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잔치에 질식해서 돌아버릴 것 같다.

 

J의 알맹이 없는 얘기들을, 그의 끝간데 없는 피해의식에서 비롯되는 끝없는 얘기들을 듣는 건 그야말로 고역이다.

 

장장 네 시간 반 동안 거의 혼자 말한다. 

 

무슨 얘기들이었지?

 

남에 대한 부정적 평가, 이론을 위한 이론, 나를 드러내고 싶다는 욕구에서 나오는 말을 위한 말들.

 

그 속엔 어떤 마음이 들어 있었는지.

 

'나를 알아봐 달라.'라는 '인정에의 욕구'와, 부 또는 명예를 지닌 사람에 대한 '질투'.

 

결국 이 두 가지로 압축되는 것 아닌가.

 

알아볼 만 한 사람은 굳이 '나, 나, 나는..'을 내세우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볼 수 있는 건데...... 불쌍타. 그 찌질함과 간장종지 만한 인간됨이.

 

부와 명예를 가진 이에 대해 그렇게 쌍심지를 들고, 약점을 들춰내길 좋아하는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 자신은 진보주의자라고 외치고 싶어하며, 세상은 썩어빠졌고, 자신은 그 이치를 꿰뚫고 있다는 듯 말하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러면서 어느 순간엔 교묘하게 기득권에 굽신거리며 살 길을 도모하는 살쾡이 같은 행위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운동권이던 사람이 기득권을 취하게 되었을 때, 더 악랄해지는 사례들이 떠올랐다. 

그런 사람을 두고 '변절자'라고 부르나,

사실 그는 변절한 게 아닐 것이다.

본래 그는 '기득권'에 대해 절절하게 원하던 사람이었겠지.

 

오늘에야 확실해졌다.

왜 내가 그를, 꽤 오랜 시간 동안 진심으로 대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좋아할 수 없었는지. 네 시간 반동안 쏟아 부은 그의 배설물들을 통해, 그간 심증은 있었으나 물증이 없었던, 그의 실체를 명확하게 보고야 말았다.

 

이젠, 될 수 있으면 함께 하는 자리는 피해야겠다.

근 7, 8년 봐왔으니, 섣부른 판단은 아닐 거다.

'타인의 취향'이라고 쿨하게 인정하고 넘어가기엔, 그 취향에 너무 구역질이 난다.

매우 피곤하다.

 

모든 수업이 끝난 목요일 저녁.

모처럼 편하게 보낼 수 있었던 날 이런 시간을 보내고 남은 건,

더 이상 그와 상종하지 말아야겠다는 결론 하나뿐.

더 이상 그를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겠다.

 

......그래도 불쌍타.

진심이 빠져 버린 그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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