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선생님의 만나자는 전화를 받고, 테니스도 안 치고 오늘까지 수정하려고 했던 논문도 던져 놓고 시청으로 달려 갔다.

다른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반길 때, 그 기운은 금세 느껴진다.
순간 세상이 환해지고, 마음이 훈훈해지니까.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즐겁게 느껴지니까.

정이 많고 따뜻한 분.(쫀쫀한 생김새 뒤에 그런 마음이 숨어 있다.)
솔직함과 허세 없는 진실함.
시를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고 산책을 좋아하는 분.
매우 성실하게, 그리고 훌륭하게 공부하고 일하는 분.


만나자마자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쏟아내고 선생님과 정말 실컷 웃고 얘기했다.
이 나이에도 선생님에게 이렇게 '귀여움'을 받을 수 있다니! =) 아까의 광경을 지금 떠올려도 흐뭇하고 웃음이 난다. 사진이라도 찍어 둘걸.......


촉촉 내리는 봄비와 습기 덕분에 기분 좋게 풍겨 오는 덕수궁 돌담길 너머의 풀 냄새.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생님과 길을 걸으니 여기가 어디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 시간도 공간도 모두 초월하게 되더군.

내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고, 염려해 주고, 함께 기뻐하고 안타까워 해 주는 좋은 스승이 계시니, 나는 얼마나 복 많은 사람인가. 그것도 세 분이나 된다!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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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마음이 쓰이는 건, K 선생님이 예전부터 마음 깊숙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허무함, 슬픔 등의 정서다. 선생님이 하나님을 알게 되면 기본적으로 순하고 성실하고 겸손한 분이시니 훨씬 더 행복하실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을 위해 기도해야지......


내 주변에서 하나님은 모르지만 마음과 영혼이 맑고, 사랑도 많고, 겸손하고, 측은지심이 있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본다. 텃밭 자체가 깨끗하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이런 좋은 성품을 지닌 사람들인데도 삶에 대한 허무함이나 슬픔 등을 기본적인 정서로 갖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들을 위해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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