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상태라 잠이 오지 않는다.

 

이 조직에서 난 잘 해 낼 수 있을까.

 

조직이 개인을 착취하는 게 일반화된 것에서 대학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특히 나처럼 아직 연구자로서의 입지가 없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갑과 을도 아니고, 갑과 정쯤의 입장에 있다보니, 나는 학교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는 약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 그 의견을 따라야 하는지,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나는 왜 아직도 이러고 살아야 되는지, 스스로가 한심해지는 날이었다.

 

S대를 여차저차 그만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이 조직에서 하는 일이 전시행정, 일을 위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학생을 위한 일도, 교수를 위한 일도 아니었고, 도무지 누구를 위해 하는 일인지 알 수 없는 일들,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공무원 같은 수동적인 마인드. 그곳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택했고, 새로 가게 될 이 곳은 아마 S대 같은 짓은 안 하겠지만, 일은 많고, 보는 눈도 많으며, 한마디로 좀 더 빡센 조직이다. S대는 내가 어떻게 가르치는지, 무엇을 연구하는지 사실 전혀 관심도 없었고, 관여하려 들지도 않았다. 이상한 일들만 가끔 하라고 했을 뿐. 정말 생각해보면, 이 조직은 제대로 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너도 나도 눈가리고 아웅 식이었다. -그게 나를 미치게 했고,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곳이든 저곳이든 다 좋지는 않다.

 

난 아직 연구자로서의 입지도 굳히지 못했고, 발을 딛지도 못했는데,

졸업한 지 3년 반이 지났는데,

수업들을 해 가면서, 이 빡센 조직에서 앞으로 2년 동안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번 방학동안 큰 계획을 잘 세우고,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

내 자신을 특화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 연구 분야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결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1)  미시적인 것보다는 거시적인 것을 다루는 게 익숙하다.

2)  실제로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을 연구하길 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인터뷰, 대화 분석, 화행, 말하기 교육, 텍스트분석

국어교육, 한국어교육.

 

 

위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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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누가 먼저 양치를 할 것인가로-서로 먼저 하기 싫어서-묵찌빠를 10판 했다.

정말 어이없는 행동이었지만, 처음에는 내가 4판을 내리 졌고, 나중에는 남편이 4판을 내리 져서 우린 결국 10판까지 하게 됐다. 오늘 머리도 복잡하고 우울했는데, 묵찌빠를 하며 키득키득 웃어댔더니 그래도 어느정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어떻게 보면, 다 잘 되고 있고, 심각한 일도 아닌데.

또 어찌보면, 천천히 하나하나 해 나가면 될 일인데, 조급해하고, 닥치지 않은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는 것은 아닌지.

 

남편도 일도 많고 처리해야 할 일도 많아서 꽤나 마음이 복잡할텐데, 그는 내색 하나 하질 않고, 내 얘기를 들어준다.(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그는 걱정할 시간에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유형이고, 난 사실 걱정과 계획이 앞서는 유형이다. 게다가 기분파이기까지 하다. 남편을 보면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 나의 강점과 약점을 많이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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