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했으나 불순물 없이 맑고, 즐거운 분주함이었다.

양수리엔 근 2주만에 왔다.
집에 돌아오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다.
흐트러졌던 것들이 제 모습을 찾는다.
익숙했던 사고 방식과 생활 방식.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와 하늘이 짖는 소리. 음식 냄새.

서울에서의 잡다구리하며 쓸데없이 복잡했던 내 일과 생각들에서 한 발짝 떨어져 천천히 훑어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좋다.
얼른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아 부모님께 안겨 드려야지 하는, 책임감 비슷한 것이 느껴지는 것도 좋다.


아빠의 그간 쌓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엄마의 생활 모습을 보며
나도 아빠처럼만 젊고 생생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만큼만 부지런하고 담백하고 착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두 분의 딸인 난, 참 무력하며 수동적으로 살고 있었구만......
하나님께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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