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을 함께 살아 온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36년. 참 길다.
이렇게 오래 산 부부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함께 만들어 온 이야기들은 얼마나 많을까.
함께이면 외롭진 않을까?
......


오랜 세월 함께 한 두 분은 남쪽으로 여행을 다녀 오셨다.
집에 하늘이와 있으면서 어릴 적, 결혼기념일을 맞아 세 식구가 함께 여행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빠가 꽃을 사왔던 기억, 뭔가 선물을 주기도 했고,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고......
중학교 때인지 언제쯤에는 왜 엄마는 아빠에게 꽃을 주지 않고, 아빠만 엄마에게 꽃을 주는 걸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난 페미니즘...? 혹은 남녀 평등.... 뭐 이런 것의 영향을 분명히 받고 자란 것 같다.)


우리 가족에게 '결혼기념일'은 생일만큼 축하할, 특별한 날이었다.
다른 집들도 다 이런 줄 알았는데,
이 세상에는 결혼기념일을 그냥 넘어가는 집도 많고,
남편이 이런 날을 기억하지 못 해서 투덜대는 여자들, 혹은 며칠 전부터 무슨 날이라는 걸 외치며 (치사하게) 사는 여자들 등 우리집과는 다른 케이스가 많다는 것을 근래에 알게 됐다.


난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좀 의아하다.
그럼 그들은 무슨 재미로 살지?
우리가 살아 가면서 축하할 일들이 사실 그리 많지도 않은데,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날, 두 사람이 가족이 된 날 정도는 진심으로 축하해고 기념해야 하는 것 아닐까? 
사람마다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사는지가 각기 다르다곤 하지만, 이런 것도 서로 축하하지 않고 지내는 사람들의 삶은 무슨 재미가 있을지, 지루할 것 같기만 한데. 쩝...... 





결혼기념일 여행을 마치고 온 아빠는 우리 식구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셨다.
엄마를 만나 가정을 이뤄 살아온 날들에 대한 감사를 담아,
부인과 딸을 축복하는 마음을 담아,
아빠는 하나님께 고백했다.

하나님께 드린 아빠의 고백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 이런 부모님 아래서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의 기도대로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을 여태껏 보살펴 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우리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의 뜻대로 살 수 있게 인도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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