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는 일'은 절박한 문제이니,
어쩔 수 없이 '의사소통'은 나의 논문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화행 분류에 대한 서칭이 아깝긴 하다. 이거 잘 하면, 거참 멋질텐데 아쉽다.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다.)
논문을 다 쓴 후, "지행일치"가 된다면 사는 게 한결 수월해지겠지.



내가 '어쩌다' 화용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바닥에 뛰어들었는지에 대해 근 한 달간 자책하고 있었다. 음성학처럼 실험 돌려서 쓸 수 있는, 눈에 보이는 데이터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형태론적처럼 자료를 많이 수집 후, 분석을 날카롭게 할 수 있는 분야를 전공으로 했다면, 그런 것에 내가 관심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통사론처럼 뿌리가 튼튼한, 완전히 이론 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완전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성향의 사람이었다면......


그러다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의 실제 말이나 가족들의 말을 속으로 분석해 보면서,
그리고 내 스스로도 대화란 참 어려운 것이라 절감하면서,
내가 공부하는 분야는 굉장히 흥미롭고, 게다가 실질적인 것들을 현실 세계에 제공해 줄 수 있는 학문이라는 '위로'를 듬뿍 스스로에게 해 주기도 한다.

분명히, 이 쪽 연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나처럼 대화다운 대화, 의사소통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도 될 수 있을 거다. 모르면 배우고 공부해서 아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경험을 하면서 다치고 깨지고 굳어지기 전에 이론적으로 '미리' 무장하고 하나하나 맞는지 테스트해 보는 게 내 스타일이가 보다. 또 난 굉장히 자유롭고, 귀납적 방식을 좋아하는 것 같이 말하곤 하지만, 사실은 연역론자처럼 이상적인 모형을 만든다든가 원형을 재구하는 쪽을 훨씬 좋아한다. 완전 모순 덩어리....



5월 안에 이 모든 모순 덩어리들을 일단락 짓겠다.
"차차 나아지겠지"라는 말은 꽤나 매력적이며 여유 있는 소리로 들리지만,
 확 뜯어 고치든가, 하든가 말든가 결단을 내리고 앞으로 나가는 게 내 기질상 맞는다.


잘못된 길로 계속 가고 있다면,
지금 가는 길이 불안하고 즐겁지 않다면,
과감하게 뜯어 고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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