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왕과 나' 맘 먹고 봤는데,
재미없다.
드라마 호흡도 길고 지지부진, 흡입력 있는 배우도 없고(내시 전광렬은 빼고), 그냥 이것저것 잡탕처럼 보여.
'내시'를 소재로 한 건 흥미를 끌만한데......어째 그렇고 그렇다.


'노다메 칸타빌레'가 재밌다고들 하던데,
특히 거기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 나와 굉장히 비슷하다면서 학생이 꼭 보라고 했는데, 언제 이거나 한번 찾아 봐야겠다. 대체 그 여자가 어떻길래.@@


2. 하루종일 공부하고, 노래 하고, 피아노 치고, 자고, 장 보러 나갔다 들어오고.
  텅텅 비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푸드코트엔 밥을 사 먹는 사람들로 자리가 꽉 차 있고,
  나처럼 혼자 장을 보는 젊은 사람들도 꽤나 많다.
  친구가 되고 싶은 심정. 컥..-_-
  저녁으로  초밥 6개를 사 먹고,
  우유와 요거트, 달걀, 브로컬리, 드림카카오72, 포도 한 송이, 만지작거리다가 엑스필 1병까지 사 가지고 집에 왔다.

 "추석엔 정다운 가족과 함께"가 그간 배워온 것으론 정상적 상황인데,
 밀린 청소, 빨래를 하고, 머리도 쉴 겸 집에 있었다.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슬몃 들기도 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보여주는
추석의 전형적인 풍경-시골 들판을 걸어가는 가족 4명, 반기는 조부모. 반갑게 상봉하는 모습, 서울역의 모습들-은, 어쩌면 관습적인 이미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은, 그 전형보다 훨씬 다양한 풍경일 수 있고, 추석 풍경은 상당한 부분에서 바뀌었을 수 있다.
세상은 변해 가고 있는데, 그것을 전달해 주는 데이터는 부족하다.
내가 PD라면, TV에서 이런 모습들을 보여주겠다.
맨날 고속도로 톨케이트에 헬기 띄워 보여주고, 막힙니다 생각보다 잘 갑니다 이런 화면 말고.

뉴스는 정말 진부하다.
진부한 뉴스, 뭐가 문제일까. 윗대가리가 문제일까, 구조적인 문제일까, 인력의 문제일까.
그 내부로 들어가 보지 않았으니 모를 일이므로 함부로 비판해서는 안 될 문제이지만, 어쨌든 진부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 막대한 POWER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3. 하루종일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독자노선을 당당히 걷기엔 난 내공이 한참 부족하다.
생각없이 너무 오래 살아서, 아직 주관이 뚜렷하지 않아서 그런다.
서른 둘인데 말이지.-_-


장을 보고 집에 들어오니 핸드폰 문자엔 '내일 8시 30분까지 와라'라는 짧은 문자가 엄마에게 와 있었다.
보낸이는 그저 사실 정보를 전달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난 마음이 찔리고 불편하다.
그 짧은 말 속엔,
'지난번처럼 늦으면 너 죽을 줄 알어, 알아서 해.', '오늘 하루종일 뭐했냐'라든가 기타등등의 경고성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생각해보면 엄마는 다른 엄마들처럼 잔소리 한번 안 하고, 항상 짧고 굵은 말로 나를 키웠고, 당신이 먼저 행동함으로써 내가 엿보게 했다.
훌륭한 우리 엄마.
내가 비행 청소년이 안 되고, 정규 과정을 밟으며 이 나이까지 온 건 엄마 덕분이다.




내일 늦지 말아야지.
그리고 오늘 전을 부치는 데 도와드리질 못했으니 내일은 설거지와 커피 타기라도 열심히 하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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