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며칠째인가? 삼 일째인가? 비가 해도해도 너무 많이 온다.
지나다녔던 길인 남부순환도로가, 강남역 4거리가 물바다가 되고, 집들이 물에 휩쓸려 무너진다.

생각해 보면 서울 도심이 아니었을 뿐, 매년 여름 시골 어딘가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졌었고, 뉴스에서 비슷한 광경을 봤던 것 같다. 또 그럴 때마다 노아의 방주 생각도 단골로 했었고, 또 매년 왜 미리미리 대비를 못 하고 꼭 일이 터진 다음에야 우왕좌왕할까, 이쪽 분야의 전문가들은 다 뭐하고 있는 건가 식으로, 거의 같은 수순으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최근 시간이 많다보니 뉴스와 신문을 열심히 보고 있는데(심지어는 YTN까지! 보다보니 이것도 중독이다),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이상한 일들이 연일 뻥뻥 터지는 걸 보고 있으면,
자꾸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건가, 여기는 어딘가, 지금은 도대체 언제인가 하는 이상한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요즘 읽고 있는<<1Q84>>의 영향인 듯도 하고.

나도 모르는 새, 꼭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가 있는 것 마냥 어떤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고 터진다.
노르웨이에선 미친 테러범이 난장판을 치고, 우면산 아래에 사는 사람들은 물폭탄을 맞고, 춘천 펜션은 무너지고, 인하대 학생들은 죽었고, 외부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런데 난 11층에 앉아, 에어컨을 켜 놓고, 가끔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책을 쌓아두고 하루에 서너 권씩 책을 읽어대고 있다. 누워서 엎드려서 앉아서, 이방 저방을 옳겨다니며 계속 책만 본다.

이런 생활을 한 게 벌써 4일째. 아, 더 이상 이러면 안 될 것 같다. 마음이 불편하다.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서, 조금이라도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살아야지,
아..이런 식은 곤란하다. 죄를 짓는..... 하여튼 그런 무거운 느낌이다.
오늘 운전하다가, 비가 오는데도 도로 포장을 하기 위해 나와 있는 아저씨들한테 되게 죄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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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비가 오네.
에잇, 제기랄!

-하이쿠 시 패러디

딱 이건 아니었고, 이와 유사한 구조였는데 잊어먹었다.
 우아한 김 여사가 창밖을 내다보며 읊은 말이었는데,
 완전 포복절도하며 웃었다. 아..뭐였더라.
 비 오는 그림 그려서, 그 옆에 그 짧은 어구를 하이쿠시처럼 넣으면 멋지겠다 했었는데....
 잊어먹었네. 에이....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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