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북경대. 도서관. 어느 나라나 학교라는 곳은 익숙하고 편하다.

강의 후 혼자 돌아다닌 첫 날이다. 이렇게 낯선 곳에서 혼자 여행을 하는 것도 꽤 즐거운 구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자유롭고, 설레고. 몇 번 다니다보니 겁도 없어지고.^^

중국어 책에 나온 모든 회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참고로 북경대는 4호선 지하철로 갈 수 있다. 난 '북경대동문역'을 이용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연히 언어학 관련 컨퍼런스가 열리는 곳을 발견했다. 이상하게 중국은 공안 복장을 한 사람들이 곳곳에 있는데,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디 들어가냐고 하길래, 한국에서 학회 참여차 왔다고 중국어로 뻥쳤다. 어쩌고 저쩌고 하길래 영어로 뭐라뭐라했더니 들여보내줬다. 한 시간쯤 앉아서 들었다. 내용은 싱가폴, 홍콩 등지에서의 중국어교육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이화원. 운 좋게 서태후가 경극을 즐기던 '덕화원' 건물 내에서 경극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소리가 들리길래 10위엔을 따로 내고 들어가서 경극을 잠시 관람. 아..너무 재밌었다! 챙챙챙챙 음악이 울리고, 배우들의 잽싸고 가벼운 몸놀림과 강렬한 눈빛! 다음엔 제대로 경극 한 편 보러 가야겠다. 내 옆에 앉은 사람은 프랑스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과 나는 동시에 우와아아아- 오오오오오- 난리를 쳤다. 짧은 공연이 끝나고 그 사람과 나는 완전 흥분의 도가니가 되어서 기쁨을 함께 나눴다. 그 사람은 연극배우라고 했음!!!^_^ *참고로 이화원은 북경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 4호선을 타고 '북궁문 역'에서 내리면 된다. 이 역에서 내리면 이화원의 '북문'쪽으로 들어갈 수 있고, 지하철 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이화원 북문으로 들어갈 경우 소주거리를 지나 장랑을 지나, 이화원의 동문으로 나가는 코스를 택하면 된다. (이화원의 동문이 사실상 정문에 해당함.) 학생증 제시하면 입장료 50%할인 받을 수 있음!^^(-->15위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화원-소주 거리를 배 타고 가다가...실제로는 더 멋진 장면이었다. 바람이 스르르 불고, 피리 소리가 멀리서 들려 오는 장면이었다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화원. 서태후가 만들어 놓은 인공 호수와 그 위에 떠 있는 돌로 만든 배. 이화원의 상상초월 뻑쩍지근함을 보면서 서태후는 뭔가 정신적으로 공허함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저 사진은 회랑을 걷다가 너무 더워서 난간에 쉬고 있었는데, 그때 만난 청화대에 다니는 학생이 찍어준 사진이다. 아버지는 중국인이고 어머니는 미국인이라는 그 애와 소주거리로 가는 배를 타기 전까지 같이 걸어다니며 이야기를 나눴다. 중국어와 영어, 그러다 안 되면 한국어를 섞어가며 의사소통을 했다. 아주 재미있고 똑똑한 애였음.^^ 사진이라도 한 장 같이 찍어둘 걸 그랬다.*내가 목에 걸고 있는 건 나름 첨단 시스템이다. 내가 가고 있는 곳을 빨간 불로 저 기계판에서 표시해 주어서 이화원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 주고, 어느 포인트에 가면 자동으로 인식을 해서 그곳에 대해 설명해 주는 관광가이드 기계다. 조선족인지 북한 사람인지 어떤 아저씨가 구수한 목소리로 이화원의 곳곳에 대해 설명해 준다. 장랑을 걸을 때 그 위에 그려진 그림에 대해 다 이야기해 주는데, 처음엔 재밌어서 한참을 서서 들었지만 나중엔 이어폰을 빼 버렸다.ㅎㅎ 이 아저씨가 많이 하는 말은 '자 그럼 앞으로 천천히 나가면서 유람합시다!'이다.ㅋㅋㅋ 아참, 가이드 기계 대여비는 40위엔. 100위엔은 보증금.(각 문마다 기계를 반납하는 곳이 있고 이 곳에서 보증금을 돌려준다. 저녁 6시에 문을 닫는데, 5시까지 기계를 돌려달라고 되어 있어서 부랴부랴 맞춰서 갔는데, 다른 사람들 보니까 다들 늦게 반납하더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람이 솔솔. 이화원은 '여름 별장'이라더니 정말 시원하다. 저기서부터가 소주거리의 시작점. 소주-한번 가 보고 싶다. *참고로 입장권만을 산 경우, 이런 소주 거리를 직접 걸어보고 싶으면 10위엔을 따로 내고 입장해야 한다. 유럽에서 공원 구역마다 돈을 받는 것과 같은 시스템. 나 같은 경우는 통표를(학생 할인 받음 30위엔인데) 안 사서 돈을 더 쓴 셈이 되었다. 입장료 15위엔+경극하는 덕화원 들어가느라 10위엔+소주 거리 배 타는 데 20위엔.@@ 그냥 통표를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여긴 정말 내려가 보고 싶을 것이므로...... 저 좁은 길을 걸어다는 게 얼마나 재밌다고. 게다가 완전 낭만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소주 거리-피리 부는 아저씨가 계속 연주를 한다. 해는 조금씩 지고... 정말 아름다웠다! 나도 저 배를 탔지.^^ 서태후가 이렇게 했겠지 상상하면서~ *참고로 저 배는 보기는 좋은데 막상 타면 별로다. 동문부터 걸어왔을 때, 시간이 촉박하여 빨리 북문쪽으로 오고 싶다면 타도 좋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리 위로 올라와서도 한참을 저 곳에 있었다. 얼마나 아름답던지. 아마 피리 소리가 계속 들려와서 더 그랬던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마교 사원 앞.(용화궁 역 A번 출구) 유명한 딤섬 집을 가기 위해 찾아간 곳인데, 크고 멋진 찻집이 있었다. 속을 슬쩍 들여다보니 악기들도 있고 정원도 예쁘고, 앞엔 중국 다도를 가르쳐 준다는 얘기도 써 있었다. 다음에 베이징에 갈 기회가 있음 가 보고 싶은 곳.*용화국 역(라마교 사원 주변)은 여행잡지엔 안 나와있지만, 공원도 형성돼 있고 라마교 사원도 꼭 들어가 보고 싶고, 멋진 찻집도 있고, 맛있는 딤섬집도 있고 저녁 나절 가기에 좋은 곳이었다. 추천! 시간이 있다면 오후에 라마교 사원 둘러보고, 그 옆에서 딤섬 먹고, 저녁엔 찻집 가서 다도 배우면서 음악 들으며 차 마시고 하면 좋을 것 같다! 강추강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로 저 찻집이다! 용화궁 앞.

사용자 삽입 이미지

24시간 영업하는 유명한 딤섬집-찐딩시엔(금정헌) 앞에서. 딘타이펑보다 가격은 조금 싸면서 맛있다!! 밤 10시 이후부터는 별표 메뉴들은 6.8위엔에 할인해서 판다. 저 가게 앞은 해바라기 씨를 먹으면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위치: 라마교 사원 옆/ 용화궁역 A출구 길 건너(5호선/2호선)) 알고보니 2층만 흡연석이라고 한다. 그냥 안내해 주는 대로 2층에 앉았었는데... 정말 담배 연기 때문에 머리가 띵하고 토할 것 같았다.@@ 중국은 흡연자들의 천국.

사용자 삽입 이미지

쓰차하이(십찰해) 주변의 후통을 갔다가 우연히 들어가본 오래된 절. 실제로 보면 정말정말정말정말 멋있음. 중국의 전통적인 집은 이 절처럼 입구자 모양으로 짓고, 그 안에는 꼭 나무를 두 그루 이상 심는다고 한다. 나무가 한 그루면 곤고할 곤자(困)가 되기 때문이고, 나무가 없으면 가둘 수(囚)가 되기 때문이라고 (책에) 써 있었다. 아하하하! 이런 이야기 너무 재밌지 않은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쓰차하이(십찰해)에서. 이 다리는 은나라 때 지은 작은 다리다. 다리를 기점으로 위로는 前海, 아래로는 後海로 불린다. 사진엔 참으로 아름답고 낭만적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우...양쪽의 카페촌은 흡사 미사리 같은 느낌이었다(미사리 같은 느낌으로 노래도 부르고 막 그런다). 전혀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곳인데, 여행 책자에는 그렇게 좋다고들 소개되어 있다. 사람 취향 문제. 후해 쪽에 장개석 부인이었던 송가령의 집이 있는데, 시간이 늦어서 이미 '꽌먼'하여 못 가 봤다. 예전에 본 송 씨 자매에 관한 영화가 생각나서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김없이 비가 와 주시고......북경엔 비도 잘 안 온다던데. 그치만 덕분에 선선하고 괜찮았다. 저 어디 근처에서 저녁 먹었다.(@십찰해에서)-가지 마시오. 별로라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십찰해 옆에 있는 후통. 중국의 옛 골목길을 말한다. 여기서 자전거나 인력거를 탈 수 있는데, 이 날 비가 와서 아저씨들이 다 들어가는 바람에 못 탔다.TT 중국은 올림픽 이후로 후통을 거의 다 철거하고 이젠 몇 개 안 남았다 한다. 그나마 남아있는 것들도 다시 다 시멘트 바르고 공사중이었다. 이 곳도 마찬가지였고. 아...참 중국 사람들. 경제 성장이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뷰리풀 플레이스가 되려면 참으로 멀었구나 싶었다. 이탈리안들이 발에 치이는 유적지를 남겨둔 선조들 덕분에 잘 살고 있는 것처럼, 중국도 딱 그런 느낌이었다. 후손들의 민도는 낮고 문화적으로도 형편없으나, 선조들의 멋진 유산들이 워낙에 많이 남아있으니...그들은 자랑스러워할 만하겠던걸. 우리 선조들은 옛날옛적 중국에 갔을 때 기 죽을 만했겠던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숙소로 오는 길 서너 번 왔다갔다 했던 냐오차오(새둥지) 주경기장이 있는 올림픽경기장이다. 그곳에 있는 워터큐브-수영장의 모습. 82번 버스가 서고, 숙소로 가는 81번 버스로 갈아탈 수 있던 곳.=) 81번 버스는 정말 애용했음. "beichenziqiaonan"이라는 버스 안내 방송이 귀에 한번 꽃힌 후로, 계속 그 말을 되뇌였다는...... 중국에 6개월만 살면 말은 금방 늘겠더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돌아오는 마지막 날. 강의를 끝내고 비행기 시간까지 어중띠게 시간이 남아 '오도구'에 가 봤다. 오도구는 우리나라 신촌 정도에 해당하는 곳이고, 주변에 북경대와 청화대가 있으며, 외국인 특별 전형으로 이런 좋은 대학에 들어가보려는, 혹은 어학 연수를 위해 와 있는 한국 유학생들이 많은 곳이다. 한국 어린 애들의 껄렁거림과 자신들이 중국인과 다르다는 듯한 어투와 태도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꼴보기 싫어서, 근처 책방에 들어갔다. 2층으로 이루어졌고,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서점이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책들이 갖춰져 있었다. 중국에까지 오바마와 스티브잡스의 인기는 이어지고 있었고, '일본/한국 소설' 코너에서 우리나라 소설 번역본은 한 권이 있었던 데 반해 일본 소설은 굉장히 많았다.(우리나라 책은 그것도 '가시고시'던가? 이 책 좀 3류로 기억하는데...--;) 이 작은 서점에 역사학, 정치학 관련 코너가가 상당히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것이 인상 깊었다. 이 사진은 멀리서 줌인을 해서 찍은 것!^^ 다들 붕어 같이 생긴 못생긴 중국 남자들만 보다가, 이 아이는 얄쌍하게 생기기도 했거니와, 한여름, 한낮에 책을 보다가 자고 있는 풍경이 보기 좋았다. 구도도 재밌고. 꼭 중국 영화나 홍콩 영화의 스틸컷 같지 않은가. 이 애가 보던 책은 정치학 관련 서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도구에 있는 '띠옌잉위옌'. 극장인데, 정말 옛스럽다. 빨간 현수막엔 '괴물 어쩌구'라고 써 있는 건, 슈렉4를 말하는 거다.ㅎㅎㅎㅎ 1인당 12000원 정도이니, 베이징 물가 우리랑 거의 비슷한 셈 아닌가? 실제로도 음식값만 약간 쌀 뿐, 신발이나 옷 값은 비슷하더라.


베이징 여행 끝.^^/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