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10년만이다.

꼭 분황사가 보고 싶었다.

그때는 여름이었고, 이번에는 초겨울.

계절이 달라서 그런지 분황사는 내 기억보다 회색에 가까웠다.
그 더웠던 여름엔 분명 더 까만 돌이었는데.
세월이 흘러서 색이 바란 것일까, 아니면 초록 바탕에 보였던 여름의 분황사라서 더 짙게 보였던 것일까.

1999년 한여름의 분황사.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평상이 있었고, 그 곳에 잠시 누워 분황사를 쳐다봤었다.
같이 갔던 친구도 같이 누워 감상을 했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어떤 건축물을 보고 마음이 내려앉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잊을 수가 없다.
분명 그땐, 뙤약볕의 경주 날씨만큼이나 팔팔 끓는 어린 마음도 함께였다.


비가 오는 겨울 경주.
분황사.
사람 취향은 바뀌지 않는지 다시 보아도 또 보고 싶고 다시 보고 싶은 돌탑이었다.

한결같이 그 자리에 서 있을 것 같은,
과묵하나 다정하고 섬세한,
어두운 색인데도 따뜻함을 주는,
그런 모습이 좋았나보다.
(뭐냐..분황사를 남자로 생각하는 것이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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