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인데, 사람에 이리저리 치이고 일에 치여 피폐해진 채로 새 달을 맞는다.

8월의 마지막 여행을 통해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내가 어떤 사람에 대해 '좀 이상한데?'라고 느끼면서 갸우뚱거리는 때가 있다면

그건 일반인의 기준에서 볼 때, 그 사람은 조금이 아니라 많이, 혹은 정말 이상하거나 부정적인 기운이 많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람은 역시 여행을 가 보거나 살아봐야 알 수 있나보다.

이렇게 중요한 사인을 지금에야 깨닫다니. 후우-





오늘 꽤 오랜 시간, 일주일 동안 입을 열어 이야기할 말들을 한 사람과 쏟아놓았다.
생산적인 해결책을 내거나, 마음이 시원해지거나, 매우 유쾌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전혀 모르던 사람을 조금씩 알게 된다는 데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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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때, 그 원인을 현재 결핍되어 있는 것에서 대부분 찾는다.
그러나 결핍된 것이 채워진다고 한들, 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서울에서 허함을 느낀 사람이라면 어디를 가든 문득 공허함은 찾아오기 마련이고,
여기서 외로움을 느낀 사람은 어디를 가든 마찬가지일 거다.

내가 애가 있다면 애를 키우느라 몸과 정신이 피곤해서 잠시 잊게 되는 것뿐,
녹초가 되어 일을 하고 와서, 아가를 재우면서,
이러고 사는 것 역시 공허하다고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하늘이를 대상으로 실험해 본 결과, 아마 그럴 것 같다.
-일을 마치고 와서, 날 하루종일 기다린 하늘이를 데리고 집 앞에 나가 원반 놀이를 했다. 하늘이가 뛰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슬긋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또 더 기쁘게 해 주려고 야밤에 같이 뛰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공허함이 사라지진 않았다. 그냥 해야 할 책임을 다 했을 뿐.)


성령의 인도하심이 있으면 기쁨과 감사로, 평안한 가운데서 생활할 수 있다고 성경에서는 말한다.

성령의 인도하심이 무엇인지 경험해 보고, 알고 싶다. 
'기쁨', '감사', '평안'의 키워드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심드렁하게 살지 않고 매 순간 기쁘게 살기 위해, 올 여름부터 하반기까지 기도를 많이 해 보려고 한다. 
 
"끝으로 말합니다. 여러분은 주님 안에서, 그분의 힘찬 능력으로, 굳세게 되십시오."(엡 6:10)










하나님이 보시기에 엄마는 예쁜 사람일 거다.

3월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엄마는 꼬박꼬박 성경을 읽어나가고 있다.

엄마는 매일 아침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집에서도 바지런하게 움직이고, 하늘이를 기분 좋게 해 주기도 하고, 나를 기분 좋게 해 주기도 한다. 생색 하나 내지 않고 모든 일을 한다.
 
오늘 잠시 들린 연구실 창밖의 온실을 보더니 저기 들어가 보면 좋겠다고 하신다. 난 그곳을 한 달간이나 드나들었는데도 그런 생각을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이렇게 작은 것들에서 재미난 것, 예쁜 것, 소중한 것들을 잘 찾아내는 능력을 가졌다.

기적.
엄마는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기적을 체험하면서 살고 있고, 그것에 대해 정말 신기하지 않니? 라며 내게 얘기해 준다. 그런데 들어보면 '기적'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일반인들이 더 많을 법한 얘기들일 때도 있고, 이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엄마가 신기할 때도 있다. 


영적 생활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하셨던 목사님 말씀이 떠오른다. 엄마는 전혀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모든 힘을 빼고 영적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난 뭔가 무리스럽게, 힘을 잔뜩 주고 뭔가를 시작해 보려고 하다가 스트레스만 엄청 받고는 결국 한 달 내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영적 생활'에서 1등하려고 했다가 내 뜻대로 잘 안 되니까 짜증만 나고 스트레스만 엄청 받고 있는 꼴? 정말 유치하다. 영적 생활에서 1등이라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나는 참으로 어리석은 자식일 것이다. 쟤는 내가 가르쳐 주는데도 왜 저럴까 싶으실 거다. 그래서 엄마를 내 엄마로 정해 주신 것 같다. 다른 보통 엄마를 만났더라면 난 삐뚤고 모질게 자랐을지도 모른다.


4월이 시작됐다. 나도 엄마처럼 힘 빼고 자연스럽게 살아보리라. 기도해 보려고 한다. 매일매일을 성실하게,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감사하면서 즐겁게 사는 연습. 훈련하면 된다고 하니까, 성경에는 진리가 담겨있다고 하니까 믿고 해 봐야겠다. 

오늘 저녁에 우연히 물 흐르듯 편안한 김대성 아저씨를 만난 것도, 어찌보면 하나님께서 나를 타이르는 사인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얘야 그렇게 조급해 하지 말아라, 네가 가진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헤아릴 줄 알아라, 착한 마음으로 욕심 부리지 말아라, 성실하게 매일매일을 살아나가라. 그러면 내가 다 알아서 해 줄 것이다.  


-오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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