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26 매우 추움

어젠가 그젠가 그그젠가 내 친구의 글을 보면서, 그동안 나는 모르던 그 친구의 대학 졸업 직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 너도 10대에서 20대, 20대에서 30대를 넘어오느라 참 애 많이 썼구나. 너도 그랬구나 하는 동질감이 들어 그 친구에게, 동년배가 주는 친밀감이라는 걸 확 느끼게 되었다.


사람들은 다른 모양과 방법으로이긴 하나 각자 애를 써 가며, 한해 한해를 넘겨간다. 누가 누구를 보기에는 우스운 일, 팔자 편한 투정, 유치한 일, 의미없는 일로 보일지라도 대부분 각자에게 그 순간 그것은 최선이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들이겠지. 그러므로 내 일에 대한 타인의 평가나 시선은 무의미하고 무책임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처럼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고, 타인의 생각에 쉽게 개입할 수 있었던 때가 있었을까. 블로그, 실시간으로 저마다의 삶을 쇼로써 show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쉽게 개입 가능하다는 의미는 무책임, 무감각하기도 쉽다는 뜻이 될 텐데.......그러니 역시 타인의 코멘트는 그리 가치 있는 것이 못 될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이런 생각나부랭이들을 그냥 혼자 어딘가에 적어두면 될 것을 굳이 여기에다 이렇게 쓰고 보여주고 있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요즘 사람들이 인터넷에 뭔가를 끄적이는 걸 보고 소통의 욕구가 어떻다 저떻다 하지만,
저마다 내 삶을 보여주고 정리하느라 바쁜 이 상황이, 이게 진짜 의사소통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외로워서 어쩌고저쩌고 하기도 하지만, 글쎄 이렇게 한다고 안 외로운가?
-내 동류를 만들기 위해서? 내 생각을 알리고 싶어서? 개그콘서트 유행어처럼 관심 받고 싶어서?

페이스북이 생기고 나니, 블로그는 그나마 은밀한 도구가 된 것 같다.
나름 재밌는 세상이기도 하고, 괜히 분주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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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은 쉽게, 힘 빼고 사는 게 잘 사는 것이라고 하시던데 난 모든게 쉽지 않다. 모든 게 무겁다.

요즘 영어로 말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확실히 영어를 사용하면 생각이 가벼워지고 명확해진다.
어휘력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이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한국어를 사용하면 내 사고가 심각해지고 단순한 것도 복잡하게 만드는 건 아무래도 우리말에서 보조용언이나 보조사, 양태 표현이 발달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또 그들은 먼저 결론부터 말해 놓고 여러가지를 말하는 어순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또 중국어를 말하는 내 발음이나 어조를 듣고 중국 학생들은 아주 친절하고 귀여운 여자 말투라고 했는데, 내가 한국어를 말할 때 쓰는 어조/발음과 영어로 말할 때의 어조와 발음 역시 분명 다르다. 영어는 비슷한 소리라도 한국어보다 좀더 전설 쪽에서 소리가 많이 나서 한국어에 비해 가벼워지는 영향도 있다.

그저 어렴풋하게 드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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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는 언제 날까. 내일은 날까?
신경 안 쓰고 살려고 해도 잘 안 되는군.
이것 역시 훈련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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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월요일부터 독어를 시작한다. 하루 3시간 반씩. 좀 빡센 일정이다.
독어가 마구 배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찌보면 생존을 위한 도구(이건 과장이고), 좀더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배울 수밖에 없어서 배운다.
난 이런 것보다는 재즈피아노가 배우고 싶은데, 혹은 지금 무너져가는 내 몸을 위해 필라테스나 수영 이런 걸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구만.
아- 가볍게 살고 싶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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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까지 학회 발표 원고를 마감해서 반드시 넘겨야 한다.
진작 준비했으면 좋았는데, 12월, 1월 힘든 일들이 많아서 여기까지 미뤄졌다.

3월 말에도 학회 발표를 하나 신청해 놓았다.
2월 5일 마감하고, 한 달 보름 정도 올인해서 논문 한 편 또 쓰려고 한다.

스스로를 들볶고(?) 있는 날 보면서 왜 이럴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논문 쓰는 게 싫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쓸 건 넘쳐 흐르는데 몸은 안 따라주니 헐떡거리는 것뿐이다.
체력이 받쳐줘야 뭐든 하지 않겠나.
내일 당장 패딩 점퍼를 사서(뭐 옷이 없어서 운동을 안 한 건 아니지만), 공원 앞을 걷기라도 시작해야겠다.

올 한 해는 논문에 올인해 보리라.......영업사원처럼 막 뛰어다닐지도 모르겠다.
이게 날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않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최선일 듯.
자꾸 이렇게 하다보면 좀 도가 트이고, 사는 게 가벼워질지 누가 아나.
뭐 가만히 넋 놓고 있는다고 삶이 가벼워지겠나. 내공이 쌓여야 가벼워지지.
지쳐 떨어지지만 말아야지. 운동해야한다. 에너지도 분산시키지 말고 아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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