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잠이 안 온다. 갑자기 놀러가게 된 계획 때문인지.

아니면 오늘 하루종일 긴장 상태와 각성 상태여서 그랬는지.

어제는 유난히 할 것도 많고, 머리가 팽팽 돌아가서 논문 아이디어도 넘쳐나는 날이었다. 문제는 난 아이디어는 많은데, 지속해서 이끌고 나가는 힘이 부족하다는 거다. 그리고 걱정이 너무 많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중심을 잡고.

(오늘도 중심을 못 잡아서 일을 하나 그르치고 말았다. 괜히 삽질만 한 셈인데...글쎄,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이니 결과는 나오는 대로 받아들여야지.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니 할 말은 없다.)

 

나는 왜 중요한 일이 있을 때 하나님께 기도하지 못하지? 내 믿음이 부족한 탓이다. 아....썩어 문들어져가는 내 믿음과 내 영혼. 하나님, 저를 버리시면 안 됩니다.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해야지. 이대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다. 버틸 수도 없다. 종교와 신앙을 부정하는 남편은 어떠한 면에서는 종교 없이도 종교를 가진 사람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도 종교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의 마음이 더 넓어지고 관대해져서 훨씬 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푸근하고 위트 있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텐데. 나의 기도제목이 되어야 한다. 우리 두 사람, 우리 가정이 하나님의 믿음 안에서 튼튼히 설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더운 여름 내내 휴가도 못 가고, 남편은 계속 일만 하고, 나들이도 못 하고, 데이트도 못 한 지 오래 되어서 입이 주욱 나와 있었다.

게다가 나는 나대로, 그는 그대로 새 삶에 적응이 필요한 기간이 지속되었던 것이다. 아이들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자신도 모르게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는 게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알게 모르게 받는 긴장감 혹은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을 '즐거운 일'로 풀어줘야 한다는 게.

 

 

우리는 여름 내내, 차곡차곡 쌓아만 갔다. 우리의 일상들과 해야 하는 책무들을.

며칠 후면 개강은 다가오고, 항상 그렇듯이 공부할 것들은 쌓여만 있고, 현재 내 위치도 불안정해서 스트레스가 만땅이라고 외치며, 1박 2일이라도 놀러 갔다 오면 안 되겠냐고 남편에게 마지막 절규!, 운을 띄웠다. 그도 내가 안 돼 보였는지, 바쁘기도 하고 정말 좋아하기도 하는 일을 접고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도 쉬고 싶은 마음, 있겠지?

 

처음에는 담사로 하루라도 다녀오자에서, 착한 직원의 마음 씀씀이 덕분에 2박 3일의 시간이 생겨서 이 참에 그와 함께 가고 싶던 제주도까지 발을 넓혀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이럴 수가. 비행기표가 없었고, 딱 두 자리가 남아 있는데, 왕복으로 하면 비행기 값만 40만원 가량이 들었다. 이 돈 주고 갈 수는 없지....... 별러왔던 여행이고, 제주도는 오매불망 가고 싶어 했으니, 확 지를 수도 있었겠지만, 이럴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 딸이다. 알뜰한 당신, 엄마의 피를 이어 받아 주춤하게 되고, 두 사람이 저가항공으로 미리 예약만 하면 20만원 이내로도 다녀 올 수 있는데 굳이....... 싶은 거다.

 

 

그리고 문득, 우리만 놀러 가자니 엄마, 아빠한테 미안했다. 엄마 환갑 때 일본 여행 이후로 우리 가족이 함께 여행 다녀왔던 일이 있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제 사위도 생겼으니 여름 방학 때 1박2일 시원하고 경치 좋은 곳으로 다녀올 만도 했는데...... 이번 여름에는 아빠 상태도 매우 안 좋았고, 엄마까지 아팠으니까 어쩔 수 없었지 싶기도 하고. 어디 가까운 갈 만한 곳 없을까?

 

부모님이 건강하셔서 두 분이 놀러도 다니고 여행도 맘껏 다니고, 우리한테 여기저기가 좋았더라고 자랑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빠면 건강해지면 되는 일인데. 매번 다니는 곳은 병원뿐이니, 그 삶에 무슨 낙이 있을까 싶다. 내가 매번 학교와 집만 다니며 사는 것보다 10배는 더 우울할 것 같다.

 

9월에 내 생일도 있고, 아빠 생일도 있으니, 하루 날 잡아서 어디 바람 좀 쐬고 오면 좋을 것 같다. 한탄강 게르마늄 온천 리조트인가 거기를 가볼까? 꼭 1박2일이 아니더라도 하루 나들이를 가, 사진도 찍고 지내다 오면 좋을 것 같다. 우석과 의논해 봐야지. 엄마는 어디에 가고 싶을까?? 아빠는?? 아, 아빠는 지난번에 가족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었지. 뭐 꼭 그런 사진관에 가야 할까? 우석의 카메라도 좋은데, 삼발이 놓고, 양수리 우리집에서 하늘이도 같이!! 찍으면 좋을 것 같은데.... 이것도 아빠한테 얘기해 봐야지.

 

 

이번 추석 때는 유독 연휴가 길다. 일찌감치 어디 좋은 숙소를 하루라도 예약해 두었으면 좋았을텐데..... 결혼 준비며 뭐며 해서, 9월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었던 것 같다. 올해 아빠 상태도 무지 않 좋았고. 내 생각엔 이젠 바닥까지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겠지 싶은데, 어찌될지 모르겠다. 아빠가 본인이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사람이고,엄마는 밤낮으로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고 마음 아파한다는 사실을 알면 좀 힘을 낼까?

 

누군가를 살해하려는 시도를 한 사람,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나에 대해 포기하는 순간,

상대방에 대해 포기하게 되는 순간, 죽음을 생각한다고 한다.

 

난 순간 아빠에 대해 포기했었다. 저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나아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해서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엄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남편을 위해 기도한다. 아빠는 옆에 있는 엄마의 기도를 느끼지 못할까? 하나님은 엄마의 기도를 들어주실 거다. 분명히.

그리고 사위도 아빠에 대해 포기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실 나 역시 말은 이렇게 하지만, 누구보다도 아빠가 건강해기를 바란다. 아빠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그가 육체적인 고통, 스스로를 옥죄는 정신적인 고통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서 글을 쓰고, 명쾌하게 생각을 전하고, 믿음이 있는 사람으로 멋지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내 자식에게도 멋진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하여 자랑하고 싶다.

아빠 본인은 어떨까? 말만 포기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겠지.......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도 자존심이 강한 사람 아니던가. 내가 알고 있는 아빠는. 그 자존감을 끝까지 지키기를 바란다. 기도해야지. 나도 엄마처럼.

 

올해 추석은 유난히 길다. 거의 일주일.

큰집은 추석 연휴 동안 싱가폴에 간다고 예전부터 그랬던 것 같고, 아마 아빠도 분명 어딘가 가고 싶을지도, 공항에 모여 버글대는 사람들이 부러울 수도 있을 거다.

 

칠순이 넘으신 시부모님은 우리가 피곤할까봐 올라 오신다고 하고,- 경로우대 할인을 받으면 기차표도 훨씬 싸다고 하신다. 한 달 전부터 추석 이야기를 하셔서 의아했었는데, 기차표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내려가는 추석 전날 기차표는 구하기 어려워서 추석 당일에 내려가실 것 같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박 5일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양쪽 집을 다 신경써야 하니, 거 참...어떻게 계획을 짜야 할지 모르겠다. 두 집이 한 군데 모여 있는 것도 그리 편한 일은 아닐 것 같고. 우리집은 그러기엔 너무 비좁고. 양수리에 가는 것도 참 애매한 일이고.@@

난 주위 사람들에게 '서울 투어', 식사 등을 물어보기도 하고, 양수리에는 언제 갈지, 양쪽 부모님을 어떻게 합할지?  전전긍긍인데 남편은 그닥 신경이 안 쓰이나 보다. 그는 확실히 나보다 오래 살 것 같다. 우리 둘 다 분명 예민한데, 그는 어떤 면에서는 전혀 예민을 떨지 않는다.(이건 참 다행이다.)

머무시는 동안 뭘 먹을지가 가장 걱정이다. 냉장고 청소며, 반찬 정리, 집 청소도 깨끗이 해 놔야 할 것 같고, 잠자리도 준비해 놓아야 하고... 편하게 해 드려야되는데.

그 동안 자식 때문에 마음 고생 많으셨을 양쪽 부모님들께 첫 명절이니만큼, 즐거움을 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하아- 의논할 대상이 없다. 남편은 좀 천하태평이라......

 

9월이면 학기 시작이라 한창 바쁘고 정신 없을 때이고, 10월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논문이 적어도 두 편이 있다. 공동 1개, 단독 1개. 단독으로 2개는 써야 좋은데, 어려울 것 같다. 9월 말에 하나, 10월 말에 공동 포함해서 2개를 내는 게 가장 좋겠다. 시간 운용을 잘 해야 된다.

 

더위에, 새 생활 적응에, 진로 등의 고민에, 부모님 문제에 올 여름에 잠도 잘 못 자고, 피곤하고 신경을 많이 썼더니 결국 병이 나고 말았다. 예민함은 줄이고, 생각도 줄이고, 행동력 있게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내 살 길인데, 쉽지는 않다.

 

오늘처럼 10시쯤 규칙적으로 연구실에 나가 공부를 시작하고, 점심을 먹고, 이메일 체크, 페이스북 놀이 등으로 잠시 쉬었다가 다시 공부를 하고, 저녁을 먹고, 학교 운동장을 20분쯤 걷고, 다시 공부를 좀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패턴이 내게는 잘 맞는다. 정신적으로도 안정감을 주고.  아니, 학교 운동장 20분 걷고, 7시반쯤 퇴근하는 게 체력 안배상 딱 맞다.

 

새벽에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패턴, 집에서 공부를 하는 일 등은 내게 전혀 맞지 않는다. 집에 있으면 지저분한 것들, 해야할 집안일이 보이고, 그게 거슬리는 나는 공부에 집중을 못 한다. 집안 일을 하고 나면, 익숙지 않아 지치고, 그러다가 밥 차려 먹고 치우고 하면 하루가 그냥 흘러간다. 체력도 안 되고, 예민해서 그냥 지나치지도 못하니, 역시 나는 똑바로 옷 입고 연구실로 가서 일을 해야 한다.

 

 아, 방학은 이제 일주일 남았고, 

0) 24(토): 2시 세미나, 저녁 먹지 말고 일찍 귀가. 논문 쓰기

0.5) 25(일): 예배, 학교로 가서 논문 쓰기

1) 26(월)~28(수) 여름 휴가.// 27(화) 6시, 기차표 예매 도전. 

2)  휴가 중: 독어공부 복습, 성경을 읽고 싶다, 그리고 일기장도 가져가야지.

4) 29(목); 11시 회의, 2시 회의, 6시-8시 독어

5) 30(금) 논문 발표 준비

6) 31(토) 2:30

7) 9/1(일) 개강 전, 집에 다녀와야겠다. 하늘이 목욕. 아-하늘이 보고 싶네.TT

8) 9/2(월)생일 날 개강이라니!!!

 

 

 

 

 

 

 

 

 

혼동.

더위도 더위지만 이번 여름은 여러 변화와 사건, 그에 따른 나의 자리매김 때문에 지치고 힘들었다.

 

1. 결혼 생활에서의 자리매김

 

좋고 상대방에게 감사한 점이 많은 결혼생활이지만, 역시 혼자 살다가 둘이 사는 것에는 적응이 필요했고, 지금도 적응 중이다.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양보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고, 

무엇이 배려이고,

무엇이 사랑인지 고민하게 된다.

또한 둘이 되었지만 여전히 나 혼자 헤쳐나가야 할 것과 그와 함게 해야 할 것들의 경계도 생각하게 된다. 모든 것을 그와 나눌 수는 없는 일임은 분명하다. 반대로 그의 모든 행동과 생각들을 내가 알아야 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나눠야 한다는 매우 이상적인 바람이나 기대도 버려야 한다.

언젠가 유행했던 말처럼 부부는 '따로 또 같이'가 적절히 배합되며 살아가야 한다.

 

2. 부모님의 늙어감에 따른 역할

 

아빠의 병세에 따른 우울함, 양수리 집에 갔을 때의 짓누르는 무거움.

40여 년 함께 했으면 서로 포기할 것 포기하고 인정할 것 인정할 만도 한데,

계속 상대방은 이상하다고 지적하고 짜증내고 소리치는 관계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먹이 사슬 피라미드처럼, 아빠는 엄마에게, 엄마는 내게, 나는 남편에게 힘듦을 토로한다.

이 사실이 힘들고 답답했다.

게다가 엄마까지 관절 수술을 하고 나니, 이건 원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것 같은 기분이 순간 들었다.

 

하지만 참 뭐랄까,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것인지,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이번 엄마의 수술이 우리 가정의 밑바닥까지 간 계기가 되었기 때문인지.....

 

아빠는 할 수 없이 엄마를 대신하여 움직이기 시작했고, 잘은 모르지만 해야만 하는 책무가 부여되었기에 그간의 무력감에서(힘은 들지만) 벗어나거나 혹은 경감되었거나 한 듯 싶고,

엄마는 오랜만에 모든 일을 자신이 해야 할 수밖에(능동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하는 피동)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또 며칠 아빠와 함께 있다보니, 좋은 가정의학과 선생님도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 바로 실천하게 되었고....

 

그리고 난, 더 강해진 것 같다.

내가 그동안, 근 삽십 몇 년간 받아온 관심과 사랑을 이제는 부모님게 서서히 돌려드려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그런 때가 시작되었구나 싶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하필이면' 그 때가 내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될 때인 것이 유감이지만- 이 사람은 나 때문에 장인, 장모와의 즐거운 추억도 없이 갑자기 의무만 다 하게 된 것 아닌가- 뭐, 어쩌겠나. 우리가 늦게 만났기 때문인 걸.......내가 중간에서 간간이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잘 해야지.

 

3. 연구자

 

오늘 3시간 여 스터디를 마치고ㅡ 식사를 하며 나눈 대화.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가, 의심을 잘 풀지 않는 내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

순수한 마음으로 나를 지지하고 대하는 상대방에게 미안했다.

나 역시 그러하다는 식으로, 상대방을 기만해 온 것 같아 미안했다.

 

연구에 대하여 열과 성의를 다 했던가.

순수한 연구 목적을 가지고 했던가.

다른 것들만 탓하고 있지는 않았던가.

 

나의 비순수함.

그리고 학문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와 불성실함을 반성하게 되었다.

 

심지를 가지고, 순수한 마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흘끗흘끗 주위만 살펴서는, 나도 괴롭고, 결과 역시 참담할 뿐이다. 설령 결과가 잘 나왔다 하더라도 난 계속 갈등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다.

 

나의 태도가 한없이 부끄러웠다.

가장 혐오한다고 말하는 '얄팍한 처세술을 가지고 요리조리 살아가는 부류'와 내가 무엇이 다른가.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진지하고 순수한 자세가 기본이다.

 

4. 남은 방학

 

7월이 그냥 지나가고, 방학도 20여 일 남았다.

 

-마무리할 논문, 시작할 논문, 연구계획서 낼 것 착수해야 하고,

 

-규칙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개학하기 전에, 꼭 서울을 떠났다가 와야겠다.필그림하우스라도 다녀와야지.

  예배에 대한 집중과, 그 집중의 즐거움도 회복하고.

 

-몸이 온갖 스트레스와 더위로 엉망이다. 어깨가 아파서 보름 정도 매일 파스향이 나는 아로마를 바르고 자봤는데 별 소용이 없다. 3일 전부터는 어깨 통증이 왼쪽 머리로 올라와서 두통과 눈에 열감이 느껴진다. 집 근처 수영장을 찾아보니 다행이 학교 근처에 걸어갈 수 있는 곳에 하나 있다. 자유수영은 딱 한 시간. 환경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일은 한번 가보려 한다. 양수리에 장을 봐서 가야할 것 같기도 한데, 14일 수요일에 움직여 봐야겠다. 내일은 일단 강의계획서 초안을 잡아두어야 함.

 

 

내 가상 공간의 집. 오랜만이다!

2013년 7월 23일 화요일에서 수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고로 7월 24일 수요일 새벽.

결혼한 지 두 달에서 하루가 모자르는 시점.

그 사이 혼인 신고도 했고, 기념 사진도 찍었으며, 아빠는 지리산에 다녀 왔으나 그리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 듯하고(그러나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고), 시부모님과 몇 번 전화 통화를 했으며-용건중심적이며 용건만 간단히에 익숙해 있는 내게는 새로운 경험, 좋아죽겠고 행복해 죽겠다를 외치기도 했고, 싸움도 했다. 미묘한 심리전도 치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테스트도 한 번 해 봤다.

 

 

 

 

 

나의 고질병인 공허병은 결혼을 했다고 나아지지는 않는다. 좋은 짝을 만나서 외로움이라는 단어는 없어졌다고 해도, 순간 모든 게 다 헛되고 헛되도다라고 여겨지는 공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공허감이 밀려온 어제는 이것저것 미친 듯이 읽고 또 읽어댔다. 오랜만에 페이스북에도 들어가 남의 일에 참견도 해 봤다.

그러다보면 다른 일에 눈에 팔리고 생각이 팔려 공허감은 잠시 미뤄두게 된다. 이게 여지껏 내가 건강하게(?) 다시 정신차리고 살아올 수 있었던 임시방책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제 여기저기서 주워온 정보들과 정리한 생각들

 

1. 글 잘 쓰는 사람

김선주,구본형,강석경,최보윤,고종석

 

2. 재미난 책, 읽어볼 만한 책

'베른하르크슐링크'가 쓴 책

<결혼, 여름>, 카뮈, 1989. 책세상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마리오 바르가스요사, 송병선 역, 문학동네, 2009.

조셉 캠벨의 책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창작 신화>, <신화의 힘>--이건 내가 산 건데 읽기도 전에 아빠가 가져가서 앞만 보다 말았음. 가져와야겠다.

<순수의 시대>, 이디스워턴, 민음사, 2008.

<기쁨의 집>

 

3. 아이폰, 옐로 패드-메모

 

4. 생각

4.1. 화용론, 대화분석, 대화 연구, 인터뷰 연구 등의 1세대는 누구? 한국과 외국에서는?

어떤 논문 내용이었나?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4.2. 여성 연구자로서, 내 정체성을 찾아나갈  필요가 있다.

       나의 아이덴티니를 규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화여대, 여성, 화용론, 대화분석이라는 키워드로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말할 것인가.

 

4.3.재미난 것, 궁금한 것을 하자. 그럴듯 해 보이는 거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말고.

   -재미난 것, 궁금해 죽을 것 같은 것, 흥미진진한 것을 파들어가면서 겸손하게 살아가자.

 

5. 난 스스로에게 진실한가?

 가짜, 거짓.

 내가 누구인지 나는 정확히 모른다. 어쩌면 항상 다른 사람이 되려 했던 것도 같다. 묵직한 사람, 냉철한 사람, 귀여운 사람, 친절한 사람, 온유한 사람, 엄마 같은 매력이 있는 사람....

난 누구인가?

 

6. 파일 정리 방법

 <연도, 프로젝트명>

100 management

200 reference

300 보고서

400 자료 조사 결과

500 최종 결과물

 

세부 자료는 110, 120 순으로.

 

유용한 팁이다. 몇 개의 논문, 프로젝트를 해 본 결과 나중엔 파일이 엉망진창이 되곤 했다.

머리든 컴퓨터든, 책상이든 책장이든 정리는 중요하다.

 

7.'아내: 피하고 싶은 자"

   소설 제목으로 낙점.

 

8. 스토리헬퍼가 오픈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취향을 알 수 있겠더군.

 

9. 하늘이가 보고 싶다. 9살, 10살이 되어 가는 하늘이.

   너와 함께 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게 슬프지만,

   함께 하는 날 최선을 다해서 같이 놀아주고, 보살펴 주면 되는 것이지 싶다.

  

10. 목요일 송파구청 정신보건소 주최.

    자살 방지 예방 교육.에 간다.

    좀 웃기게 되었지만,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진행하는 회의와 강의가 훌륭하다고 하여 관찰차 가보려하는 것인데, 자꾸 내용도 곱씹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래, 사람들은 왜 자살을 할까? 이유 없는 것에 대하여 질문을 할 때 답을 못 구하게 되고 결국 자살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다고 법륜 스님의 즉문즉답에서 이야기하던데.

 사실 "왜 나는 태어났을까?"는 정말 궁금하지 않나?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라는 말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두 가지 길이 있는데, 이왕이면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살 것인가를 고민하라는, 천사표의 모범 답안이었다. 맞는 말씀.

 

11. 페북에 목 매다는 자들과 블로그에 글 쓰는 자들과 두 가지를 전혀 안 하는 자들

 

정말 인간은 두 가지 근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나보다. '공감'에 대한 욕구와 '자기 성찰'에 대한 욕구. 온라인 매체들이 증명하듯.

나 역시 마음이 산란할 때 페북이나 블로그 같은 것은 매우 유용한 치료제가 된다. 그러고보니 페북에 줄창 글을 올려대는 몇몇 친구들을 보면, 아마도 공감에 대한 욕구가 큰 사람들이 아닐지. 외롭군으로 요약 정리되는구만. 반면 페북, 블로그 등 당췌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들은? 글쎄.자기 성찰에 대한 욕구가 없거나 현실에서 공감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가상 세계까지 가지 않아도 되거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내일 회의 있다. 12시에 점심 먹고 1시 회의.

 도무지 당위성이 없는 회의이니, 화내지 말고 가능한 한 무표정하게 조용히 있자.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

 

-보고서 완성해 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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