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어교사양성 과정 강의를 했다.


 다양한 연령대, 배경, 성별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건 처음에는 약간 긴장이 되기도 하지만 하다보면, 하고 나서 기분이 더 좋다. 돌발상황과 재미난 질문들.이런 것들이 강의자에게도 자극이 되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항상 질문에 바로 대답하는 똘똘이 스머프 하나, 엉뚱한 질문을 하는 사람 둘, 매우 심각하고 진지한 질문을 하는 사람 셋, 나와 개인적인 친분을 맺고 싶어하는 사람 넷이 꼭 출연하는 것도 재밌고. 


공부하는 길을 가면서 이 일이 나름 재미도 있고, 안 해서 문제이지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지만, 문제는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발로 뛰고,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가며, 사람들을 이끌며, 행동력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동경해서인가.(다음 생에 태어나면 언어를 다루는 일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런 시큼털털할 때 이런 강의를 하다보면, 뭔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어렴풋이 느껴지고 반응이 바로 오니... 좀 위안을 얻게 된다.


전공 이야기를 일상어로 쉽게 풀어내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한눈 팔지 말고, 딴 생각 하지 말고 공부할 때다.

 

가이드라인 참고.


good_phd_student.pdf


여러 주제를 다루면서 찔끔찔끔 관련 논문들을 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게 공부하는 것이 좋을까?

원생일 때, 연구에 도움이 되는 수업은 후자였는데......
그러나 만약 학생들이 전혀 이 공부에 대한 개괄적인 공부가 안 되어 있다면? 이건 좀 이상한 얘기가 될 수 있다.
어찌해야 하나.
학생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으니......
두 가지 버전의 수업계획서를 준비해야 하나?

그쪽 선생님께 여쭤봐야 하나? 좀 그런가?

벌써 며칠째 커리큘럼 때문에 이것저것 고민 중이다.



-
내가 배웠던, 그 분야에서의 '대가' 선생님 몇 분이 떠오른다.
언어 현상을 보는 통찰력, 이론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 엄청난 공부량, 게다가 유머와 여유까지 있었던 L 선생님.

수업 준비를 하면 할수록, 난 아직 대학원생들에게 강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데 덜컥 맡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겁다. L 선생님 같은 내공이 내겐 없는데. 그렇다면 대신 젊은 학자(사실 난 아직 학자라고 말하기에도 참 뭐가 없는데....)로서, 같이 이 길을 걷는 동업자가 될 후배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음....원생 시절 때, 젊은 선생님께 배운 수업이 두 번 정도 있었다.
그 선생님은 우리에게 '새로 나온 논문'들을 꽤 많이 소개해 주었었고, 같이 읽고 토론했었다.(아마 그 선생님의 관심 분야였을 듯.) 하루에 3편씩 논문을 읽어나갔던 듯. 나쁘지 않았음. 또 젊은 선생님이 주는 경쾌함(?) 비스무리한 것도 있었고.

......
내 능력을 고려할 때, 넓게 가기보다는 내 연구 분야로 깊게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목표는, 이 수업을 통해 동업자를 양산하는 것.
개론서야 각자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몇 권 소개해 주고......

학생들을 직접 만나봐야 뭐가 나올 것 같기도 하고.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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