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소원 비는 것을 예약한 추석.

어제 두 가지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오늘 '소원'이라는 CCM노래도 들었다.

이 모든 게 버무려져서 '소원을 빈다'는 것은
약속처럼 미래에 대한 책임을 나에게 지운다는 의미도 있고,
이게 어느새 나에게 부담과 해야할 것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 건,
오늘 하루종일 혼자 있다보니 의미를 과잉적으로 부여한 까닭도 있지만......
어쩌면 중요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어제 휘리릭 빌어 버린 소원 두 가지는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가.
그 소원을 달성하면 정말 행복할까?



나도 좀 편하게 살고 싶다. 그냥 '남들 사는 것처럼'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편하게 산다는 건 뭔가', '남들 사는 것처럼'이라는 건 뭔가,
어떤 것에 도전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그냥저냥 사는 삶?
(혹시 나는 나도 모르게 불특정다수의 '남들'을 너무 폄하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것저것이 다 엉켜서 결국 일을 조금 하다가 참 그지같은 영화 한 편을 보고
잠을 못 이룬 채 새벽이 되고 말았다.

추석 연휴 동안 미뤄두었던 영화 보기나 실컷 할까?
그런데 난 이상하게 컴퓨터로 혼자 영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기분이 안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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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e is Nothing.'이란 말을 잡지에서 봤다.
정말 그런가??? 과연 그럴까?
분명 이 카피를 쓴 애는 '애'일 것이다.

1. 눈빛

매력적인 사람, 장만옥.
눈빛이 총명하고 싱싱하다.
젊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이랜다.
마흔 둘이라지?

이런 날씨엔 화양연화가 딱인데.
달콤하게 아름다운 영화, 첨밀밀도 다시 보고 싶네...




수유역 근처의 2층 양옥.
가회동 혹은 소호 분위기의 월인출판사.
내가 그리던 곳이었다.
통 창문이 있고, 창문 쪽으로 큰 책상이 있는 방.
이런 방에서는 논문도 쓱쓱 잘 써지겠다 싶었다.

그 곳에서 만난 두 사람.
분위기는 식물성인데 힘 있는 눈빛을 가진 두 사람.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
그 사람의 진짜 나이는 눈빛에서 나타난다.
어릴 땐 그저 쌍거풀이 있느냐, 홑겹이냐, 동그란가 길쭉한가에 불과했던 눈이 나이가 들수록 그 사람의 '속'을 보여준다. 가감없이.


나? 자신없다.
내 눈빛은 렌즈에 혹사 당하여 겉에서 보기에도 지쳐 있고,
기운이 없다.
겨우 오기로 버티고 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얼른 회복해야할텐데...




2. 말

'말'들은 얼마나 가벼운, 일시적인 약속들이며 고백인가.
수없이 사랑한다, 사랑한다, 약속해, 약속해. 라고 말한 것들.
글씨로 쓴 것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못 미더운 말, 문자들을 철썩같이 믿어 버리는 나의 마음 구조, 뇌 구조에 있다.
어쩌면 믿음이 없었기에, '말'과 '문자'에 의존하여 믿어 버리는 쉬운 방법을 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의 실상이다.
결국 내 마음 먹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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