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무력함이라는 단어가 지금의 내 상태라고 규정짓자 울음이 복받쳤다.

울음이 그치지를 않아서 결국 밖으로 나가서 대성통곡을 한 후 창피해져서 앞쪽으로 그냥 걸었다.

걷다 보니 힘도 들고... 벤치에 앉아 눈을 감아보니 새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사람들의 걷는 소리는 무섭다. 두꺼운 파카가 서걱서걱 부딪히는 소리가 크레센도처럼 내게 다가올수록 크게 들리는데 순간 긴장하게 된다. 예전에 학생 중에서 눈이 안 보이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항상 이렇게 긴장하고 살았겠구나 싶었다.

이 생각 저 생각이 순식간에 스쳐가고 다시 지금 쓰고 있는 논문 생각이 났다. 오늘 할 일이 떠올랐다. 걷기와 대성통곡의 효과인가보다. 쑥쓰러움과 민망함을 안고 평화로워 보이는 공원 속 사람들을 통과해서 다시 그의 앞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

힘이 든 건 힘이 든거지... 아니 척 할 필요는 없겠지. 어쩌면 그닥 힘들지 않은 상황인데 힘들다고 말해서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지. 요즘 유행어처럼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들 하던데, 맞는 말이지만 '헝그리 정신'과 유사한 2024년 버전인 듯하여 그닥 맘에 다가오진 않는다.

막막함과 나이듦의 무게는 생각보다 크다. 

2024.3.10.일요일, 아이의 영어학원 끝나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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