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과 '겨울밤'이 쓸쓸하고 차분한 느낌이라면
'봄밤, 여름밤'은 낭만적이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단어들이다.

지난번 비가 촉촉 오는 날 덕수궁 뒤편에서 K선생님을 만난 게 올해 만난 봄밤 1이었다면,
오늘 홍대에서 브라운 박사를 만난 건 봄밤 2편이었다.

봄밤 1편은 나이들어 간다는 건 어쩔 수 없이 슬프다는 걸 느낀 애잔함이었고,
봄밤 2편은 봄에 핀 사과꽃처럼 마냥 즐겁다고나 할까.

친구와 함께 하니 어찌나 자유롭고 즐겁던지!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얘기하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남의 말에 동조하고 경청하려고 노력 안 해도 되고. 억지로 나와 다른 부류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요즘 '억지로' 하는 것이 너무 많아 지친 내게, 브라운은 '자연스럽게 있어도 괜찮고, 난 네가 좋다.'라는 눈빛과 마음을 보내준다. 고마운 사람.
하아- 숨통이 트인다.

노래를 듣고, 벚꽃나무와 사과나무꽃 몇 그루를 보며 '여기가 여의도구만!'이라고 외치는 벗이 있고, 걸으며 머릿속에서 바글거리던 생각들을 두서없이 꺼내 놓을 수 있으니, 우리가 서 있는 곳의 공기가 온통 새로 시작하는 봄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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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클래스. 내 중심이 아니라 하나님 중심으로 사는 습관을 들이는 훈련이다.
생활 속에서 모든 중심을 하나님께 두고 생각하는,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내게 매우 필요한 훈련이고 여러 모로 긍정적이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고 싶다. 멋지게.
 
영성 훈련은 무엇보다 겸손해지고 비관적이지 않게 하며, 타인을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이런 습관이 몸에 배이지 않아서, 내 생각과 행동에는 그만큼 제약이 많아진다.
내 버릇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다가도 매번 '이러면 안 돼. 이러면 안 된다고 했어.'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니까. 

좋은 습관 들이기는 어려운 법이라지만,
흠. 이러다 깽판 칠 수도 있을 것 같다. '뭐가 이렇게 복잡해! 젠장!'하면서......
사실 2008년인가? 그때도 열심히 훈련하다가 이런 마음이 들어 포기하고 내 마음대로 살았다.
그때보다는 지금이 안정적인 상태이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기를. 하나님, 꼭 붙잡아 주세요! 네?


1. Dr. Brown

구름 없는 진짜 하늘색 하늘을 보면 항상 '우와아-외국 같다.'라고 외친다.
아, 진부한 표현력.

어쨌든 오늘,
햇빛은 매우 따가우면서도 스커트가 날릴 정도의 바람까지 부니 정말 외국 같았다! ㅍㅎㅎ


금요일 점심, 예기치 않게 약속이 생겼다.
이젠 좀 더 편해진 친구를 교보 앞에서 기다리며 '간단하게 차려 먹는 요리책'을 한 권 들춰 보고 있는데, 짠 하고 친구가 나타난다.
아, 반갑다!
이 사람은 눈이 참 예쁘고 눈빛은 총명해.
보자마자 그런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솔직히 지루할 때도 많은데,
브라운 박사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재미있다.
게다가 나의 두서없고 모호한 이야기 속에서 왜 그러한지,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명료한 언어로 겸손하게 표현을 해 낸다.

이 친구가 글을 쓰든, 상담을 하든, 아니면 그 무엇을 하든
얼른 세상에 '공개'되었음 하는 바람이 있다.




2. 대화

브라운 박사의 명료한 표현을 들으면서 얼마 전에 <추론의 화용론>에서 봤던 Hegel의 말이 생각났다.

 Hegel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모호하고 동요하고 있는 상태의 사고"라고 말했다.
그 사고가 음성으로 구현되는 단어로 발견할 때에 명확해진다면서 일종의 언어의 역할을 평가한 것인데, 매우 동감이다.

그러나 Hegel은 글로 나타내는 문자언어에 대해서는 굉장히 비관적이었다. 우리의 사고가 문자를 통해 글로 쓰이면 반드시 소외/왜곡될 수 있다며 글쓰기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런 음성언어에 대한 문자언어의 열등함은 사실 Platon부터 Derrida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져 왔다고 한다. 그래서 Platon도 자기의 중요한 논점들을 대화라는 형식으로 펼쳐 나간 것이라고......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아주 개인적이 공간인 '비밀 일기'이든 이런 블로그이든 글을 쓸 때 얼마나 사실을 사실보다 훨씬 그럴듯하게 왜곡시키는가. 하지만...음...그 왜곡시킨 대로 기억이 되어 내 머리 속에 박히기도 하니, 말의 힘, 글의 힘이란 대단하지 않은가.
 
이와 비슷한 것으로 요즘엔 사진의 왜곡도 꽤나 유행인데, 이 경우 '사진의 힘'엔 잘 안 속는 것 같다. 특히 내가 들어간 사진에서 좀 잘 찍히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들어 있는 경우, 그 가증스러움의 순간이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ㅋㅋㅋ 그래서 인물 사진으로는 스냅 사진을 제외하면 별 매력을 못 느끼겠다.



anyway, '대화'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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