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Things-The Real Group

2번째 연습.

노래가 휴가라는 지휘자 선생님.

삼성동부터 연대까지 와서 2시간 연습 후, 다시 회사로 돌아가 야근을 한다는 친구.

여의도에서 근무 후 상사의 심부름에 짜증이 나도 후다닥 뛰어오는 후배.

15분이나 먼저 가서 기다리는 나.(시작 시간 이전에 가 있는 일은 도통 찾아보기 힘들지...)

우리의 모든 우울함이 노래에 실려 두둥실 날아간다.

날아갔으면 좋겠다.

아- 살 것 같습니다.



몸으로 표현하는 것의 아름다움.

언어가 주된 표현 수단이며, 가끔씩 노래로 감정을 묻혀 내는 것이 전부인 내게 춤은 항상 동경의 대상이다.

춤이 매력적인 이유는 언어가 빠져 있다는 데 있다.

언어가 없기에 춤은 직접적이고 원초적이다.

아름답다.(자잘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무용수들의 몸도!)




뛰어난 안무가의 안무와 음악과 발레라는 틀(그래도 한 달 발레를 배웠다고 그 기본 틀에서 저런 동작들이 다 파생되는 것이라는 게 눈에 보였다.) 속에서 무용수들은 원초적인 에너지를 끄집어 낸다.

짜여진 틀을 고스란히 보여줘서 엑스피드 선전처럼 우스꽝스럽게 보이거나
아니면 정제된 틀을 통해 원초적 아름다움과 힘을 보여주거나.
기량이 훌륭한 무용수와 햇병아리 무용수의 차이다.



언어가 주는 인위적인 것이 안 보일 때, 사람들은 무용수에게 브라보를 외친다.

강수진을 훌륭한 발레리나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이 사람에게 그 인위성이라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또한 훌륭한 배우였다.

단지 연극배우처럼 인간의 목소리와 언어가 아니라 정제된 몸과 춤으로 표현하는 배우였다.

인간의 목소리와 언어가 빠지고 대신 몸과 춤으로 표현하는 에너지는 훨씬 센 것이었고....


강수진과 Jiri Jelinek의 <오네긴> 3막 중 파드되.

5분 조금 넘게 춤을 췄는데, 나가라는, 팔을 뻗는 강렬한 손짓에 전률했다.

극이 끝났을 때 강수진의 절규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

이 사람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저 입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절규하는 시늉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 외침에 귀가 먹먹해 오고 가슴 한복판이 눌리며 아팠다.

<오네긴> 전막이 보고 싶다.



2막에서 강수진이 선택한 것은 의외로 우스꽝스러운 희극이었다.

로시니의 <도둑까치> 서곡에 맞춘 파드되.

쓸데없는 힘 따윈 다 빼고, 강수진이 누구래라는 무게감을 갖고 바라보는 관객에게 우리 함께 즐기죠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프로페셔널=힘을 빼는 것, 즐기는 것, 혼신을 다하여 집중할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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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장면들>

@LDP의 현대 무용은 분출되는 인간의 에너지를 반복되는 음악 속에서 보여주었고,

@차진엽과 Edan Gorlicki의 <When You See God...tell Him>은 언어와 춤의 접합점을 보여주었다. 무용과 음악만이 있을 땐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느낌을 전해주는 반면, 이 무용처럼 언어가 들어가는 순간, 춤의 부호화는 자꾸 언어에 의해서 해독되려 한다. 언어는 의미를 전달해 주는 데 효과적인 면도 있으나 메시지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인위적인 냄새가 난다.

@유지연: <Etude about the Women> 엔네오모리꼬네의 미션 음악에 맞춰 독무!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정말 춤이 추고 싶었는데, 유지연 씨가 대신 해 줬다.^^

@김주원-이정윤의 <Soul mate '春春'>는 기교는 모두 빼고, 춘향가 판소리에 맞춰 인간 한 쌍이 사랑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줬다. cross over적인 시도는 관객들의 감성에 어필하기 쉽다.


 




월요일 오후 3:35 , 스폰지.

엄마가 보고 와서 하도 재미나게 얘기를 하는 바람에 오늘 한낮에 할 일들을 휙 덮어두고 극장에 갔다.(이 시간에 직장에서 영화 보겠다고 뛰쳐 나올 수 있으니, 이런 직장이 어디있나 하는 생각을 하며 뛰쳐 나왔다. 같이 가 준 지욱이에게도 고마웠다.)


<<かもめ食堂>> 카모메 식당.

2006년, 102M, Color

감독 : 오기나미 나오코(
荻上直子)
각본 :
오기나미 나오코(荻上直子)
음악 : 콘도 타츠오(近藤達郎) 
출연: 코바야시 사토미(
小林聡美)
        카타기리 하이리(
片桐はいり)
        모타이 마사코(
もたいまさこ)

원작 : 로키 루오카라(群 ようこ )의 [かもめ食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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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부턴 요리를 좀 하면서 살아야겠어.(주말에 하나씩이라도!)
슬픔과 걱정이 '배 고프다, 뭐 좀 해 먹을까.'하는 소리와 더불어 희석되는 걸 보면...
무엇보다 더 씩씩해질 수 있고,
(지난주 토요일, 집 안에서 점심, 저녁, 아침을 계속 피자를 먹고 있자니 정말 그지같았다.)


이 영화에서 따뜻한 의사소통법을 보았다.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가 말을 많이 하는 건 진심으로 그 사람 자체를 대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어색함과 거짓을 감추기 위해 괜한 말들을 시끄럽게 내뿜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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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무척 부럽군요
아뇨, 그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 뿐이죠"

"물론이죠
세상 어딜가도 슬픈 것은 슬픈 것이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법이잖아요"

"세상엔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요"



특별히 죽겠다고 깨갱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 사람의 단단하면서도 열린, 유연한 자세가 부럽다.
저런 안정감에서 어떤 사람이든 편하게 대할 수 있고,
스스로도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가 나오는 것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토요일의 내 모습은 참 부끄럽다.




나이 드는 건 슬픈 일이다.
청춘들이 나오는 영화는 대개 완전히 삐뚤어지거나 완전히 소외당하거나 완전히 사랑해 미치거나 미워 죽거나 극단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다 내뿜기에 바쁘다. 그만큼 꺼내기가 쉬워서일 듯. 단순하니까.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저마다 가슴 속에 큰 짐들을 안고 그것을 쉽게 꺼내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과 기억 속에는 이미 시간이 지나쳐 버려 어떻게 되돌리지 못하고 그저 쌓아 두어야만 하는 것들이 쌓인다.

그리고 타인1은 타인2에게 그것을 들춰 내라고 함부로 묻지 않는다.
간혹 함부로 묻는 사람에게는 '유머'라는 방어 기제를 사용하여 얼렁뚱땅 조크랍시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어쩌면 함부로 질문을 한 타인1일지라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듣고 싶지 않다면서 금세 후회할 수도 있다. 도리어 '유머'로써 넘기는 타인2에게 감사할지도 모른다. 어느 누가 타인2의 무거운 이야기들을 같이 지고 가길 원하겠는가. 그러기란 쉽지 않다.




영화 속에서 내일 죽는다면 오늘 무엇을 하고 싶냐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 순간 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대답은,
난 내일 죽는다면 보고싶은 사람을 수소문하여 찾은 다음, 나의 마음을 전부 털어놓겠다는 거였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겠어, 논문을 쓰겠어. 뭐 이런 생각은 하나도 안 드는 거 보니, 내 인생에서 그닥 논문이나 국어학은 중요한 게 아닌가 보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사는 것에 미련은 없으니 내일 죽는다해도 그닥 두려운 건 없다. 천국 가서 살면 얼마나 편하겠어.(갈 수 있을지는 반신반의. 그러나 적어도 지옥은 안 갈 거라 확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박사학위를 받는 것에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배우고 있는 중국어 통달? 뭐 이런 것에 미련이 있는 것도 전혀 아니니..
한 가지 미련이 남는 게 있긴 하군. 두 사람이 서로 위해 주고 아껴 주고 존중해 주는,  그런 "참된 사랑" 한번 못 해 보고 죽다니! 이건 매우 비참하군.
 


anyway, 극장을 나오는데 어찌나 힘이 나던지.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듯. 삶에 대한 충만감이 35% 차 올랐다.



월요일 오후 7:00 연대 음대

지욱이와 간단한 술 한잔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가,
합창 연습이 오늘부터라는 문자를 받음.

조형민 지휘자 선생님과 음대 졸업생 몇 명, EC 졸업생 몇 명이 모여 첫 합창 연습을 함.

4성부로 나누어져 있는 음표의 주고 받음에 따라,
화음을 따라가며 직접 노래하고 있다는 기쁨이란!!!

호흡과 소리로,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으면서 음악을 만들어가는 희열은
합창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마음으로 노래하는 것!
노래할 때엔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2시간을 노래와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아..행복하다!!!!!!!!!



모든 것들이 긍정적, 낙관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공허함, 목표 설정 없음 따위들은 일순간에 없어졌다.
내 마음은 충만함 100%로 채워졌음.
어찌나 좋은지 지하철 계단에서 집으로 오는데 막 뛰어 왔다.

평소엔 우리 하늘이가 정말 부러웠는데......-,-
집에 오면서 내가 우리 하늘이로 태어나지 않고 음악을 즐기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내 마음 온전히 둘 곳을 찾았으니,
괜히 헛헛해서 시무룩하지 않고 이젠 "일"도 차분히 잘 할 수 있겠구나.
약발아, 오래 가라. 제발.




*예술가들은 행복할 것 같다.
음악은 정말 인간에게 삶의 충만감을 흠뻑 던져 준다.
아름다운 멜로디, 탱고 리듬.
음악이 들릴 때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들과 마음의 움직임.
느끼고 있는대로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
추상의 것을 목소리건 악기 소리이건 간에 실체로 만들어 내는 짜릿함.
우어어어!

*대비되는 나의 논문 작업.-.- 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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