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즐겁고 재밌는 것에 대한 생각

<하고 싶은 것> 

1. 나다운 집을 만들고 살아가는 것.

하나하나 개성이 묻어나고, 햇볕이 잘 들고, 음악이 있고, 향이 좋은 집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 10년 후쯤, 재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우석과 나의 공간을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하나하나 고민하면서 모아갈 생각. 

집은, 우리는 앞으로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와 관련이 되므로 중요한 문제다. 재이가 성인이 되면 우리가 평생 가꾸며 살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

2. make up 배우기- 메이크업은 중년부터

스무 살 떄부터 지금까지 화장을 해 본 적이 없다. 선크림이나 선크림 겸 메이크업베이스, 한때 쿠션이라는 것도 좀 써봤는데, 이젠 다시 선크림 겸 톤업크림이라는 것만 바르고 산다. 립글로스도 거의 10년째? 같은 것만 쓰고 있다.--;; 자기한테 잘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좋을 것 같고, 부럽기도 하고, 화장을 조금 하면 기분전환도 꽤 될 것 같다. 그동안 전혀 안 해왔으니, 이제부터 죽을 떄까지 조금씩 해 나가보려고......생각함. 어떤 색이 내게 잘 어울리는지도 하나하나 테스트해 보면서.

3. 현악기 배우기, 피아노 실력 업그레이드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현악기를 하나쯤 배우고 싶으니 도전해 보고 싶고. 피아노는 지금 수준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 라흐마니노프 같은 멋진 곡을 연주하고 싶다...

4. 여행!

재이, 우석과 함께 세계를 누비고 싶다. 경제적인 여유만 된다면, 아니면 조금씩 따로 여행을 위한 돈을 모아서..일단 유럽부터! 가서 마을에서 좀 지내보고 사람들도 만나보고.... 다른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실현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철마다 국내의 좋은 곳들도 하나하나 가보고 싶다. 특히 가장 먼, 붉은 땅의 남도부터.. 난 아직 섬진강 매화꽃 이런 것도 못 봤다.

5. 스페인어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다. 이유는? 음..스페인어 소리가 매력적이고, 특히 노래를 부르고 싶기 때문이다. 스페인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배우고 싶었는데, 필요한 영어도 잘 못 하는데..하면서 미뤄왔다. 영어 좀 잘 하면 그 다음에 배우려고. 근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을 것 같다. 그냥 시작해 보려고 한다. 하루 15분..뭐 이런 걸로..

5. 마라톤

마라토너에 대한 로망이 있다. 전혀 나와는 거리가 먼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몇몇-하루키 포함-은 이상하게 마라톤을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아는 천재끼가 있거나 자기 일 잘하는 사람들은 마라톤을 해서 그런 것 같다. 하루에 3000걸음 걸을까 말까 한 내가 가능할지...정말 미지수인데, 바라는 바이기는 하다.

 

<좋아하는 것>

1. 느긋하게 시집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 데서나 펴서 읽을 수 있어서 좋고, 흐름이 끊겨도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나의 작고 우아한 사치. 시집을 한 권 사고, 읽는 것.

2. 양이 적고 어여쁘고 맛있는 것들

아무리 맛있어도 양이 많으면 금세 그 맛에 익숙해지면서 지루해진다. 양이 좀 적은 게 핵심이다.

3. 음향이 좋은 앰프와 스피커

첼로와 바이올린 현을 긁는 소리까지 들리는 앰프와 스피커. 정말 갖고 싶다.  월급이 오를 때마다 하나씩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 그리고 난 여전히 CD로 음악을 듣는 게 좋다. 어떤 사람들이 LP를 꺼내는 손맛이 있다고 하는 것처럼, 내게는 CD 케이스를 열고, 그 동그란 실체의 끝부분을 만지는 것이 중요한 행위다.

4. 햇살이 드는 창가

아주 오래전부터 햇살이 쫙 드는 창가 자리를 좋아한다. 태양의 따뜻한 에너지를 잔뜩 받는 느낌이 좋아서다. 눈이 약간 부시지만 그 아래서 책을 보면 눈에 양기가 가득 차는 느낌, 개안하는 느낌이 든다. 내 친구들은 주근깨나 기미가 생기거나 얼굴이 탄다면서 햇빛 앞에 앉아 있는 내게 뭐라고 한마디씩 꼭 했던 듯.

 

<즐겁고 재밌는 것>

1. 편하고 좋은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혹은 친구들 집에 가서 이야기하고 음악 듣고 맛있는 것 먹는 것.

즐겁고 재밌는 건 역시 친구들과 함께일 때다. 바깥에서 만나서 밥 한끼 먹는 건 이상하게 재미가 없다. 집에서 노는 게 좋다. 

2. 좋은 음악을 찾아서 듣는 것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장르 구분 없이 좋은 음악을 발견할 때 즐겁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새록새록 좋은 음악이  이 장르에서 더 많이 발견되기 때문인 것 같다. 뻔하지 않은 음악들을 만날 때 즐겁다.

3. 우석과 함께 영화를 보거나 함께 TV를 볼 때

영화나 TV는 역시 우석과 같이 봐야 제 맛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야기하는 것도 즐겁고, 내가 울 때 옆 사람이 이미 울고 있는 걸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재미난 장면에서 같이 웃어대는 경험도 소중하다. 이상하게도 매체나 영상을 혼자 보면 난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다. 혼자 영화를 본 것도 아마 두세 번 정도가 다인 듯. 

최근 함께 본 것: 오펜하이머(기대했던 것보다 별로였다. 왜 놀란 감독 영화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솔로-모태솔로편> 재이를 재우고 난 뒤, 꼭꼭 챙겨 봤따. 으아..왜 저래, 막 이러면서, 우리가 만난 걸 다행이라고 여기며 감사하게 만든 효과도 있었다, 나의 최애 <최강야구>-새로운 시즌이 시작해서 기쁘다. 직관 가고 싶다.

4. 재이와 쇼핑

만 7세, 한국나이 9세. 우리 딸과 나는 쇼핑 파트너다. 쇼핑을 할 때 손발이 척척 맞으며 매우 즐겁다. 게다가 우리 딸은 나름의 심미안(?)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게 어울리는지 이런 걸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낸다. 예를 들어 신발을 살 때, 두 가지 색 중 고민을 하고 있으면, 엄마가 좀 어려보이고 싶고, 나랑 같이 다닐 떄 신으려면 파란 색, 학교 갈 때도 신으려면 검정이 낫지.라고 쿨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해 준다. 똘똘한 놈 같으니라구! 반면 나도 재이가 고민하고 있을 때 극T의 자세로 조언을 해 준다. 엄마, 이 스티커가 좋아, 저 스티커가 좋아? 응. 저거! 흔하지 않잖아! 이건 금방 질릴거야! 그러면 우리 딸은 씩 웃으며, 역시!라고 말해주는 식이다.

정말 즐겁다! 이 친구와의 쇼핑!

5. 피아노 연주

새로운 악보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게 좋다.

<계속 업데이트 해 나갈 예정>

 

 

 

 

부부관계는 잘 나가다가도 조금만 틀어지면 삐끗한다. 갈등의 발발 원인도  주로 비슷한 패턴인데, 무조건 갈등 상황이 벌어지는 1순위는 내가 그에게 쌓여있는 설거지에 대해 '좀 하라!'고 말할 때이다. 요리한 사람은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는 내 원칙은 그에게는 영 먹히질 않는다. 그 이유를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오늘 아침엔 남편이 아침을 준비했다. 어젯밤,  내가 요리를 하니 그대는 설거지를 하라는 말에 (차라리) 자신이 음식을 준비하겠다고 화인지 짜증인지 모를 말을 하며 시작된 역할 바꾸기 놀이가 시작된 것이다.

어색하긴 했지만 내가 그보다 더 늦게 일어났고, 눈 뜨자마자 뭘 먹을지를 생각 안 하고 바로 부엌으로 가도 되지 않는다는 게 좋았다. 잠이 덜 깬 눈으로 가스를 켜고 잘 쥐어지지 않는 소스 뚜껑을 열거나 칼을 썰거나 하는 일보다 J 방에 들어가서 꺠려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간질간질, 이야기를 걸며 깨우는 일도 좋았다. 아이 머리를 빗기고 물통에 물을 담는 일까지가 내 일이었는데, 그리고 그 시간 그는 같이 아침밥을 먹거나 샤워를 하며 옷을 입고 책상 의자에 앉아 있는 그림. 나도 그걸 한번 따라해 볼까 하다가 유치하다는 생각에 그냥 관뒀다.  그가 하던 일. 아침에 재이를 셔틀버스에 태워 보내는 일은 내가 했다. 창가에 서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기분이 좋다.

아침 수영을 하고 돌아오면서, 흠.그러면  이따 저녁을 뭘 먹을지, 저녁에 집으로 들어가서 부엌으로 향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하하하! 기분이 좋고 지루한 생활인에서 해방된 느낌이었다. 난 지독히 부엌을 싫어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는 며칠 안 가서 역할 바꾸기 놀이를 하자고 자신이 먼제 제안할 걸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자기 적성을 여기서 찾을지도 모른다. 

결혼 전엔 남편과 내가 동거인으로써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먹고 치우고 하는 그림이 당연히 될 것이라 생각했다. 추호의 의심도 없이. 왜 그랬을까??? 지금도 의문이다. 결혼 10년이 지나고, 미국에서 코로나를 겪으며 난 이제 어느정도 음식을 할 수 있게 되긴 했고, 그는 더더욱 안 하게 되었다. 그냥 어쩔 수 없다하면서 나도 이젠 내가 끼니를 준비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시점이었다. 특히 입 짧은 J가 잘 먹어줄 때, 나름의 보람을 느끼면서. 흠..그런데 이런 순간이 오네.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는 건가보다.

2024년 2월 22일 새벽 0:49 

아이의 봄방학은 또 다른 문제였다. 나름 철저히 대비한 겨울방학은 매일매일의 프로그램으로 뭔가 빡빡하고 뿌듯하게 채워져 나갔는데, 무방비 상태로 있던 봄방학은 하루하루가 길게만 느껴진다. 아이도 그닥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 같지 않고, 나와 남편은 집에서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계속 말동무 비슷한 걸 해 가면서 하루하루가 가고 있다. 개강을 앞두고 마음은 조여오는데, 아이는 시간을 함께 보내주길 원한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고 나도 생각한다. 아이는 키우려고 낳은 거니까.

오늘도 또 하루가 지나갔다. 25일까지 미루어진 논문 투고일이 어느새 다가오고 있고, 이것도 가능할지 포기해야 할 지경에 왔다.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 나의 무능함을 탓할 뿐이다.

아이와 나, 그리고 남편은 흡사 코로나 때 집에 세 식구가 뭉쳐 있던 것마냥 겨울 내내 같이 있었다. 가끔은 내가 사회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였는데, 오늘 다행히? 내가 조직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체감할 만한 일이 있었다.  전공의 파업의 여파가 나에게도 미칠 줄이야. 재이 피부과에 가서 2시간 넘게 기다려서 3분가량 진료를 받고 나왔다. 퇴근 시간을 2시간 훌쩍 넘게 고군분투 중인 의사도 못할 일이지 싶고, 금요일이 무섭다고 말하는 간호사들은 웬 고생인가 싶고, 수술 앞두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어쩔까 싶었다. 그나마 나와 재이는 간단한 약 처방 정도, 경과 보고 정도여서 괜찮았지만, 그 옆에 산부인과, 그 앞에 폐암 센터의 환자들은 정말 어쩌란 말인가. 선거를 앞두고 갑작스레 공격해 오는 윤의 태도는 정말 후져도 참 후지다. 상대방과 타협, 적절한 조정점을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일방적인 건 그 내용이 무엇이 되었든 비인간적이고, 비인격적이다. 그래서 전공의들의 사직이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나저나 아이의 약한 피부는 언제 단단해질 수 있는 걸까. 만10세가 되면 정말 나아질까. 이제 만8세가 다가오는데 스카치테이프를 뜯다가 어긋나 작은 상처가 난 것도, 작은 벌레에 한번 물렸을 뿐인데도 그 자국이 한 달가량 간다. 그리고 자주 몸은 가렵다.

이런 와중, 너무 우울하고 외롭다. 난 이 시간을 잘 뚫고 나갈 수 있을까. 아이는 엄마아빠가 유명한 영웅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영웅들은 다 힘들고 불우한데 자기를 포함한 우리 가족은 행복하니 영웅이 되기는 힘들겠다고 했다. 에게도 힘든 시간이 분명 있었고, 지금도 그런데 영웅이 되지 못한 까닭은 그 힘듦을 극복하지 못한 채 그냥 시간에 기대어 넘어왔기 때문이겠지 싶다. 아무리 생의 주기가 길어졌다고 하지만 내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앞으로 10년, 그 다음 10년이면 나도 70이 다 되어 간다. 재이 말대로 내가 위대한 인물이 되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나 족적을 남기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딱 10년이다. 10년 동안 난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성실히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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