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일심동체라는 말에는 여전히 동조할 수도, 공감하지 않는다. 부부는 여전히 객체이자 타인일 뿐이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 어느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다. '일심동체'라는 기대치를 한껏 올린 꿈을 꾸는 것보다는 옆에서 지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줄 수 있는 상대방이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할 일이다.


소풍 같은 날들을 보내자며 약속하고 결혼 생활을 시작한 지 1년하고 며칠이 지났다. 결혼한 지 10년이 된다는 친구, 내일이면 결혼 40주년을 맞는 부모님을 보며, 진심으로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존경심이 나온다. '혼인 관계의 지속'이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이해와 배려의 산물 아닐까. 마땅히 서로가 서로를 장하다며 축하해야 하는 날.


우리의 혼인 1주년을 즐겁게 보내지도, 기념하고 축하하며 보내지 못하고 흘려보낸 게 마음에 걸리고 아쉽다. 우리의 1년 속에는 아름다운 지점이 곳곳에 많았고,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눈을 감으며 웃을 수 있는 좋은 날들이었다. 그가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고, 나의 마음도 건강해지는 6월- 초여름 어느 날쯤, 다시 기념을 하며 지나가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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