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새해에 해야할 것들

 

1. 몸과 손을 직접 사용하기,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고 행동력 있게 일을 처리해 나가기.

   (생각만 하지 말기. 계획만 잡지 말기. 책으로 먼저 배우지 말기.)

 

  - 30분씩 매일 걷기

  - 사람들과 직접 연락하고, 일을 구성하기, 실행으로 옮기기

 

 

2. 연구하기

 

  - 2년 동안 연구자로서 입지를 세우기

  - 최소 3개의 단독 논문 투고, 발표/1년

 

  의사소통과 감정의 문제, 의료커뮤니케이션, 감정이입, 공감, 관계중심적 대화에 집중해 보기

 

 다양한 연구 과제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 나를 가둬두지 말고 열어두기

 

3. 외국어

 

  - 매일 영어 공부 30분씩: 읽거나 쓰거나 말하거나 듣거나 매일 30분씩 하기

  - 독어 공부 매일 30분씩: 읽기, 문법 중심으로 공부해서, 1년 후 원서 강독할 수 있게 하기

 

 

4. 이 모든 것보다 가장 우선해 둘 것은, 믿음의 사람으로 살아가기

 

  -모든 일에 우선하여 매일 기도하고 계획하고 행동하기. 매일 성경을 조금씩 보기.

  - 남편과 부모님을 사랑하고, 내 주변의 사람들을 배려하기, 그들의 생각과 말에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도록

  - 뱀처럼 지혜롭게!

각성 상태라 잠이 오지 않는다.

 

이 조직에서 난 잘 해 낼 수 있을까.

 

조직이 개인을 착취하는 게 일반화된 것에서 대학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특히 나처럼 아직 연구자로서의 입지가 없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갑과 을도 아니고, 갑과 정쯤의 입장에 있다보니, 나는 학교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는 약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 그 의견을 따라야 하는지,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나는 왜 아직도 이러고 살아야 되는지,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날이었다.

 

S대를 여차저차 그만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이 조직에서 하는 일이 전시행정, 일을 위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학생을 위한 일도, 교수를 위한 일도 아니었고, 도무지 누구를 위해 하는 일인지 알 수 없는 일들,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공무원 같은 수동적인 마인드. 그곳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택했고, 새로 가게 될 이 곳은 아마 S대 같은 짓은 안 하겠지만, 일은 많고, 보는 눈도 많으며, 한마디로 좀 더 빡센 조직이다. S대는 내가 어떻게 가르치는지, 무엇을 연구하는지 사실 전혀 관심도 없었고, 관여하려 들지도 않았다. 이상한 일들만 가끔 하라고 했을 뿐. 정말 생각해보면, 이 조직은 제대로 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너도 나도 눈가리고 아웅 식이었다. -그게 나를 미치게 했고,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곳이든 저곳이든 다 좋지는 않다.

 

난 아직 연구자로서의 입지도 굳히지 못했고, 발을 딛지도 못했는데,

졸업한 지 3년 반이 지났는데,

수업들을 해 가면서, 이 빡센 조직에서 앞으로 2년 동안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번 방학동안 큰 계획을 잘 세우고,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

내 자신을 특화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 연구 분야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결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1)  미시적인 것보다는 거시적인 것을 다루는 게 익숙하다.

2)  실제로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을 연구하길 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인터뷰, 대화 분석, 화행, 말하기 교육, 텍스트분석

국어교육, 한국어교육.

 

 

위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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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누가 먼저 양치를 할 것인가로-서로 먼저 하기 싫어서-묵찌빠를 10판 했다.

정말 어이없는 행동이었지만, 처음에는 내가 4판을 내리 졌고, 나중에는 남편이 4판을 내리 져서 우린 결국 10판까지 하게 됐다. 오늘 머리도 복잡하고 우울했는데, 묵찌빠를 하며 키득키득 웃어댔더니 그래도 어느정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어떻게 보면, 다 잘 되고 있고, 심각한 일도 아닌데.

또 어찌보면, 천천히 하나하나 해 나가면 될 일인데, 조급해하고, 닥치지 않은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는 것은 아닌지.

 

남편도 일도 많고 처리해야 할 일도 많아서 꽤나 마음이 복잡할텐데, 그는 내색 하나 하질 않고, 내 얘기를 들어준다.(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그는 걱정할 시간에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유형이고, 난 사실 걱정과 계획이 앞서는 유형이다. 게다가 기분파이기까지 하다. 남편을 보면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 나의 강점과 약점을 많이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다.

 

 

 

 

KNK 선생을 만났다. 처음부터 내게 친근감을 표현하던 사람. 아줌마처럼 이야기를 떠걱떠걱 잘 건네고 풀어놓던 사람.

우리는 전혀 학연도 지연도 없는 상황에서, 여행을 하다 만난 사람들처럼 학회에서 처음 만났다. 2007년이었다고 한다.

 

6년이 흘렀다. 그때 석사과정생이었던 K 선생은 올해 여름 박사 논문을 쓰고 졸업을 했다. 학회에서도 발표를 열심히 하고 있다.

 

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게, 그 시간들을, 과정들을 같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던가. 쑥쑥 자라고 있는 K 선생을 보며 대견해 보이기도 하고, 마음이 참 좋았다.

 

학회를 마치고 저녁을 먹고, 둘이 나와 차를 마셨다. K 선생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도 알게되었고, K 선생이 이전에 했던 일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게 되었고, 그의 형제 관계, 고향, 그의 나이, 학번을 알게 되었다. 나는 K 선생에게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같은 길을 가는 동역자를 만나고, 그가 인간적으로도 괜찮은(내 취향의 사람-진중하고, 얍실하지 않고, 속되지 않고, 자기 색깔이 분명해서 재미있는 구석이 있는 사람) 사람일 때, 내가 그래도 헛살지는 않았나보구나, 제대로 길을 가고 있구나 하는 잣대가 되는 듯하다.

 

사실 최근,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P 선생님이 주는 외부의 자극들과 나름 운 좋게 주어진 기회들에 그냥 이끌려 온 것은 아닌지,

시립대에서의 3년 동안 무엇을 한 것인지,

박사학위를 받은 후 3년 6개월 동안 무엇을 한 것인지,

내가 주도적으로 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회의감에 빠져 있었다.

 

내 색깔을 지니고, 잘 닦아 나갈 때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고,

내 모습이 흐릿해질 때, 내 주위에는 온갖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이거나 흩어지거나 하면서 주위가 지저분해진다는 것.

자연스러운 이치인 것도 같다.

 

오늘 KNK 선생을 만나면서, 나도 그에게 앞으로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동역자가 되어야지. 좀 더 내 일에 줏대를 가지고, 깊이 있게 파고 나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고맙다.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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