빤짝빤짝 압구정 '이즈미'를 포기하고 60년대부터 있던 북창동 '미조리'를 선택한 건 정말 잘 한 일이었다.

'뽠따스띡!'

입에 짝짝 붙는 잣죽!(우와아~ 고소해.)
아구의 간!!(원츄! 원츄!!)
모두가 뒤로 넘어가는 두툼한 회!(아! 외마디 탄성!)
전복 튀김!(고기 튀김처럼 쫀득거리며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며 담백해!)
적절한 수분과 기름이 둘러진 생선 구이!(생선 구이에서 느껴지는 내공 1000단!)
마무리였던 우동까지! 맑으면서도 뭉근한 내공이 느껴졌던 국물맛!

잡다구리 '쉬레기'같은 스키다시는 전혀 구경할 수 없음.


사실 나는 이 동네 이름이 '북창동'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서울 터줏대감 엄마, 아빠는 이미 이 곳을 알고 계셨단다.
시청 부근의 이 장소는 70년대에는 그야말로 'hot place'였다고....

이 곳에서 두 분은 종로까지 걸으며 연애를 했고,
청년이었던 아빠는 한창 바쁘게 일을 시작했었으며,
지금은 돌아가신 나의 할아버지가 이 부근에 오셔서 밥을 사 주기도 하셨었다고 한다.
또, 한창 나이었던 엄마는 광화문-시청-종로까지를 거의 매일 나오셨다고... 그러면 약속을 따로 하지 않았어도 친구들을 다 만날 수 있었다나?ㅋㅋ

소공동 일대. 북창동.
두 분께 이 동네는 당신들을 20대로 휙 되돌릴 수 있는 타임머신 같은 동네였다.
옛날 생각하면서 종로까지 걸어가 보자던 두 분의 계획이 비바람이 좀 세게 부는 바람에 취소되서 좀 아쉬웠네.
하긴... 그 날 날씨가 좋아서 걸었더라도 아빠의 컨디션으로는 무리였지.

돌아오는 길,
쉽게 피곤해지는 아빠의 건강과 흰 머리가 많아진 엄마의 머리때문에 마음이 쓰인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 아부지는 청년다운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엄마는 여전히 그림도 잘 그리고, 정말 미인이군! 하는 생각에 으쓱해지기도 한다.
꼭 초등학교 때의 마음과 삐까하구만.

두 분을 위해 기도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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