 많이 썼던 수업이었다. Zoom으로 비대면 수업을 하게 된 첫 번째이기도 했고 여러 가지로 혼동과 변동의 시기에서 커리어를 재개해 보려던 때.

열심히 수업했지만, 학생들의 성취도는 그닥이었다. 학기 초에 의욕이 앞서서 너무 달리다보니 중간고사 이후에는 진이 빠지기도 했었다. 자잘한 과제나 퀴즈를 내려면 성적 처리까지 고려하여 바로바로 하거나 평가와 피드백을 할 수 없다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논문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만 있었지 한 편도 생산해내지 못했으며, 일주일에 한 번, 멀리 송도를 왔다갔다하면서 무엇을 했는지도 불명확하다. 새로운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게 되기는 하였지만, 거기서 끝이었고, 말도 안 되는(?) 한국어 번역거리를 교열한 게 대부분의 일이었다.

1) 수업

-평가를 고려하여 과제, 시험, 퀴즈 등을 수행. 점수가 들어가는 사항은 바로바로 점수를 매기고, 엑셀에 기입.

- 비대면 수업에서 퀴즈나 생각해보기는 동영상 강의 후 확인용으로 좋음. 다음 시간 온라인 수업에서 답을 맞추거나 생각을 나눌 수 있음. 확인이 중요하고, 피드백을 줘야 함.

-학부의 경우, 학생들의 발표가 훌륭함. 잘 활용. 비대면 수업에서도 유익.

- 대학원의 경우, 유학생들이 많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기말 논문 작성은 '과정'을 볼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함. 기말에는 자기 논문을 발표하고 서로 논평할 수 있도록 함.

-8주 이전에 이론을 배우고, 시험을 보는 것도 공부를 시키기 위한 방법임. 

-논문 읽기의 경우, 모두가 논평을 하게 하거나, 간단한 퀴즈로 확인하여 성적에 반영함.

2) 송도

비생산적임. 지금 시기에 도움이 안 됨.  

3) 논문 쓰기: 월간 혹은 격월로 내야 함.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것으로+앞으로 해야 할 것으로.

2. J

새로운 한국 유치원에 잘 적응했다. 한 학기 동안 사회생활을 경험했고, 단순히 자기가 놀자고 할 때, 다른 걸 하고 놀겠다는 친구의 말을 'OO는 나를 싫어해.'로 해석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거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다. 아이가 무언가를 잘 하거나 못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누구를 닮은 걸까.'로 이어지는데, 이런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다. 아이는 독립된 개체로 봐야 한다. 누군가의 연결성이 아니라. 

4월 한 달간은 일교차가 심한 날씨 때문에 비염 때문에 엄청 고생을 하더니, 5월부터 날씨가 더워지니 습진과 알러지 같은 피부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있다. 아이도 고생, 나도 고생. 피부과에 데리고 가봐야 하나 싶다.

3. 남편

자기 일에 진심이고 열심히인 사람. 운도 따라준 것도 있지만 실력이 있기도 하겠지. 어쨌든 코로나라는 이 어려운 시기에 유학을 마치고 온 첫 해, 바로 직장을 구했다. 한국에 와서 적응한답시고  제대로 축하해 주지 못한 것 같아 내내 마음에 걸린다. 한 학기 학계에 발을 디딘 이 사람의 삶의 만족도는 매우 높아보인다. 건강을 좀 더 잘 챙겨야하지 않을지. 내가 챙겨줘야 하는 건가???

4. 다시 나

나와는 매우 다른 공부 방식, 일 처리 방식을 지닌 남편을 따라 하는 것은 아니다 싶다. 아이를 키우면서 멀티태스킹을 해야 할 때, 이 사람의 방식은 적합한 면이 많지만, 나는 그런 식으로 일해온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난 아이를 더 돌보고, 집안을 더 돌보는 입장이니(생각한다. 이 사람은 부인할지 몰라도, 여하튼 난 그렇다.) 이 사람처럼은 안 된다.

시간을 잘 조직화하는 일이 중요하며, 절대적으로 정돈되어 있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 두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약간의 부딪힘이 생기더라도, 내 몫을 챙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가족들에게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 나는 당신이 아니며, 지금 시기가 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합니다라는 점에 대하여.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6편.
월간 윤종신처럼, 논문을 써야 한다. 이게 올해의 지상과제이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20%를 더 해서 쓸 것.

+ 미국에서 찐 살이 빠지질 않는다. 아마 줌으로 수업하고, 집에만 앉아 있다보니 그런 것도 같고. 뚱뚱해지는 외향의 문제도 있지만 더 자주, 빨리 피곤해지는 게 큰 문제다. 올해 말까지 미국 가기 전으로 되돌려 놔야하는데, 그러자면 -7kg을 감량해야 한다. 매달 1kg씩 빼야 한다는 소리인데...가능한가???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어서 전혀 감이 없다. 식이요법과 운동. 두 가지겠지? 

++하고 나서 힘이 너무 빠지는 일은 안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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