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엔 식당에서 수학과 선생님과, 저녁엔 문학하시는 국문과 선생님+철학과 선생님과, 아주 늦은 저녁엔 체육과 선생님과 자리를 함께 했다.

다들 어찌나 특색이 있으신지.
수학 전공자는 상당히 현실적이고 땅에 발을 단단히 붙이고 살아가는 느낌, 문학 전공자는 눈이 허공에 가 있고 소심하나 순수함을 나름 추구하는 듯하다. 철학 전공자는 "abnormal"한 대표 주자들의 집합으로써 가감없이 개성을 드러내서 재밌는 면도 있다. 체육 전공자는 일단 신체가 건강하고 저녁 9시 30분에도 코트를 뛰어 다니며 주말에도 운동할 생각만 한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전공에 따른 성향이 분명 있는 듯. 그리고 이런 성향은 여자들보다 남자들에게서 더 잘 드러난다.(역시 사회에서 남자들은 모두가 동등할 경우에는 여자들보다 비사회적이다. 힘의 논리가 작용할 때에는 갑자기 사회적이 되기도 잘 하지만.)

국어학 전공자의 특징은? 약간 얌체과?! 약간 건조해 보임? 
사실 잘 모르겠다. 개개인의 특성들을 알고 있어서 그런가 정작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눈에 안 보인다.


*일반화하긴 뭣 하지만, 권력지향적이며 공부도 안 하는 것 같고, 인간성도 별로였던 전공은 경영학과였다.-_-; 흠흠흠.

'가을밤'과 '겨울밤'이 쓸쓸하고 차분한 느낌이라면
'봄밤, 여름밤'은 낭만적이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단어들이다.

지난번 비가 촉촉 오는 날 덕수궁 뒤편에서 K선생님을 만난 게 올해 만난 봄밤 1이었다면,
오늘 홍대에서 브라운 박사를 만난 건 봄밤 2편이었다.

봄밤 1편은 나이들어 간다는 건 어쩔 수 없이 슬프다는 걸 느낀 애잔함이었고,
봄밤 2편은 봄에 핀 사과꽃처럼 마냥 즐겁다고나 할까.

친구와 함께 하니 어찌나 자유롭고 즐겁던지!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얘기하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남의 말에 동조하고 경청하려고 노력 안 해도 되고. 억지로 나와 다른 부류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요즘 '억지로' 하는 것이 너무 많아 지친 내게, 브라운은 '자연스럽게 있어도 괜찮고, 난 네가 좋다.'라는 눈빛과 마음을 보내준다. 고마운 사람.
하아- 숨통이 트인다.

노래를 듣고, 벚꽃나무와 사과나무꽃 몇 그루를 보며 '여기가 여의도구만!'이라고 외치는 벗이 있고, 걸으며 머릿속에서 바글거리던 생각들을 두서없이 꺼내 놓을 수 있으니, 우리가 서 있는 곳의 공기가 온통 새로 시작하는 봄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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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클래스. 내 중심이 아니라 하나님 중심으로 사는 습관을 들이는 훈련이다.
생활 속에서 모든 중심을 하나님께 두고 생각하는,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내게 매우 필요한 훈련이고 여러 모로 긍정적이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고 싶다. 멋지게.
 
영성 훈련은 무엇보다 겸손해지고 비관적이지 않게 하며, 타인을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이런 습관이 몸에 배이지 않아서, 내 생각과 행동에는 그만큼 제약이 많아진다.
내 버릇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다가도 매번 '이러면 안 돼. 이러면 안 된다고 했어.'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니까. 

좋은 습관 들이기는 어려운 법이라지만,
흠. 이러다 깽판 칠 수도 있을 것 같다. '뭐가 이렇게 복잡해! 젠장!'하면서......
사실 2008년인가? 그때도 열심히 훈련하다가 이런 마음이 들어 포기하고 내 마음대로 살았다.
그때보다는 지금이 안정적인 상태이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기를. 하나님, 꼭 붙잡아 주세요! 네?


싸이월드, 페이스북, 블로그를 한창 재밌게 하다가도
과시, 허풍, 선별된 거짓들로 가득하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 정나미가 확 떨어진다.

사람들이 다들 아는 것은 많아져서 말은 많아졌는데,
의미없는 말들, 혹은 이기적인 말들로 세상이 가득가득가득 차는 것 같아서 귀를 닫고 싶어진다.


그런데도 이런 웹 세상을 자꾸 기웃거리는 이유는,
사람들하고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이거나 가끔 어떤 이의 블로그를 보며 생각할 거리를 얻을 수 있어서인 듯하다.


다음주는 중간고사 기간이고, 시험 문제 출제와 복사는 어제 다 끝냈고, 다음 주는 수업이 없으니 한가한 금요일이다. 연구실에 갈까 하다가 K언니가 나올지도 모르고, 엄마도 없고 해서 하늘이와 함께 집에 조용히 있다.(아..제발 전화 등으로 날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면서. 점점 내가 누구와 함께 살기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_-; 아니, 뭐 이렇게까지 생각할 건 없고, 독립된 조용한 내 방만 하나 있으면 된다.)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서 뉴스도 보고, 남의 블로그도 꾹꾹 눌러보았다.
김탁환 씨의 블로그 글을 보다가, 소설가나 연구자나 비슷한 생활 패턴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라는 생각에 반가웠다. 긴 호흡으로 무슨 일을 하려면 누가 뭐래도, 자기만의 의식 함양을 위한 행위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일반화시킬 순 없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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