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둘러 앉아 저녁 식사를 같이 하며, 하루 있었던 일들, 생각한 것들, 느낀 것들을 이야기하는 일.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맛있는 후식을 먹고, 식사 준비를 하지 않은 사람이 뒷정리를 하고...


가족 드라마의 전형적인 모습, 어느 가정에서나 이렇게 저녁 시간을 보낼 것만 같다고 쉽게 생각하는 그림. 나는 이런 저녁 식사 시간을 가진 기억이 별로 없다. 부모님의 식사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어서 식사 준비 시간에 비해 음식이 먹어 없어지는 시간이 너무 빨라 '식사'라는 행위가 참 허무하다고 생각되기 일쑤였다. 혹은 내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빠의 긴 연설/강의 같은 독화술로 식사 시간이 채워지거나였다. 아, 간혹 두 분의 싸움도 식사 시간에 발생될 때가 있었다.


결혼을 해서 나도 가정을 이루었고, 내가 만든 가정에서도 이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엌 일에 익숙지 않은 나도 한몫, 늘 시간이 부족해서 저녁 식사 후에는 무언가를 '빨리, 어서' 해야만 하는 그도 한몫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턴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정말 드라마에 나올 법한 이야기로 되어 버렸다. 우리 아이는 먹성이 좋은 아이가 아니었고, 나는(때론 그도) 아이를 달래고 먹이느라, 그는 박사 2년차를 보내느라 우리의 저녁 식사 시간은 그저, 배고파서 먹는, 따뜻한 시간이 아니기에 나의 노동력을 들이고 싶지 않게 되는... 뭐 그렇게 되어 버렸다.


2019년, 2월을 맞이하고 있다.

1월이 다 갔다. 

2018년 12월 24일-->25일

지난 5일 동안은 캔쿤에서 부모님, 남편, 재이와 함께 지냈다. 30개월 재이와 부모님과 푸르디 푸른 카리브해를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마음껏 먹고 마시고 놀라는 all inclusive가 그리 매력적인 조건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여행이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선물 준비 하나 없이, 지나갔다. 물론 나의 게으름 때문인데. 항변하자면... 이상하게 난 이것저것 잘 까먹게 되었다. 머릿속이 항상 분주하고 정돈이 안 되어 있다. 아이 때문인가, 노화 때문인가. 이 불안정함은 도대체 무엇에서 기인하는 건지. 아이 키우는 것도 쉽게 짜증이 난다. 너무 잘 하려다가 안 하느니 못한 결과들이 나오거나, 도중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다.

예수가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인간의 몸으로 이 세상에 오신 날.
그분은 정말로 나 때문에,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오셨을까. 그 구원이라는 건 뭘까. 도대체 뭘까.

말일까지 마감인 문서(?) 하나를 앞두고 있는데, 하다보니 하기가 싫어서 미적 대고 있고. 그러다 보니 비효율적이고. 연말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부모님까지 오셨는데 이러고 앉아 있는 내가, 그리고 옆 책상에서 나와 비슷한 처지로 앉아 있는 동거인의 처지가,... 별로다.

재이는 오늘 낮잠을 안 자더니 저녁 나절, 밥도 안 먹고 떼를 쓰다가 쓰러져 자고.
엉망진창이다.


2018년 5월 17일. 목요일 새벽.


내일 금요일은 서울 수업 1교시가 있는 날인데, 목요일이면 이미 한 주가 끝난 느낌이 들고 괜히 새벽에 이렇게 시간을 보내게 된다.


7월 12일로 출국 일자가 정해지고, 어제는 우석이 우리가 살 집을 가예약해 두기도 했다고 한다.

이제 두 달 정도 남았는데

마음이 붕 떠버려서 쓰고 있는 논문 마무리도 잘 안 되고, 강의도 제대로 안 된다.



완전히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 비스무리한 것도 있는 것 같고....

가만 보면, 직접 닥쳐보기 전엔, 걱정을 안 하는 편인 거 같다. 막연한 자신감이라고 해야 하나? 

어릴 때야 진짜 사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고 치자. 지금은 아닌데.... 그렇다면 뭐지?

그냥 내가 어느 정도 인복도 있고, 운도 따른다는..뭐 그런 믿음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관계 맺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제일 문제는 영어다. 

흠- 논문 마무리가 급한 게 아니라 영어 공부를 좀 집중적으로 해놔야 될 것 같은데, 이마저도 마음이 안 잡힌다.

가기 전까지 획기적으로(!?)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을까?



또 다른 걱정은, 재이를 돌보는 것도 그렇고,

특히 내가 밥을 챙겨야 한다는 것, 주부로서의 역할을 아무래도 해야 될 것 같아서인데....빨래/청소/집안 일...

이건 이번에 우석에게 확실히, 잘, 이야기해 두어야 할 것 같다. 분담에 대해서.



다시 티스토리를 살려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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