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같은 한 주가 지나갔다.
개강 후 2주차.
일주일에 17시간 수업은 생각보다 힘들고,
월요일부터 목요일은 거의 전쟁이다.
이 학교에서 저 학교로 이동하는 것,하루에 몇 클래스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이 들었다.
택시 운전사마냥 분을 다투고 돌아다니는 날도 있다.
강의 준비도 만만치 않아서,
거의 수업하고, 집에 와서 강의 준비하고, 지쳐 쓰러져 자고의 반복이었다.
강의만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소모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내일 죽는다면 강의를 이렇게 많이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자,
입이 댓발 나온다.
그리고 더 피곤하고, 눈은 시리다.
프로젝트 보고서 내는 일 등 9월까지 마무리 지어야 할 중요한 일들이 겹쳐 있고,
스터디도 하나 발족해서 시작했다.
일에 치이다 보니,
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친절 마크를 단 웃음을 보이다가도
나 혼자 있으면 무표정이 된다.
또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신경을 안 쓰게 된다.
6월부터 시작해서 내 생애 가장 피곤하고 바쁜 나날이 계속 되고 있다.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절감.
5분 후, 또 me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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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마다 영성클래스 나가시는 우리 아부지.보라색 옷 입은 뒷모습이 우리 아부지!^____^
나도 하고 싶었는데......
생각하는 사람/기타등등
- 폭풍 같은 한 주 2010.09.09
- '할부'에 대한 기억.ㅎㅎㅎ 2010.08.31 1
- 앞으로, 앞으로 2010.08.25 2
폭풍 같은 한 주
'할부'에 대한 기억.ㅎㅎㅎ
B: 할부로 해 주세요.
A: 몇 개월로 하시겠어요?
B: 6개월로 해 주세요.
A: Would you like to pay in full, or in installments?
B: In monthly installments, please.
A: How many months would you like?
B: Six months, thanks.
크흐. 절대 잊지 못하리.
앞으로, 앞으로
2010. 8. 24. 화요일
1. 교재 집필 끝
기획 시점부터 따지면 1년 반을 끌어오던 교재 집필이 끝났다.
오늘 새벽 6시, 드디어 원고를 넘겼다.
이틀 밤을 꼬박 샜다. 다 합쳐서 30분 잤나?
이런 채로 옷 입고 나가서 책 날개에 넣을 사진까지 찍어야 된다고 하니..
아침엔 정말 컨디션 최악에 죽음이었다.(저 사진에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수업 자료로만 가지고 있을 때에는 재밌다고 생각했고, 그리 나쁘지 않아 이 정도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걸 글로 풀고, 책으로 묶어 내자니 부끄럽다.
그간 내가 아이들하고 뭘 했는지 고스란히 세상에 내 놓는 꼴이니.
내용보다도 나의 형편없는 필력이 참으로 부끄럽다.
이런 내가 다음 학기엔 글쓰기 관련 수업을 맡았으니 걱정이긴 하다. 그치만 뭐 감독이 배우보다 연기 잘 하는 것 아닌데도 가르치고, 비평가가 소설가보다 글 잘 쓰는 것 아닌데도 비평하니까. 이런 것으로 위로해 본다.
어떤 사진이 선택 됐을지는 모르겠다.
2. 2010년 여름의 성과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정말 많은 일들을 했다.
2년째 무겁게 이고 가던 논문을 끝냈고,
수업도 여섯 클래스나 했고,
교재 집필도 끝냈고,
열심히 일하며 돈도 벌었고,
제주도 올레길, 중국 베이징에도 갔다 왔고,
다른 나라에서 혼자 여행 다녀보기도 했고,
외래어 책 냈던 것은 정말 하나님이 도우사 1쇄가 다 팔리고, 2쇄를 찍었다.
그리고 인세라는 것도 통장으로 받아 보았다.
3. 앞으로
다가오는 가을. 2010년 9월부터.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이 기대가 된다.
spiritual life를 살아 볼 것이고, 그런 습관을 들이고 싶다.
학생들에게는 수업을 통해 뭔가 가능성을 많이 열어 주고 발견하게 해 줄 수 있는 선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에게 새로운 관점, 에너지를 얻고 싶다.
일방적인 수업이 되지 않게 해야지.
내 방식대로- 학생과 나의 communication이 원활한 그런 수업으로 꾸려가야지.
기초를 닦아 놓았으니 이젠 그 도구들을 가지고 논문을 써 내야지.
순수한 호기심. 재미있는 소재들을 찾아서, 정말 재미나고 신나게 논문을 써야지.
내일 죽어도 이것만큼은 꼭 해 보고 싶은 주제들만 골라서 써야지.
괜히 쓰는 것, 재미없는데 논문 쓰고 그런 건 하지 말아야지.
누군가가 뭘 하자고 제안하면 반드시 하루는 생각하고 답을 해야지.
절대로 바로 답하지 않아야지.
그리고 그 일을 정말 하고 싶을 때 해야지.
다른 나라 학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언어적 도구도 갈고 닦아 놔야지.
4. 한 가지 바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합창을 하건 밴드에서 키보드를 하건 뭔가 음악 활동을 하고 싶다는 것.
그런 기회가 왔음 참으로 좋겠는데.....
바이올린도 계속 배워보고 싶고.
첼로도 배워보고 싶고.
5. 사람들, 기회
자기 일에 대한 순수한 동기와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오늘 두 명이나 만났다!
그들의 공통점은 생긴 것과는 무관하게 눈이 정말 또랑또랑 빛난다는 것이다.
나이, 성별, 사회적 지위, 전공이 모두 달랐지만 이런 것에 상관 없이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공통된 관심사가 있고, 그 말 속엔 겉치례나 '척'하는 것, 괜한 과시, 꼬인 것이 전혀 없었다.
특히 S선생님이 내뿜는 기분 좋은 겸손함과 총명함은, 상대방을 편하게 했고 그 주변을 맑고 담백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자주 뵙고 싶은 선생님. 언제 한번 일을 같이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과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정말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가 뭘까???
왜 우리는 그렇게 꼬인 것이 많고, 남의 눈치들을 보고, 사회적 위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각종 관계와 연고를 들먹이며 각자를 가둬두곤 하는 것일까?
확실치는 않지만 전문가 집단과 비전문가 집단, 프로페셔널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아닐까.
비전문가는 실력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다른 것들, 주변 이야기들로 자기를 내세우려 하니까.
전문가가 돼야지.
그래서 기분 좋은 집단에서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